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10년… 김택진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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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이 올해로 마흔이 됐다. 회사를 차린 지도 10년째다. 그의 30대는 화려했다. 1998년 내놓은 온라인 게임'리니지'로 이 회사는 온라인 게임업계 1위에 올랐다. 그는 '아시아 차세대 리더'에 뽑혔고, 코스닥 부호 반열에도 올랐다.

기자는 김 사장에게'불혹(不惑)'에 접어든 소감을 물었다. 그는"오늘 서울 남산 순환도로 주변의 벚꽃이 벌써 반 정도 졌더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반만 남은 벚꽃을 보면서 자신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인생의 반이 지났고, 회사도 전성기가 지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는 소감이다. 리니지 시리즈의 후속작이 마땅찮아 지난해부터 매출 성장세가 주춤하다는 걱정도 했다. 그는"우리 회사가 잎이 무성한 나무로 거듭날 지 가지만 앙상하게 남을지 잠시 생각해봤다"고 덧붙였다.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김 사장은'예측 못하는 일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2월 불거진 리니지 명의도용 사태도 그 중 하나다. 남의 게임 계정을 쓴 회원 20만 명을 제명했더니 일부 이용자들이 주민번호까지 도용해 새 계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는 모두 19만 명의 주민번호가 도용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일이 이렇게 된 데 대해 사회적 책임을 깊이 느낀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김 사장은 책임을 다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 중이다. 어린이를 위한 교육용 게임을 무료로 배포하는 계획도 강구 중이다. 청소년들의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 장시간 게임을 하면 캐릭터의 힘이 약해지는 장치도 개발 중이다. 김 사장은"나도 우리 초등학생 아들 둘이 게임 좀 덜 했으면 하고 바란다"며 웃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매출의 48%를 해외에서 올렸다. 김 사장은 올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내겠다고 밝혔다. 이 목표를 이루면 그는'해외에서 더 인기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는 꿈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된다. 김 사장은 이찬진 전 한글과컴퓨터 사장과 함께 워드 프로그램 '아래아 한글'을 개발한 주역이다. 한글용 프로그램은 수출이 어려워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이제 그의 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게임이 예술의 경지로 인정받는 것이다. 게임이 저급한 오락 매체로 취급받는 시각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게임이 영화처럼 종합예술로 인정받도록 더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글=홍주연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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