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전 의원 한나라에 쓴소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16대 의원을 지낸 윤여준(사진) 전 여의도연구소장은 정치권의 전략가로 꼽힌다. 이회창 후보를 앞세운 두 번의 대통령 선거와 지난해 4.15 총선 때 선거기획을 맡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내리 집권에 실패하고 만다. 17대 총선에선 원내 제1당의 자리마저 열린우리당에 내줬다. 16대 국회 임기 종료일인 지난해 5월 29일 윤 전 의원은 한나라당을 탈당해 정계를 떠났다.

21일 그를 만나 당 밖에서 한나라당을 보고 느끼는 소회를 들어봤다.

그는 먼저 한나라당에 '기득권을 버릴 각오로 과감하게 변신할 것'을 촉구했다. "한나라당이란 울타리는 그대로 둔 채 화장만 조금 바꾸는 식의 개혁은 이제 안 통한다. 한나라당이 정말로 바뀌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지 못하면 당의 장래는 어둡다"고 말했다.

윤 전 의원은 정형근 의원의 '민주당-한나라당 통합' 주장을 비판했다. "그렇게 한다고 호남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찍겠느냐. 자기의 기득권은 버리지 않고 쉬운 싸움, 이기는 싸움만 하려는 게 지금 한나라당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물교체론도 폈다. "정형근.김용갑 의원 같은 얼굴들을 그대로 두고 당이 바뀌었다고 하면 국민이 믿겠느냐"면서 "과거와의 단절을 상징하는 참신한 인물들에게 과감히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이란 그릇은 지금 시대적으로 사회가 요구하고 있지만 그릇에 담긴 사람들이 잘못하고 있어 비판받는 것"이라며 "당 밖에서 정치세력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한나라당을 주목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정치권 일각의 '한나라당 해체 후 당 밖 세력과의 연대를 통한 신당 창당론'과 같은 맥락으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갈등을 빚고 있는 박근혜 대표와 반(反)박근혜 세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우선 박 대표에 대해서는 "누구(박정희)의 딸이란 생각과 아버지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했다."박 대표가 자리에 연연하거나 권력욕이 있다고 보지 않지만 지금의 모습은 아버지를 지키겠다는데 집착하고 대표직에 연연해 하는 모습으로 비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반박 세력에도 일침을 가했다. 홍준표 의원에게는 "선거 때는 '여자 치마폭에 싸여서 당선됐다는 말을 들어도 좋으니 박 대표가 한 번만 (유세를) 와 달라'고 통사정하더니 말을 바꾸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재오.김문수 의원 등과 관련해선 "반DJ, 영남 정서에 호소해 장외집회에 앞장섰던 사람이 그들 아니냐"면서 "그들의 투쟁방식도 이미 국민적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질 것을 뻔히 알면서 부산에서 출마한 것과 같은 과감한 결단과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도 했다.

이회창 전 총재의 정계 복귀설에 대해 묻자 그는 "성품상 이 전 총재는 다시 정치에 나올 분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보다 더 권력지향적이고 정치적인 측근들에 둘러싸여 있는 게 문제"라고 했다.

이정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