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남북의회 회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북한이 제의한 남북의회회담을 우리국회와 정당들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제3기 남북대화의 시대가 열려가고 있다.
45년 국토분단 이후 단독정부수립과 6·25전쟁을 거쳐 첨예하게 대립해온 남과 북은 71년적십자회담을 계기로 말문이 틔었다. 70년대 초의 이 제1기 남북대화에선 남북적십자회담과 조절위회담을 가지면서 일정한 합의와 상호왕래가 이뤄졌다. 그러나 73년 북한의 「8· 28성명」으로 대화는 끊겼다.
제2기 남북대화는 북한의 수재물자 제공을 계기로 84년 말에 시작됐다. 이때는 적십자회담 재개에 이어 경제회담, 체육회담, 국회회담이 열려 활발한 접촉과 교류가 다각적으로 이뤄졌었다. 그러나 북한이「팀스피리트」를 구실로 1년만에 다시 파기한 이후 오늘에 이르렀다.
우리 정부는 제6공화정 들어 활발한 대북정책을 펴왔으나 북한이 모조리 거부, 대화재개의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었다. 그러나 정부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고 북한은 끝내 의회희담으로 호응해 왔다.
지난18일 우리 국회의「서울올림픽대회에의 북한참가 결의문」을 전달받은 북한의 의회 (최고인민회의상설회의) 는 21일「대한민국국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남북국회연석회의 개최를 제의했다.
이 편지내용의 골자는 남북의 의원전원이 참가하는 연석회의를 8월중 평양에서 먼저 열어 「남북 불가침 공동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긴강완화를 토의하자는 것이다. 평양측은 7개항으로 돼있는「불가침공동선언」의 북한측 초안까지 동봉해 왔다.
우리 국회는 이 서신을 검토한끝에 몇 가지 문제점이 있으나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의회수준의 교신이 계속될 것은 분명하고 잘되면 의회회담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의회회담의 재개에 앞서 몇 가지 문제점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전제돼야 한다.
첫째는 회담형식이다. 북한은 전체의원의 연석회의를 주장했으나 그것은 현실적으로나 능률면에서 적절치 못하다. 북한식으로 회의가 열리면 군중토론식 집회가 된다. 그것은 북한이 48년4월 김구 등 임정계의 남북협상파들을 초청해 놓고 벌인 집회를 연상케 한다. 따라서 회담은 지난 85년 국회 예비회담에서 합의한대로 쌍방 11명씩의 회담형식이 합리적이다. 토론과 표결로 진행되는「회의」보다는 타협과 합의로 이뤄지는「회담」이 남북문제해결에 더 능률적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회담절차다. 북한측은 예비회담을 빼고 바로 본회의를 열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것은 불합리하다. 북한이 제의한 회담형식이나 내용(의제)에 우리 국회가 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비회담을 거쳐 이런 문제들이 사전에 조정돼야 능률적으로 본 회담이 진행될 수 있다.
셋째는 회담의제다. 북한은 군사문제를 포함시켜「불가침 공동선언」을 채택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분단의 통합에 있어서는 군사문제는 미묘하고 상호이해가 크게 충돌되기 때문에 분위기가 일정 수준까지 성숙되지 않으면 타결되기 어렵다. 남북의회 회담이 실효성있게 운영되려면 지금 이 단계에서 합의 가능하고 서로에 실익이 보장되면서도 남북문제 해결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토의가 진행돼야 한다.
북한의 의회회의 제의는 환영 할 일이다. 그러나 그것은 회의보다는 회담으로 진행하되 85년도의 예비회담 합의사항을 토대로 한 국회회담의 「재개」가 돼야 한다.
그 동안 남과 북은 안으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주변관계도 개방적으로 발전돼 왔다. 이번 북한의 제의가 제3기 남북대화시대를 개막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래서 중단된 모든 회담도 재개돼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