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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다이옥신 감축 '발등의 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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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 정부, 내년 상반기부터 규제 방침

포스코(POSCO)가 맹독성 발암물질인 다이옥신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포항.광양제철소의 소결로(燒結爐) 굴뚝을 통해 다량의 다이옥신이 배출되고 있으나 줄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발효된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관한 스톡홀름 협약'에 따라 정부는 내년 상반기부터 제철소의 배출가스에 대한 규제에 착수할 방침이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다이옥신 배출량을 줄이는 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됐다. 더욱이 독성이 청산가리의 1만 배에 달하는 다이옥신 배출량이 공개되면 지역주민.환경단체의 반발도 예상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 포항·광양제철 소결로

포항제철소 소결로의 다이옥신 농도는 국립환경연구원이 21일 배포한 '2004년 국립환경연구원보'에 실린 논문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환경연구원 김삼권 미량물질과장 등이 작성한 이 논문은 2002년 포스코 포항제철소 소결로 굴뚝에서 나오는 배기가스에서 측정된 다이옥신 농도가 ㎥당 0.45ng(나노그램=10억분의 1g)이라고 밝혔다.

이는 2002년 환경관리공단이 측정한 값이다. 광양제철소의 다이옥신 농도는 직접 측정하지는 않았지만 ㎥당 0.74ng으로 추정됐다.

김 과장은 "소결로는 철광석 가루에 열을 가해 큰 덩어리로 만드는 장치인데 함께 넣은 무연탄.코크스 등이 불완전 연소할 때 다이옥신이 생성된다"고 설명했다.

포항.광양제철소의 배출농도는 외국 제철소(캐나다 0.51~2.44ng, 네덜란드 0.4ng)와 비슷한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쓰레기 소각장 기준치(0.1ng)나 서울 양천자원회수시설(목동 소각장)의 배출농도 0.02ng을 크게 넘어선다.

연간 다이옥신 배출량은 포항제철소가 10.64g, 광양제철소는 27.23g에 달한다. 이는 목동 소각장 배출량의 1735배와 4440배 수준이다.

두 제철소의 연간 배출량(37.87g)은 일본 전체 제철소의 배출량(2002년 51.1g, 2003년 35.7g)과 맞먹는다. 일본의 철강생산 능력이 한국의 두 배가 넘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제철소의 다이옥신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셈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2001, 2002년 두 제철소의 배출량을 조사하고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환경부 김동진 유해화학물질과장은 "기준도 없고 법을 위반한 것이 아니어서 개별 기업의 배출량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어떤 영향 미쳤나

지난해 9월 서울대 보건대학원 백도명 교수팀이 광양시의 의뢰로 태인동 주민의 건강 실태를 조사한 결과, 만성 기관지염에 걸린 주민의 비율이 전국 평균치의 5배였다. 어린이의 발암물질 노출도 타지역보다 30% 정도 더 높았다.

또 한국해양연구원이 1999년 포항 앞바다에서 채취한 홍합을 분석한 결과, g당 35pg(피코그램=1조분의 1g)의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체중 60㎏인 성인이 하루에 홍합 서너 마리(10g)를 먹으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다이옥신 하루 섭취허용량인 체중 ㎏당 1~4pg을 초과하게 된다. 당시 연구를 수행한 해양연구원 관계자는 "전국 조사지점 가운데 포항 연안의 오염이 가장 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 이경훈 환경에너지실장은 "제철소가 설립된 지 100년이 넘은 선진국에서도 다이옥신의 피해 사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환경단체들은 미국의 경우 심각한 다이옥신 오염사고가 발생하면 아예 마을을 폐쇄하고 주민을 이주시켰던 점을 들어 배출량을 공개하고 오염 실태도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감축 노력 어떻게

포스코의 이 실장은 "포항제철소의 경우 2004년 750억원을 투자해 활성탄을 뿌리고 요소를 첨가하는 방식 등으로 시설을 보완, 현재는 0.2~0.3ng 수준으로 낮췄다"며 "광양제철소도 올해부터 2000억원을 투자해 내년 말까지 시설을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이옥신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연구원 관계자는 "소결로의 원료 내 염소 함량과 공기 공급량 등을 조절하고 배출가스를 태운 뒤 배출하는 등 다이옥신 발생량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광양환경운동연합 박주식 사무국장은 "지역 주민들이 못 살겠다고 호소하지만 포스코 측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의사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포항환경운동연합도 지난해 "포항제철소는 포항에서 30년 이상 산업활동을 해오고 있으나 그로 인한 환경오염과 주민 건강문제 등의 피해에 대해선 제대로 된 연구와 조사활동이 전무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 외국에선

선진국에선 제철소에서 배출되는 다이옥신을 줄이기 위해 2000년 이후 배출 허용 기준치를 정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1997년 다이옥신 배출량 조사를 시작해 2002년부터 제철소 소결로에 대해 다이옥신 배출허용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기존 시설의 다이옥신 배출량은 배기가스 ㎥당 1ng, 새로 짓는 시설에는 0.1ng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

이 같은 규제로 일본의 모든 제철소 소결로에서 연간 배출되는 다이옥신 양은 1997년 총 135g에서 2003년에는 35.7g까지 줄었다. 유럽연합(EU)은 2000년 말 내놓은 다이옥신 배출량 2차 조사보고서에서 이미 제철소 소결로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 감축 목표치를 제시했다. EU 전체 제철소의 연간 다이옥신 배출량은 95년 864g이었으나 2005년에는 467g으로 46%를 줄이기로 했다. 당시 조사에서 프랑스 내에는 6개 소결로에서 모두 93g의 다이옥신을 배출했다. 영국에서는 새로 짓는 시설에 대해 ㎥당 1ng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 다이옥신이란

지난해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빅토르 유셴코는 다이옥신의 위험성을 '온몸으로' 알리는 역할을 했다. 다이옥신 중독으로 그의 얼굴이 흉측하게 변했다는 설이 퍼졌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국제 암연구센터에서는 다이옥신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다이옥신은 암을 일으키는 것 외에도 면역기능을 약화시키고 정자 생산 능력을 떨어뜨리는 기능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불임과 기형아 출산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이 물질은 물에 잘 녹지 않고 화학반응에 잘 견디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 쉽게 분해되지 않는다. 또 지방 성분에 잘 녹아들기 때문에 사람이나 동물의 몸속에 들어오면 배출되지 않고 그대로 쌓인다. 독수리.북극곰 등 먹이사슬의 가장 위쪽에 있는 동물에게서는 고농도의 다이옥신이 검출되기도 한다.

다이옥신 가운데 2,3,7,8-TCDD(사염화다이옥신)의 독성은 청산가리의 1만배, 유기수은의 10만 배나 된다.

다이옥신이 본격적으로 문제가 된 것은 베트남전쟁 때다. 미군은 숲을 제거하기 위해 전쟁 중후반까지(1962~71년) 고엽제를 뿌렸다. 고엽제의 성분이 다이옥신은 아니지만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로 다이옥신이 들어간다. 고엽제에 노출된 군인과 주민이 210만~480만 명이나 됐고 고엽제에 포함된 다이옥신으로 인해 기형아 출산이 높아졌다. 호찌민(옛 사이공)에서는 고엽제 여성환자가 출산한 294명의 어린이 가운데 5.4%가 기형아였다. 일반적인 기형아 출산율(0.4%)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76년에는 이탈리아 밀라노 근교 세베소의 농약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인근 지역에 다이옥신이 흩날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직후 병아리.토끼.고양이 등이 폐사하고 기형아의 출생이 많아졌다.

82년 미국 미주리주 타임스비치에서는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도로에 다이옥신이 포함된 폐유를 뿌린 후 인근 지역 주민들이 암에 걸리고 유산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83년 3670만 달러를 들여 해당 지역 주민 2만2000여 명을 이주시켰다.

*** 소결로(燒結爐)

금속이나 비금속 가루를 녹여 덩어리로 만드는 장비를 말한다. 철광석 가루를 곧바로 용광로에 넣어 녹일 경우 용광로 열기에 의해 흩날리고 잘 녹지도 않는다. 제철공장에서는 이를 막기 위해 철광석 가루를 소결로에서 덩어리로 만든 뒤 용광로에 넣는다. 소결로에는 철광석 외에 코크스와 무연탄도 함께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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