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복지 두 토끼 잡은 스웨덴 비결 궁금하시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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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여성 파워와 상호 협력적인 노사관계가 성공의 비결입니다."

북유럽의 강소국 스웨덴의 비에른 본 시도(61.사진) 국회의장이 7~12일 김원기 국회의장의 초청으로 방한했다. 경제 성장과 선진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스웨덴 모델'의 성공 비결에 대해 시도 의장은 먼저 '여성 파워'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스웨덴에서 20~65세의 여성은 공장에서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사회 전 분야에 골고루 진출해 있다.

이 같은 여성 파워가 스웨덴이 출산.육아.교육.의료.양로 등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 천국을 이루게 된 주된 사회적 배경이 됐다는 얘기다. 스웨덴 여성의 정치 참여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는 "여성 의원 비율이 45%에 달하며, 원내대표 7명 중 4명이 여성"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의 경제 성장과 관련, 시도 의장은 '노사 대타협'을 강조했다. 19세기 유럽의 최빈국에서 지금은 1인당 국민소득 3만3000달러를 자랑하는 선진국으로 탈바꿈한 배경에는 극심한 노사 갈등을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대타협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의 노사도 가급적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하나씩 차근차근 이뤄 나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스웨덴 모델이 100% 확립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모델은 오랜 역사적 산물이며, 정치권은 지금도 조세 부담률과 개혁 등의 문제를 놓고 활발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그는 "스웨덴 모델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은 좋지만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스웨덴 국민과 정치권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대기업에 긍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스웨덴의 발렌베리(Wallenberg)그룹은 5대째 경영권을 세습하면서 에릭슨과 사브 등 14개 이상의 상장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그러나 스웨덴인들은 고용 창출과 기술 개발에 전념하는 이 대기업에 따뜻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발렌베리그룹에 대한 비판이 있다면 경영진이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받는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한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냐'는 질문에 시도 의장은 "개인이나 국가나 민주주의와 낙관주의를 계속 견지해 나간다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스톡홀름대 정치학 교수 출신인 그는 통상부 장관(1996~97년)과 국방부 장관(1997~2002년)을 거쳐 2002년 국회의장에 선출됐다.

글=최원기, 사진=신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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