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극복이 국문학연구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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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에서 단행한 월북작가의 작품에 대한 전면적인 해금 조치는 분단 이후 40년동안 지속되어온 문화영역의 금기조항을 완전히 제거시킨획기적인 정책적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치에 의해 국문학계에서 꾸준히 요구해온 월북 문인의 문학활동에 대한 객관적인 검토작업이 가능해지게 되었고 우리 현대문학사의전체성 회복과 정통성의확립을 위한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 전환이 이념적 개방성을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하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그동안 분단 체제의 논리에 의해 강요되어 온 폐쇄적인「이념의 청산」이곧바로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우선 국문학 연구의 영역에서 연구자스스로이데올로기에 대한 소심증을 극복하고 방법론의 진보성과 관점의 포괄성을획득하기 외해 노력하지않으면 안된다. 우리 현대문학사는 식민지 시대와 분단 시대로 이어지는 역사적 상황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여러 가지 정신적 상처를 입어왔다.
특히 남북분단의 비극속에서 문학은 이데올로기적 간섭과 영향을 피할 수가 없었으며, 문학연구에 있어서도 이데올로기와 연관된 문제들은언제나 접근할 수 없는금기 지역에 방치되었던것이다. 그동안 문학연구가들이 보여온 방법론의편향을 극복하기 위해 학문적 자기반성과 의식의개방이 이루어져야할것이다.
둘째로 우리 현대문학사의 전체적인 규모와 체제가 재정립되어야 한다. 그동안 유폐되어온 문학사적 사실들을 치밀하게조사, 정리하고 이단시해온 문학 작품들을 새롭게 평가하는연구작업이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호기심에 의해 과대 평가되었거나 이념적으로 평가 절하되었던 작품들의실질적인 의미가 밝혀지고 그 객관적인 문학사적 위치가 규정된다면 문학사적 공백이 자연스럽게 제거될 것으로 생각된다.
세째로 우리 현대문학사의 기본적인 방향을「배제의 원리」나「단절론의시각」으로 설명할 것이 아니라「포괄의 원리」와「연속론의 시각」으로설명해야한다. 이데올로기의 요구에의해 문학사에서 제거되었던 모든 작품의 작품사적 규모가 정리되고그 의미의 해석과 가치평가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문학사 기술에 있어서 포괄성과 연속성의 의미를 방기해 버린다면 아무런 성과도 거둘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식민지 시대의계급주의 문학운동과 민족주의 문학운동을 대립적인 의미로 규정해 버린다면 그것은 이번 해금 조치 이전의 상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문학의 이념적 분열론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이 두개의 문학운동이모두 식민지 체제의 극복을 위한 우리 민족의정신적 투쟁에 해당된다는 사실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계급주의 문학운동을 주도해온 카프도민족문학운동의 실천적 주체의 한 부분으로 떳떳하게 인정되어야 하며, 문학적 실천과정에서 거둔성과와 함께 그 한계를객관적으로 해명해야 할것이다.
네째로 정부 당국에서도 이번 조치의 획기적인의미를 더욱 구체화하기위해 문학활동의 자율성에 근거하여 정책의 개방성을 진작시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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