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VVIPB 이노정의 부자 따라잡기] 분출될 곳 찾아 헤매는 한국증시 ‘돈의 에너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18년 들어 여기저기서 투자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시세의 연속성이 없어 갈피를 못 잡겠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투자자를 자주 보곤 한다. 실제로 지난해 크게 시세를 분출했던 주요 테마주 대부분이 올해는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급등 테마주, 올 들어 고전 중 #‘갈피 못 잡겠다’ 투자자 호소 #올해 고객예탁금 20% 증가, 누적된 증시 에너지 #‘꿈’ 쫓아 움직이는 돈에 주목

그나마 지난해 초에 시장에 참여한 투자자라면 이미 충분한 수익을 보고 있기 때문에 최근 지수의 굴곡을 받아들일 수가 있겠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후 투자자라면 올해 들어 계속되는 시장의 굴곡에 걱정이 많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하는지에 대한 문의도 많이 받았다. 중요한 것은 투자에 대한 판단이 아닌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다. 현상의 이면에는 항상 이치가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시장 상황에 어떤 내면의 이치가 있는지 생각해 본다면 앞으로 투자에 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기대로 남북 경협주가 들썩였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는 한 직원. 사진은 [연합뉴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기대로 남북 경협주가 들썩였다.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 관련 뉴스를 보고 있는 한 직원. 사진은 [연합뉴스]

지난해 이후 시장은 크게 3번 변화했다. 지난해 상반기에 전기차 관련주 시세가 크게 오르더니 하반기부터 제약·바이오주가 그 열기를 이어받았다. 최근 들어선 대북 경협 관련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각각의 테마주가 크게 상승할 때마다 시장에서는 정상적인 시세가 아니라는 지적을 많이 한다.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이 말이 안 된다’ ‘실제 기업 이익이 따라가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등이다. 그러나 이미 벌어진 현상을 두고 무조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계속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피상적인 변화만 쫓기보다 우리가 미처 생각지 못한 이치가 숨어 있는지 한 번쯤 다른 각도로 생각해 봐야 한다.

지난해 이후의 시장 변화에 2가지의 이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각각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에너지’와 ‘꿈’이다. 여기서 에너지는 풍부한 유동성을 말한다. 그래픽을 보자. 주식 투자의 대기 자금이라 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 추이를 분석해보면 4~5년 전보다 거의 2배 이상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고객예탁금 추이. [자료 이노정]

고객예탁금 추이. [자료 이노정]

강세장에서 고객예탁금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것은 지수에 앞서 고객예탁금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증시는 지난해부터 본격 상승했지만 2016년부터 고객예탁금은 의미 있는 증가를 시작했다.

올해 증시는 상승하지 못하고 횡보하며 투자자를 피곤하게 하고 있지만 고객예탁금은 지난해보다 20% 증가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대한민국 주식시장 밑바탕에 흐르는 에너지의 변화다. 주식시장의 잠재된 에너지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몇 년 전보다 강력하게 커지고 있었다. 금융자산의 증가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지수의 오랜 횡보 이후 커진 상승 기대 심리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불에 기름을 붓는다’라는 표현이 있다. 비유해 보자면 불은 강력해진 주식시장의 에너지, 기름은 시장의 테마라 볼 수 있다. 불에 기름을 부으니 활활 타오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 논리가 맞다는 전제하에 2가지 투자 아이디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올해 들어 더욱 강력해져 있는 주식시장 에너지에 대북 경협주라는 기름을 부으면 지난해보다 더 활활 타오를 수 있다. 시세의 끝을 쉽게 예단 할 수 없다. 강력해진 주식시장 에너지는 증권업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증시는 꿈을 먹고 간다’는 격언은 주식 투자를 해본 투자자라면 흔히 알고 있는 말이다. 증시에서 꿈이란 기업의 성장이다. 올해도 내년에도 그다음에도 기업이 창출하는 이익이 같다면 주가가 상승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만약 조금이라도 이익이 줄어드는 추세라면 오히려 주가의 큰 폭 하락세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 투자자들이 더욱 낭패를 보기도 한다. 작은 이익 하락에 큰 폭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나면 주식이 싸졌다는 매수 보고서가 나온다. 투자는 흐름을 봐야 하는데 기본을 놓쳐서 발생하는 낭패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증시의 주요 기업들의 현실은 어떤지 생각해보자. 수십 년간 대한민국의 증시를 주도했던 대기업의 향후 성장성을 분석해 본다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대표적으로 가장 고용의 파급 효과가 크다는 자동차산업을 보면 오히려 역성장의 우려가 있다. 불은 활활 타오르려 하는데 넣을 기름이나 땔감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꿈을 가진 새로운 테마가 형성되면 강력한 에너지는 그쪽으로 분출할 수 밖에 없다.

4차 산업 혁명의 한 부분인 전기차 산업이나 제약·바이오, 그리고 최근 떠오는 대북 경협 관련주들이 단기에 그토록 시세가 크게 분출한 이유는 주식시장의 에너지가 강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투자자들에게 꿈을 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여러 테마주에 무작정 투자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일부 테마주는 고점에서 크게 하락해 이미 투자자에게 큰 낭패를 안겼다. 시세 분출이 끝나지 않았다 해도 언제 다시 분출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강조하고 싶은 건 이면의 이치를 봐야 한다는 점이다.

하루하루 계속 오르내리는 주식 시세에만 집중할 게 아니라 시장을 관통하는 원리가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앞으로 시장의 방향성을 예측하는 데 있어 주식시장에 공급된 풍부한 유동성을 고려해야 한다. 올해 들어 그 유동성 즉 에너지는 더 강해져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최근 정부 주도 하의 코스닥 벤처 육성 또한 유동성 공급에 큰 힘이 되어 줄 것이다.

투자는 항상 어렵다. 한 치 앞도 보기 어렵다는데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어찌 쉽겠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꿈이 아닐까 생각한다. 마지막 한마디를 이 글을 마치겠다. ‘꿈은 이뤄진다’.

이노정 한국투자증권 삼성동PB센터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