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지하철에 "무법" 활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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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한밤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폭력이 난무, 승객들이 10여분간 공포에 질리는 등 「무법천지」를 이뤘다.
29일 밤 11시15분쯤 서울지하철 시청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가던 20대 폭력배 4명이 장은주양(20·S여대 2년) 등 여대생 2명을 희롱하다 이를 말리는 70대 노인 등 승객 10여명에게 주먹을 마구 휘둘러 장양 등 여대생 2명이 얼굴이 찢어지는 등 전치 3주씩의 상처를 입었고 승객 김모씨(70·서울 개봉동) 등 8명이 전치 1∼2주씩의 상처를 입었다.
당시 전동차 안에는 승객 1백여명이 타고 있었으나 이들이 휘두르는 주먹과 발길질에 질려 공포에 떨었으며 범인들은 승객들의 신고를 받은 지하철 청원경찰·역무원들이 뒤늦게 출동하는 바람에 개찰구를 뛰어 넘어 달아났다.
장양에 따르면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친구와 함께 을지로 3가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타는 순간 술에 취한 이들이 다가와 『얼굴 반반하게 생겼다』 『인생 포기한 사람들과 연애 한번하자』며 장양 등의 뺨을 어루만지며 희롱하기 시작했다는 것.
이때 김노인이 『젊은이들이 여학생에게 무슨 짓이냐』며 말리자 『네 까짓게 왜 남의 일에 상관하느냐』며 팔꿈치로 김노인의 가슴을 때려 전동차바닥에 나동그라지게 했다.
범인들은 이어 김노인을 부축하려는 신대남씨(30·회사원·서울 대림 2동) 등 승객들에게 욕설과 함께 발길질을 시작, 신씨 등 승객 8명의 얼굴 등이 피투성이가 되게 했다.
이어 범인들은 장양에게도 『말을 듣지 않는다』며 주먹으로 얼굴을 마구 때려 실신시키기까지 했다.
승객들은 전동차가 시청역에 멈추자 기관사에게 청원경찰을 불러달라고 요구한 뒤 범인들에게 폭행당하며 이들을 붙잡았으나, 청원경찰과 역무원들은 기관사가 3차례에 걸쳐 출동방송을 하면서 10여분간 정차했는데도 출동하지 않아 이 사이 범인들은 승객들을 뿌리치고 개찰구를 넘어 달아났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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