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폐질환 환자 심한 미세먼지 노출되면 사흘 뒤 병원행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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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서 뿌연 하늘만 보이는 여의도 풍경. [연합뉴스]

초미세먼지 농도가 심해서 뿌연 하늘만 보이는 여의도 풍경. [연합뉴스]

미세먼지가 심할수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3일 후에 병원을 찾는 COPD 환자가 가장 크게 늘어났다. 고대구로병원 심재정ㆍ최주환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팀은 15일 이러한 내용의 논문을 국내 처음으로 발표했다. COPD는 호흡기와 폐를 중심으로 만성적 염증이 발생하며 호흡이 매우 어려운 질환이다.

고대구로병원 연구팀, COPD 환자 374명 분석 #대기오염 '보통' 넘으면 '좋음'보다 입원 1.6배

연구팀은 2015년 1월~2017년 5월 고대구로병원에 입원한 40세 이상 COPD 환자 374명을 대상으로 대기오염과 COPD 위험도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대기오염 측정치는 미세먼지(PM10)ㆍ초미세먼지(PM2.5)ㆍ오존ㆍ이산화질소ㆍ산소포화량ㆍ일산화탄소 등 6가지 대기오염 물질을 수치화한 통합대기환경지수(CAI)를 활용했다.

통합대기환경지수(좋음/보통/나쁨/매우 나쁨)에 따라 환자 상태를 분석한 결과 '좋음' 수준에 비해 '보통' 이상일 경우 COPD 급성 악화로 입원하는 환자가 1.6배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가지 대기오염물질 중 미세먼지가 30㎍/㎥ 이상이면 입원율이 가장 높았다. 미세먼지가 COPD 급성 악화의 주된 위험 요인이라는 의미다.

지난해 열린 'COPD 예방과 치료를 위한 캠페인' 행사에서 한 시민이 폐 건강 진단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열린 'COPD 예방과 치료를 위한 캠페인' 행사에서 한 시민이 폐 건강 진단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곧바로 증세가 나빠질까. 연구팀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을 기준으로 당일부터 4일 뒤까지 환자 입원 양상을 비교했더니 '3일 뒤' 급성 악화로 입원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미세먼지가 체내에 흡수되면 면역 세포가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비정상적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시간이 평균 사흘 정도이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높은 2~5월에는 COPD 환자들이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심 교수는 "그동안 미세먼지는 천식ㆍ급성기관지염ㆍ심혈관질환에 초점이 맞춰졌고 COPD에 대해선 연구가 부족했다. 이번 연구로 미세먼지와 COPD 발병의 연관성이 확실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번 논문은 국제 학술지 'COPD 국제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COPD) 최신호에 실렸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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