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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장외총정검「성공올림픽」캠페인(10)영어권아니면 손짓발짓 의사소통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무표정한 얼굴로 짐을 마구 뒤져 불안감마저 느끼게 하는 입국검사. 비영어권 외국인들에겐 안내책자조차 제대로 안갖춰져 손짓발짓해야 하는 답답함. 경기장 통로의 각종 쓰레기등….
「올림픽 모의 관광」을 한 외국인들에게 서울은 합격점수와는 아직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주한외국인 12명과 우정의 사절6명 등 18명으로 구성된 「올림픽 손님맞이 준비상황 점검반」이 올림픽의 꿈에 부푼 서울 전역에서「모의 올림픽 관광」을 실시한 29일.
『입국검사가 너무 오래 걸리더군요. 짐을 뒤지며 꼬치꼬치 묻는데 질렸어요. 검사관리의 무표정은 불안감마저 주고요』
오전 11시쯤 김포공항 신청사에서 입국수속을 밟던 프랑스인 「조제프·시젤」씨는 공항건물을 빠져나으며 짜증을 냈다.
검사때 영어·일본어 외의 불어· 중국어· 서반아어등 기타 주요외국어 불통도 문제.
공항버스를 타기전 건물내 안내대에서 서반아어책자를 찾았으나 허탕을 쳤다는「카사레스·마리아」씨 (여) 는 『몰려들 중남미관광객을 의식해야 할것』이라고 지적했다.
공항버스를 기다리는 사이 5개국어 녹음방송이 없어 또 한차례 불편을 겪은 이들이 혼쭐난 것은 올림픽 도로.
총알택시등의 난폭운전에 혀를 내두르는 이들은 당량대교에 이르러선 계속 밀리는 차 때문에 차안에서 땀을 흘려야했다.
시원스레 뚫린 4차선이 2차선으로 좁아져「병목」현상을 빚어 평소에도 수Km의 차량행렬로 도로주차장이 되곤 하는 말썽도로.
『휼륭한 시설의 잠실올림픽 주경기장과는 달리 좌석 통로에 버려진 껌, 화장실내 내부 문고리 파손등은 시민들의 자각이 필요한것 같아요』
주경기장을 둘러본 일본인「야마나카·다카시」씨(산중효지·32)가 따끔한 충고를 잊지 않는다.
오후1시30분쯤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간 곳은 석촌호수 주변 S한식당.
2층방에 자리를 정한 뒤 식단차림표를 찾았으나 외국어로 표기된 것은 전혀 없었다.『의사소통이 전혀 안돼 답답해요. 메뉴판 이라도 알아볼 수 있어야 하는데 준비가 안돼 있고요.외국어 메뉴 외에도 최소한 내용물이 뭔지 간단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국식당구조에 외국인들 대부분이 익숙치 않으니 식당 내 일부 공간은 외국인용으로 식탁·의자를 마련했으면 해요. 또 남녀공용화장실을 보고 기겁을 할 때가 많아요』
올림픽선수촌을 둘러본 이들은 잠실 주 경기장과 마찬가지로 최상의 시설에 어울리는 경비요원들의 외국어교육을 선결과제로 꼽았다.
『세련된 보안도 중요하겠지만 언어불통으로 인한 마찰을 극소화해야 합니다』
에콰도르출신의 「에디슨· 에스트제야」씨 (33) 는 이밖에 숙소·선수회관 주변에 휴지통이 없다며 선수촌 완공 땐 신경을 기울일 것을 부탁했다.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외국인들을 위한 안내종합센터운영.
관광공사와 서울시가 운영하는 이곳에는 최소한 5개국어 담당구사자가 배치돼 있어야 하는데도 실상 영어·일어에 국한돼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
남대문시장·이태원과 경복궁을 마지막으로 둘러보며 이들은 당황하기 일쑤.
『옷값차이가 상점마다 너무 심하다』며 『어디에서 무엇을 사야할지 몰라 진땀을 뺐다』 는 미국인 「프랜시스· 스코트」씨는 입출구 표시와 함께 시장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길 원했다.
『때론 이곳을 지나다 학생들이 「양키 고 홈」을 외쳐댈 때 기분이 몹시 상하곤 합니다.외국인들 이라고 무턱대고 욕 하는건 좋을리가 없죠. 시위주장등은 올림픽이후에 해도 되지만 올림픽은 전 인류의 축제란 점을 염두에 두였으면 합니다』경복궁관광을 위한 안내판 부족도 문제. 『음료수·스낵상점 및 화장실등을 찾기 쉽도록 안내표지가 마련돼 있었으면 좋겠다』는게 공통된 의견.

<이재종 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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