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석방요구 거부당하자 "檢 수사축소" 옥중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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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드루킹, '김경수 자백' 조건으로 수사 기관에 '딜' 요구" 

‘드루킹’ 김동원씨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드루킹’ 김동원씨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컴퓨터 등 장애업무 방해 2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4일 검찰에 접견 요청 신청 #댓글수사 축소 등 3가지 거래 제시 #"법에 어긋나는 플리바기닝 시도" #서유기 자백으로 위협 느낀 듯

‘드루킹’ 김동원(49)씨가 18일 특정 언론을 통해 “검찰이 김경수 의원 관련 수사를 축소하려 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 검찰이 반박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가 ‘김 의원과의 관계를 털어놓을 테니 석방해 달라’고 요청해 이를 거절하자 ‘경찰과 특정 언론에 밝히겠다’며 협박성 발언을 했다”며 “허위 주장을 펼친 데 대해 합당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지난 14일 오후 김씨를 서울중앙지검 조사실에서 접견한 것은 맞다”면서도 “드루킹이 댓글 수사 축소, 본인의 석방, 경공모 회원에 대한 선처 등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해 즉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이진동)에 따르면 검찰은 드루킹의 변호인 오정국(50ㆍ사법연수원 36기) 변호사로부터 전화 요청을 받고 40분 간 면담을 실시했다. 이 자리에는 검사 3~4명이 동석했고 검찰 역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영상녹화 장비를 구동했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드루킹이 ‘김경수 관련해서 다 털어놓겠습니다’ 해서 기대했더니 검사의 양심상 말도 안 되는 거래를 요구했다”며 “현행 사법체계에서 금지된 플리바기닝(유죄 협상 제도)을 버젓이 이야기해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원칙에도 어긋날뿐더러 특별검사 선임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드루킹은 자신의 제안이 거절당한 직후 “경찰이나 언론에 ‘검찰이 김경수 의혹을 축소하려 한다’고 다 폭로하겠다’고 말했다. 검찰 역시 드루킹을 즉시 돌려보낸 뒤 경찰에 관련 사실을 전달했다고 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갑자기 면담 신청을 한 김씨의 저의가 의심스러워 영상조사장비를 통해 대화 내용을 모두 녹취했다”며 “특정 언론을 통해 허위 사실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합당한 법적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드루킹은 계속되는 경찰 수사에서 자신의 댓글 조작 혐의가 늘어나자 위협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드루킹은 기소 직후부터 얼른 혐의를 인정하고 집행유예로 풀려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안다”며 “서유기의 자백으로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니 검찰 또는 경찰과 딜을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김씨는 네이버 뉴스 댓글 2개에 ‘공감’ 약 600차례를 인위적으로 클릭했다는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난 15일 검찰은 “드루킹이 댓글 50개에 공감 2만3813차례를 ‘킹크랩’을 동원해 조작했다”며 법원에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특히 경공모 핵심 스탭인 ‘서유기’ 박모(30)씨가 기소 전 검찰 수사 단계에서 댓글 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의 실체를 자백한 것도 드루킹에겐 불리하게 작용했다. 검찰에서 박씨 등 경공모 회원 일부는 “지난 3월 드루킹의 지시를 받고 아마존웹서비스(AWS)에 접속해 이미 킹크랩의 모든 개발 코드를 망가뜨리거나 프로그램을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씨는 드루킹 일당과 관련 없는 제3의 변호인을 선임했었지만 지난 16일 ‘드루킹’ 변호인인 오정국 변호사로 다시 바뀐 상태다. 검찰은 드루킹 김씨가 자신에 불리한 진술을 하고 있는 서유기 박씨를 회유하려 하는 것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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