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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슈머리포트]시원함은 기본,숙취해소에 성장판 자극까지…진화하는 안마의자

중앙일보

입력

“정말 편안해서 나쁜 기억도 다 잊을 것 같다.”

이달 초 영화홍보를 위해 한국에 온 할리우드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가 안마의자에 앉아본 뒤 했던 말이다. 실제 아시아 지역 이외의 사람들에게 안마의자는 신기한 물건이다. 지압이나 안마 문화가 발달한 한국이나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6000억원 국내 안마의자 시장…10년 사이 30배   

한국은 후발주자이지만 시장 반응이 가장 뜨거운 곳이다. 국내에 안마의자 시장이 생긴 건 2000년대 초반이다. 시장 규모가 100억원대로 그 마저도 안마의자의 원조격인 일본의 ‘파나소닉’이나 ‘이나다훼미리’ 등이 대부분 차지했다. 2000년대 후반 바디프랜드나 휴테크 등 국내 브랜드가 시장에 본격 진출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국내 업체가 주도권을 잡게 됐다. 2007년 2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안마의자 시장 규모는 지난해 6000억원으로 10년 사이 30배가 됐다.

바디프랜드의 파라오.[사진 바디프랜드]

바디프랜드의 파라오.[사진 바디프랜드]

국내 안마의자 시장 점유율의 60%는 바디프랜드가 차지한다. 휴테크와 코지마 등 국내 중소기업과 LG전자 등이 뒤를 잇는 가운데 최근에는 SK매직, 교원웰스, 쿠쿠, 신일 등도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군소업체까지 포함하면 50여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바디프랜드의 경우 지난해 중국과 미국등에도 수출도 하면서 지난해 11만대 이상을 팔아 세계 판매량 1위 업체로 꼽히는 싱가포르의 오심과 1, 2위를 다투고 있다.

그동안 안마의자는 고가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국내 제품의 가격대는 100만원에서 700만원 사이에 분포해 있고, 파나소닉 등 일본 브랜드는 보통 300만원에서 1000만원대까지로 가격대가 더 높은 편이다.

저렴한 제품은 아니지만 렌탈 방식을 도입하면서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일정 기간동안 매달 빌리는 셈 치고 돈을 내고 약속한 기간이 끝나면 내 물건이 되는 방식이다. 2009년 바디프랜드가 처음으로 렌탈 방식을 도입하면서 업계에선 렌탈이 보편적인 판매 방식으로 자리잡았다. 보통 한 달에 3만원에서 10만원 미만의 돈을 39개월 동안 내는데 프리미엄 제품의 경우 한 달에 10만원대, 많게는 20만원이 들어간다.

전신 마사지 기능에 음파 진동 방식도 등장  

안마의자의 가장 기본이자 핵심 기능은 마사지다. 시장 형성 초기만 해도 등이나 어깨를 단순하게 마사지하는 방식이었지만 10년 이상 기술이 발전하면서 마사지 기능도 발전했다. 등이나 목, 어깨 등 상체만 가능하던 마사지 범위가 엉덩이와 종아리 등 하체까지 넓어지더니, 최근에는 발바닥과 팔 등 전신 마사지 기능을 갖춘 제품이 주를 이룬다.

고급 사양에 포함돼 있던 무중력 프로그램도 최근에는 출시 제품 대부분에 포함돼 있다. 최대 170도까지 젖혀진 안마의자가 체중을 분산시키면서 몸에 가해지는 압력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마사지를 받는 기능인데,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구현한다.

휴테크의 최신형 안마의자 카이SLS9.[사진 휴테크]

휴테크의 최신형 안마의자 카이SLS9.[사진 휴테크]

새로운 마사지 기술이 잇따라 등장하는 가운데 최근엔 음파 진동을 이용한 안마의자도 나왔다. 휴테크가 지난달 출시한 카이SLS9은 세계 최초로 음파 진동 모듈을 적용했다. 사람의 손 역할을 하는 마사지 모듈은 두드림과 주무름 등 안마의자의 핵심 기능을 담당한다. 기존의 물리적인 고무볼과 함께 음파 진동 자기회로를 마사지 모듈에 장착했다.

70%가 수분인 사람 몸에 50Hz~300Hz 범위의 음파 진동을 전달해 깊고 부드러운 마사지감을 더하고자 했다. 마사지 기술 동작에 따라 음원이 다르게 적용되고 제품에 내장된 음원 외에 사용자가 직접 연결한 외부 음원을 이용하는 ‘뮤직싱크 기능’으로 맞춤형 마사지가 가능하다.

숙취해소·성장판 자극…다양해진 기능  

최근 안마의자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기능의 다양화다. 마사지로 피로를 푸는 차원을 넘어 의료기기 수준의 효과를 목표로 삼고 여러가지 기능을 선보이고 있다. 몸 전체와 접촉하는 기계인만큼 이를 활용해 진료에 도움이 되는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바디프랜드는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 ‘CES 2018’에서 ‘브레인 마사지’ 기능을 갖춘 안마의자 ‘렉스엘 플러스’를 내놨다. 이 기기의 자동안마에서 집중력 모드나 휴식모드를 선택하면 바이노럴 비트(Binaural Beat)라는 뇌파동조 사운드를 활용한 음악과 함께 마사지가 제공된다. 기억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바탕으로 임상실험과 관련한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바디프랜드가 여성 특화 안마의자로 내놓은 셀레네. [사진 바디프랜드]

바디프랜드가 여성 특화 안마의자로 내놓은 셀레네. [사진 바디프랜드]

최고급 사양인 ‘파라오’에는 지난해부터 소화촉진과 숙취해소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척추부 주변에 있는 경혈을 자극해 위장 운동을 도와 소화를 돕는 방식이라고 바디프랜드 측은 주장한다. 바디프랜드는 무릎 등 성장판을 자극해준다는 ‘쑥쑥 프로그램’을 비롯해 부종을 예방해준다는 ‘림프 마사지 프로그램’등 지금까지 15개의 자동 안마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2016년부터 신경외과와 정형외과,한방재활의학과 등 전문의와 함께 자체 연구개발 조직 ‘메디컬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안마의 의학적 효능을 연구하고 입증하기 위해 만들었다.

30대와 40대가 중심 소비자로 떠오르면서 디자인도 다양해졌다. 실제 바디프랜드 고객 가운데 30대와 40대의 비중은 63%를 차지한다. 실버용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도입 초기만 해도 무난하게 배치할 수 있는 검은색 등 어두운 색상에 투박한 외관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베이지나 버건디, 핑크 등 제품 색상이 다채로워졌다. 영화 ‘어벤져스’ 캐릭터인 스파이더맨과 캡틴아메리카 디자인을 적용한 안마의자도 등장했다.

젊은 세대의 수요가 늘면서 여성 특화 제품도 등장했다. 바디프랜드가 지난해 가을 출시한 ‘셀레네’는 발레리나가 착용하는 토슈즈와 닮은 디자인을 적용하고 측면부를 곡선으로 만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한 ‘엘리자베스’는 종아리 안마에 특화된 제품이다. 업계 최초로 종아리 상하 롤링시스템을 갖춰 다리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부종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오랜 시간 서서 집안일을 하는 주부나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을 주요 고객으로 겨냥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안마의자 시장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안마의자는 많은 기능을 담다 보니 크기가 크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데 혼자 살거나 공간 활용에 제약이 있는 사람은 사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최근 업계에선 일반 안마의자보다 크기도 작고 무게도 가벼운 소형 모델을 내놓고 있다.

맥스케어가 1인 가구를 겨냥해 내놓은 리쏘 컴팩트 안마의자 티아라 LS3000. [사진 맥스케어]

맥스케어가 1인 가구를 겨냥해 내놓은 리쏘 컴팩트 안마의자 티아라 LS3000. [사진 맥스케어]

SK매직은 올해 2월 솔로형 안마의자 MMC210을 출시했다. 46kg으로 보통 100kg가 넘는 안마의자의 절반 무게다. 가로 폭은 65cm로 설치 공간의 제약을 줄였고, 크기는 작아졌지만 중형 안마의자에 사용하는 마사지 방식과 동일한 방식을 적용했다. 맥스케어도 최근 슬림형 안마의자인 ‘티아라(LS-3000)’와 ‘티파니(LS-3100)’를 내놨다. 가로76cm, 높이 79cm에 무게는 50kg이다.두 회사 제품 모두 평상시에는 리클라이너 쇼파로 사용할 수 있고, 바퀴가 있어 혼자서도 이동이 편리하다.

휴테크의 초미니 안마의자 '바디슬렉스 S' . [사진 휴테크]

휴테크의 초미니 안마의자 '바디슬렉스 S' . [사진 휴테크]

다른 의자 위에 놓고 쓰는 초미니 안마의자도 있다. 의자 모양의 마사지기인 휴테크의 ‘바디렉스 S’ 는 안마의자의 마사지 모듈을 장착해 주무름과 훑기 등 다양한 안마가 가능하고, 엉덩이 진동과 온열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5.5kg의 무게로 소파나 자동차 시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몸 상태와 질병 고려해야…렌탈은 위약금 규정 꼼꼼하게 따져야 

안마의자는 강도가 세다고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몸의 상태나 질병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사용하면 오히려 병을 얻을 수 있는만큼 사용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3년(2015∼2017년) 동안 접수된 전기 안마기 위해 사례를 분석해 봤더니 262건 가운데 안마의자 관련 사례가 148건(56.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72건은 안마의자를 사용하다 부작용이나 상해를 입은 경우였는데 통증이 29.2%(21건)을 비롯해 골절ㆍ염좌가 26.4%(19건) 많았다.

전문가들은 척추질환이나 골다공증 등 뼈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안마의자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한다. 작은 충격에도 뼈가 어긋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퇴행성 디크스 환자는 안마 의자를 사용하면 오히려 통증이 심해질 수 있다. 이 밖에 안마의자 사용시 맨살이 닿지 않도록 하고 젖은 몸으로 앉거나 조작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처음에 약한 자극으로 시작해 조금씩 강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렌탈 계약의 경우 약속한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도중에 해지를 하면 위약금을 내야 하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의무사용 기간이 1년을 넘으면 위약금은 남은 기간 임대료의 10%다. 하지만 실제로는 업체마다 이보다 높은 수준의 위약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계약 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제품 수거비 등을 추가로 청구하는지 여부도 계약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강나현 기자 kang.na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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