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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표 KDI 원장 “50년된 집 구조 바꾸는 중...체질개선 위해 최저임금 인상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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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살던 집을 고치는데 적당히 도배만 할 것이냐, 아니면 근본 구조 자체를 바꿀 것이냐를 선택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구조 자체를 바꾸려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일시적인 것이다.”

최정표 KDI원장

최정표 KDI원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난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임 원장은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 #문정부 경제정책 입안 주역 #"고도성장 시대 향수 버려야 #성장률 아닌 삶의 질 더 중요” #“최저임금 인상은 가야할 길 #KDI, 남북 경제교류에서 역할" #『재벌들의 특별한 외도』선물도

최 원장은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경제분과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사실상 현 정부 경제 정책을 직접 만들어낸 인물이다. 이때 만들어진 경제 청사진은 대선 공약을 거쳐 정부 출범 이후 실제 경제정책으로 대거 현실화했다.

최 원장은 국내 경제학자 중 대표적인 재벌개혁론자다. 언론기고문 등에서 “한국 경제의 최대 걸림돌은 경제구조 및 분배의 양극화로, 이는 재벌 중심의 경제 운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벌 3ㆍ4세대 사주들은 경영 능력을 검증받지 않은 만큼, 황제 경영과 다름없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그는 현 정부 출범 이후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등 여러 직책의 하마평에 오르내렸다. 그리고 지난 3월 말 국책연구기관인 KDI에 둥지를 틀었다.

KDI는 한국을 대표하는 ‘싱크탱크’다. 1971년 설립 이후 거시경제, 금융, 재정, 사회보장, 노동 등 다양한 경제사회 분야에서 숱한 연구 결과물들을 내놓았다.

많은 연구 자료들이 정부 부처 정책 입안 및 시행의 토대가 됐다. 최 원장 취임 이후 KDI가 소득주도 성장 등 현 정부 경제 정책의 이론적 틀을 보다 공고히 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최 원장은 ‘한국 경제 체질개선론’을 앞세워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적극적 지지 의사를 피력했다. 그는 먼저 “성장률, 물가, 수출 등 대부분의 지표가 좋다. 고용이 좋지 않지만, 고용은 평가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현 경제 상황을 평가했다.

이어 “고도성장의 향수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삶의 질을 높여 인간답게 사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고 그러려면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장은 “최근 최저임금 상승,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등이 비판받고 있지만 모두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가야만 하는 길”이라며 “부작용은 아직 입증되지도 않았고, 설사 발생한다고 해도 일시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비스업 육성 중심의 산업구조개편 필요성도 제기했다. 최 원장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제조업 중심 체제가 얼마나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한다. 제조업 비중을 줄이고 서비스, 레저, 문화 산업을 더 육성해 내수를 키워야 일자리도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 체질 개선과 함께 그가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힌 또 다른 작업은 ‘남북 통합경제 시대’에 대한 준비다. 최 원장은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외교·통일· 안보 등 영역의 남북 협의가 끝나면 다음은 경제 차례”라며 “북한경제연구부 등에서 오랫동안 북한을 연구해온 KDI가 남북 경제 교류에서 상당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 제재가 풀리기 전에는 움직일 수 없는 부분이 있어 아직은 정부 차원의 북한 경제 관련 연구 요청이 없지만 조만간 요청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KDI는 정식 부서로 북한경제연구부를 두고 있으며 월간지인 ‘북한경제리뷰’를 발간한다.

최 원장은 이날 ‘주 전공’인 재벌개혁에 대해서는 최대한 말을 아꼈지만, 『재벌들의 특별한 외도』라는 자신의 2014년 저서를 기자들에게 선물해 눈길을 끌었다.

미술에도 조예가 있는 최 원장이 과거 미국 재벌들의 미술품 투자와 기증, 미술관 설립 현황 등을 조사해 만든 책이다.

최정표 KDI 원장이 14일 기자들에게 나눠준 저서

최정표 KDI 원장이 14일 기자들에게 나눠준 저서

최 원장은 “딱딱한 경제 분야에만 매달려 있지 말고 미술 등 문화 측면에도 관심을 가지라는 차원에서 책을 선물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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