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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중서신 복병에 드루킹 특검도 휘청…여야 극적 합의하나

중앙일보

입력

‘드루킹 특검’과 추가경정예산안을 18일 동시 처리키로 한 국회에 복병이 등장했다. ‘드루킹’ 김동원(49)씨가 자신의 변호인을 통해 옥중서신을 공개하면서다.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예비후보가 5·18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18일 부산 중구 민주공원 추모공간을 참배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도지사 예비후보가 5·18민주화운동 38주년을 맞아 18일 부산 중구 민주공원 추모공간을 참배 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김 씨는 조선일보에 보낸 편지에서 “목숨을 걸고 진실을 말하고자 한다”며 “2016년 10월 내 사무실에 온 김경수 의원에게 ‘일명 킹크랩’을 브리핑하고 모바일 형태의 매크로를 직접 보여줬다. 김 의원이 고개를 끄덕여 나는 ‘그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해서도 “다른 피고인 조사 때 모르는 검사가 들어와 ‘김경수와 관련된 진술은 빼라’고 지시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이에 정치권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드루킹 댓글조작 진상조사단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김 후보의 사퇴와 민주당의 조건 없는 특검 수용을 촉구했다. 김영우 단장은 “개인의 일탈로 몰고, 자신들은 피해자라며 드루킹 사건을 축소·은폐해 왔던 민주당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논할 자격이 없다”며 “오늘마저 갖가지 조건으로 특검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지난 대선 여론조작의 주범임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보라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에서 “한국당은 특검 수사 대상을 드루킹에 한정한 적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캐스팅보트를 자처해 온 민주평화당은 ‘김경수 구속수사’를 거론했다. 추경안 졸속 심사를 제기하며 줄곧 18일 본회의 개최를 반대해 온 평화당은 “특검의 수사 대상이나 범위에 대해 다시 원점으로 돌려야 한다. (추경도 특검도) 결코 오늘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조배숙 평화당 대표는 “김 후보가 드루킹과 사전의 모든 부분에 대해 공유하고 있었다면 김 후보도 공범”이라며 “이런 면에서 김 후보를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범죄자의 일방적 주장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며 옥중서신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박범계 수석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이 사건에서 김경수 후보는 참고인"이라며 “드루킹의 말 한마디의 진위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이라고 반박했다. 특검 수사 대상엔 결코 김 후보를 결코 포함할 수 없다고 했다.

김현 대변인은 “범죄 혐의자의 편지를 그대로 공개한 보도가 한심스럽다"라며 "조선일보가 경남지사 선거에 심각하게 개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야 4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8일 오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특검법과 추경안 처리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이용주, 자유한국당 윤재옥,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여야 4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8일 오후 국회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실에서 특검법과 추경안 처리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 이용주, 자유한국당 윤재옥,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수석부대표. [연합뉴스]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한 나경원 한국당 의원과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설전을 벌였다. 나 의원이 “오늘 특검법 통과가 안 되면 경찰이 김 후보를 부를 수밖에 없다”고 말하자, 우 의원은 “부르든가 말든가, 죄지은 게 있어야 할 것 아니냐”고 응수했다.

현재 여야는 특검의 규모와 기간을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은 수사 최소 30일에 특검보 2명, 파견검사 10명 규모의 2012년 ‘내곡동 특검’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야 3당은 최소 70일에 특검보 4명, 파견검사 20명 규모의 2016년 ‘최순실 특검’ 수준을 주장하고 있다.

여야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후 협상을 재개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윤재옥 한국당 원내수석은 “합의가 안 되고 있어 교섭단체 원내대표 간 협상으로 타결을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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