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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르포] 김정은 첫 발 디딜 곳, 비틀즈도 내렸던 공군기지 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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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즈도 이용했던 싱가포르 공군 기지, 트럼프와 김정은 맞이할까?   

전용기 참매1-호에 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중앙포토]

전용기 참매1-호에 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중앙포토]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싱가포르 정부가 가장 신경 쓰는 건 경호와 안전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첫 발을 디딜 장소부터 고심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창이국제공항 대신 파야 레바(Paya Lebar) 공군 기지가 물망에 오르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원과, 김정은 위원장의 참매-1호가 이착륙하고, 두 정상이 회담 장소로 매끄럽게 이동하기 위해서는 창이국제공항은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창이국제공항은 지난해 이용객이 6000만명을 돌파한 동남아의 대표적 민간공항이다. 북ㆍ미 양 정상이 출발과 도착을 위해서라면 이용객들도 상당한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원.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원. [중앙포토]

현지 언론도 12일 파야 레바 공군 기지가 적합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집중적으로 전했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나트남 국제연구소의 빌비어 싱 부선임연구원은 “싱가포르 정부는 두 지도자의 방문을 준비하면서 편집증적(paranoid)일 정도로 안전과 경호 문제에 집착한다”며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결정된 것 자체가 (100%를 넘어) 101%의 안전을 정부가 보장하기 때문이며, 이런 점에서 파야 레바 기지가 최상의 선택지”라고 말했다.

9일 중국 다롄 공항을 출발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전용기 참매 1호. [교도=연합뉴스]

9일 중국 다롄 공항을 출발하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전용기 참매 1호. [교도=연합뉴스]

파야 레바는 공군 기지이긴 하지만 번화가에서 가깝다. 싱가포르 주재 미국대사관이나 북한대사관으로도 방향은 반대이지만 차량으로 각 2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파야 레바가 처음부터 공군 기지였던 것은 아니다. 1954년 민간 국제공항으로 건립됐고, 80년 창이공항에 바통을 넘겨주면서 공군 기지로 변신했다. 국제공항이었을 당시 파야 레바가 맞이했던 손님 중엔 비틀즈도 있다. 아시아 공연을 마치고 영국 런던으로 돌아가면서 경유지로 택했던 곳이 싱가포르 파야 레바 공항이었다.

영화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 리처드 레스터 감독.

영화 '비틀즈: 하드 데이즈 나이트', 리처드 레스터 감독.

이 공군기지는 미국 정부로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지다. 미 공군이 군사훈련을 하면서 이 기지를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이 점이 북한 측엔 껄끄러운 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정부에 몸담았던 항공 분야 전문 컨설턴트인 마이클 대니얼은 스트레이츠타임스에 “북ㆍ미 두 정상의 전용기가 어디에 착륙할지 문제는 세삼한 고려를 거쳐 결정돼야 하는 민감한 문제”라고 말했다.
 싱가포르=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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