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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하나로 어느 은행서나 입출금|은행업무 전산화…어떻게 달라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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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급한 일에 쫓겨 바쁘게 다니다보면 은행영업시간을 놓쳐 볼일을 못 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은행이 평일에는 4시 반, 토요일에는 1시 반까지밖에 영업을 안 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대 고객서비스가 날로 좋아지고 있다지만 기본적으로 영업시간이 이렇게 짧기 때문에 고객들이 겪는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첨단기술이 우리생활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대에 은행을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것도 번거러운 일이 돼가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의 전자금융기법을 도입하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은행이 4시 반에 문을 닫아도 점포바깥에 설치된 전자식 입·출금기를 통해 필요한 만큼 돈을 넣고 찾을 수 있고 집에 앉아서 일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과 기술인데 각 은행들이 자율경쟁시대에 진입하면서 보다 많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은행업무전산화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있는 것으로 보아 멀지않아 큰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 한국은행을 비롯한 26개 금융기관이 참여, 발족시킨 금융전산망추진위원회도 바로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하고 개발하기 위한 것인데 전산화를 통해 앞으로 은행의 어떤 일이 얼마나 편리해지는지 알아본다.
◇현금인출기 공동이용=이미 7월부터 7개 시중은행과 5개 특수은행(외환·기업·국민·주택·농협)에 대해서는 시행되고 있다. A은행 현금카드로 다른 B은행 현금인출기(CD)를 이용, 보통·저축·자유저축·가계종합 등 4종류의 예금잔액을 알아볼 수 있고 그 범위 내에서 돈도 꺼내 쓸 수 있다.
9∼10월중에는 10개 지방은행CD도 같이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CD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은 오전 9시 반부터 평일에는 오후 7시, 토요일에는 오후 3시까지로 돼있어 그만큼 은행이용시간이 늘어난 셈이다.
그러나 아직 CD를 통해 입금은 안 되는데 각 은행들은 91년부터는 현금입금은 물론 서로 다른 계좌간에 자금이 오갈 수 있도록 하는(이체) 작업도 진행 중에 있다.
또 95년 이후에는 하루 24시간, 공휴일에도 CD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팀개발 등 장기계획을 마련해 놓고 있다.
◇홈뱅킹=가정에서 대부분의 은행 일을 볼 수 있는 선진금융기법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은행의 컴퓨터와 가정의 전화기 또는 단말기·퍼스널컴퓨터 등을 연결하여 고객이 은행에 가지 않고도 예금잔액을 조회하고 계좌간 자금을 오가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금융정보도 받아볼 수 있다.
홈뱅킹의 대상업무는 고객이 은행에 대한 조회업무와, 은행의 고객에 대한 통지 및 안내업무가 기본이며 계좌간 자금이체업무는 미·일 등 선진국에서조차 아직 제한적으로 운용될 정도로 고도의 기술축적이 요구된다.
현재 금융전산화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26개 은행이 내년까지는 준비단계로 잡고 90년대 초부터 프로그램을 개발, 조회 및 통지업무에 대해 부분적인 시험가동에 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있다.
◇자동응답시스팀=은행의 컴퓨터와 고객의 전화기(전자식)를 접속한 후 전화기버튼을 눌러 필요한 정보를 물으면 컴퓨터가 음성으로 답해주는 시스팀으로 홈뱅킹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
흔히 ARS(Audio Responds System)라고 하는데 이를 통해 고객은 집안에 앉아서 예금잔액과 입·출금 여부를 알아볼 수 있다. 예컨대 전기요금을 내고자 할 때도 전화기를 통해 전기요금 납부기로 번호를 알려주면 자신의 예금통장에서 필요한 만큼의 돈이 빠져나가게 된다.
이와 함께 은행도 고객에게 납부금 낼 때가 되었다든지 연체나 부도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신속하게 전달해 줄 수 있다.
금융전산망추진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중에 서울지역에 한해 예금잔액을 조회할 수 있도록 하며 단계적으로 대상지역을 확대하고 이체업무의 폭도 넓혀 나갈 계획이다.
◇타행환 시스팀=은행간 컴퓨터를 상호 접속하여 국내에서는 은행과 지역에 관계없이 즉시 송금이 가능한 제도.
현재는 동일어음교환지역이 아닌 경우 A은행수표를 B은행으로 보내면 결제까지 최소한 1일 내지 길면 1주일까지 걸린다. 그러나 타행환 시스팀이 도입되면 송금을 원하는 고객의 부탁으로 A은행의 고객계좌에서 B은행지정계좌로 즉시 돈이 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고객은 송금절차간소화에 따라 은행이용이 그만큼 편리해지고 은행측은 경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추진계획을 보면 내년 하반기 중에 예금은행들간에 이 제도의 이용이 가능케 될 전망.
◇판매대금 자동결제망=은행의 컴퓨터와 백화점이나 소매점에 설치된 단말기를 연결한 후 소비자가 해당점포에서 물건을 살 때 현금을 주지 않고 소비자의 예금계좌에서 소매점의 계좌로 물건 값 만큼의 돈을 이체시키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10만원 짜리 옷을 사고 구매카드(가칭)를 내면 점포 측은 이를 은행과 연결된 컴퓨터에 입력, 그 이상의 예금이 있는 것을 확인함과 동시에 물건값 만큼을 고객의 예금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옮기고 고객의 확인을 받으면 거래는 끝나는 것이다. 즉 현금이 오가지 않고 거래를 할 수 있는 제도인데 80년대 들어 각국이 이 제도의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신용카드고객의 경우는 신용카드회사의 컴퓨터와도 연결함으로써 판매자는 물건대금을 카드회사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즉시 옮기고 고객은 정해진 결제싯점에서 카드이용대금을 카드회사에 내면 된다.
추진일정을 보면 내년까지 단말기표준화 등 기초작업을 완료하고 94년까지 시스팀을 개발, 시험가동을 거친 후 95년부터 전국적으로 보급할 계획. <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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