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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프로야구에도 '로봇기자' 등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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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도 '로봇기자'가 곧 등장한다.

KBO는 올 하반기부터 퓨처스리그 로봇기사를 생산할 예정이다. [중앙포토]

KBO는 올 하반기부터 퓨처스리그 로봇기사를 생산할 예정이다. [중앙포토]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0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KBO 퓨처스리그(2군리그) 로봇기사' 사업 설명회를 열었다. KBO는 올 초 퓨처스리그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인공지능(AI)으로 기사를 작성하는 로봇기사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달 로봇기사 사업자 선정 공개 입찰 공고를 냈고, 지원 업체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날 설명회를 가졌다.

이번 입찰을 통해 선정되는 업체는 퓨처스리그 경기 관련 기사를 자동으로 생산하는 로봇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데이터 입력 및 관리, 기사 생산 등을 담당하게 된다. KBO는 오는 7월 올스타전 휴식기까지 업체를 선정한 후, 후반기부터 시범적으로 로봇이 쓴 퓨처스리그 기사를 작성해 배포할 예정이다.

로봇이 야구 기사를 쓰는 시도는 종종 있었다. AP통신은 2016년 마이너리그 기사를 로봇이 작성하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5년 서울대 이준환 교수팀이 만든 프로야구 뉴스로봇이 있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 로봇이 쓴 기사가 2016년까지 올라와 있다. 또 대구일보는 로봇기자인 '에이프'를 개발해 2017년 한국시리즈부터 기사를 쓰고 있다.

서울대가 개발한 야구 로봇 기사. [사진 페이스북 캡처]

서울대가 개발한 야구 로봇 기사. [사진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프로야구를 운영하는 사무국이 직접 로봇 기사를 만드는 건 처음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일본프로야구 등에서도 아직 시도되지 않았다. 남정연 KBO 홍보팀장은 "퓨처스리그는 기존의 미디어 취재가 거의 없다. 화제 기록이 나와도 기사가 없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또 팬들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야구 기록을 단순 수치로 보여주기 보다는 기사형태고 제공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 많아 로봇기자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스포츠 로봇 기자 중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곳은 통신사 연합뉴스가 개발한 '사커봇'이다. 5명 정도가 투입돼 수천만 원을 들여 개발됐다. 사커봇은 지난해 7월부터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전 경기를 기사화 하고 있다. 로봇기자가 데이터 수입부터 최종 기사 작성까지 기사제작의 전 과정을 혼자 처리한다. 기사가 제대로 게재되고 있는지 모니터링을 하는 담당자 한 명만 필요하다. 기사는 종료 후 1~2초만에 게재된다. 사커봇이 성공을 거두면서 연합뉴스는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 때는 '올림픽봇'을 만들었다.

연합뉴스 사커봇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사커봇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으로 작성되는 기사나 이와 연관된 저널리즘을 '로봇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인터넷상에서 각종 정보를 수입하고 정리한 뒤 알고리즘을 통해 이를 분류하고 의미를 해석해 기사를 작성한다. 동시에 여러 경기가 열려 단시간에 대량으로 스트레이트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프로스포츠 정규리그나 국제대회에는 유용한 시스템이다. 그 중에서도 '기록 스포츠'인 야구는 로봇기자가 쓰기 좋은 스포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기록이 너무 많아서 적절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한다. 사커봇 담당자인 연합뉴스 미래전략실 서명덕 기자는 "야구는 로봇이 쓰면 오히려 나열식이 되는 경우가 많다. 1회부터 9회까지 매 이닝별로 서술해 주는 식이라 지루한 기사로 작성되는 편"이라며 "그날 경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부각하는 기사를 작성하게 하려면 알고리즘이 더욱 고도화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날 설명회에 참가한 업체들의 화두는 '데이터 수집'이었다. 현재 퓨처스리그는 기록원이 기록지를 작성하면, 경기 후 KBO 기록업체인 스포츠투아이에서 컴퓨터에 기록을 입력해 데이터베이스화 한다. 즉 경기 기록이 AI에 전달되기까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사커봇의 경우 AI가 경기 기록을 스스로 찾아 정리하기 때문에 빠르게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 이날 설명회가 참석한 한 관계자는 "경기 종료 후 기사작성을 시작해 웹사이트에 게재하기 까지 3초의 시간은 너무 촉박하다"고 지적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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