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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수다] 초등논술방-사람과 환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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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다 사람이 더 우선

전기 등 문명의 이기도 없고 사람도 없는 쓸쓸한 무인도에서 로빈슨 크루소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문명 속 인간이 갑자기 문명 밖으로 떨어져 살아가는 것은 너무나 힘들다. 우선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그것마저 힘든데, 문화생활은 꿈도 꾸지 못한다. 사람이 살아가기에는 너무 힘든 환경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빈슨 크루소는 이러한 환경에서 끝내 살아남았다. 로빈슨 크루소는 자기 혼자 묻고 대답하며 혼자 대화했다. 그리고 무인도의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창의적으로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 근근이 살아갔다. 이것이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서 살아간 비결인데, 자기혼자 대화한 것이 가장 비중이 컸던 것 같다. 로빈슨 크루소 예로도 알 수가 있듯 사람살이는 환경보다 사람하기 나름이다. 나라도 그렇다. 지금 인도는 비록 가난하지만 인구가 많아 열심히 일해 무역도 한다면 발전 가능성이 큰 나라이다.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하다. 요즘에는 인공적으로 만드는 기술이 발달되었고, 물건을 만드는 기자재도 많다. 자연환경이 없으면 생선이나 상추 같은 것을 자연에서 얻을 수 없지만 수입을 해오면 된다. 그러나 사람이 없으면 돈도 생기지 않고 국가가 위태로워지기 때문에 굳이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필요가 없다. 환경보다 사람이 더 우선인 것이다.

◆ 총평

뜬 구름 잡는 식 … 주장 받쳐줄 예시 적절해야

사람살이에서 환경 대 인간 중 어느 게 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느냐가 이번 논제다. 주형학생은 로빈슨 크루소가 엄혹한 '무인도 환경'을 이겨낸 비결은 '자신과의 대화'에 충실한 덕이라고 했다. 이는 너무 뜬구름 잡는 식 표현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한 자신과의 대화라는 게 과연 무엇일까. 구체적으로 써줘야만 했다. 예컨대 '인간' 로빈슨 크루소가 '호모 파베르(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나 '호모 사피엔스 (슬기로운 사람)'로서 '머리와 도구를 어떻게 하면 잘 쓸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논제의 유의사항인 사람이 환경을 이기거나 그 반대 경우의 예시를 들어주면 금상첨화다. 가령 지표가 해수면보다 더 낮은 나라인 네덜란드는 풍차를 이용해 선진농예국가가 되지 않았나. 반대로 자연환경이 좋고 천연자원이 풍부하지만 사람(인적자원)문제로 낙후한 나라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물론 인도의 예를 들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의 주장(사람>환경)과 반대되는 나라의 예를 마치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시인 양 써보려다 앞 뒤 문장이 유기적이지도 않고 전체적으로 논증논리력이 떨어지고 말았다.

주형 학생 말대로 인간은 '사회적(협동) 동물'이기에 환경을 이겨나갈 수 있다. 하지만 생선이나 상추처럼 자연환경에 없으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하면 되기에 '환경보다 사람이 더 먼저'라는 논리는 공허하다. 많은 학생들이 환경오염 문제와 자연환경만을 왈가왈부했는데 이번 논제 속 '환경'은 거기서 나아가 '인간 밖 모든 객관세계(자연환경.천연자원.사회경제.제도문화)'를 일컫는다. 논제 속 낱말 하나라도 잘 분석해 보는 세심함이 논제 정복의 길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최승희 학림논술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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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주제=가난한 흥부네가 돈을 벌기위해 외국으로 배를 타고 가다 난파해 외딴 무인도에서 살게 되었어요. 어린이 여러분이 수학귀신이라고 가정하세요. 보기 글 <가> 속 흥부네가 '어떻게' 일을 해야 더 잘 살게 되는지와 더불어 보기 글 <나>에서 대한민국 비교우위 상품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까닭에 대해서 논술하세요. (600자±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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