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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아데바요르… 맨U - 아스널전서 뛰어난 스피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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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맨U와 아스널의 경기가 열리기 4시간 전 첼시와 웨스트햄의 경기가 있었어요. 우승에 대한 압박보다 조류 인플루엔자(AI)가 더 걱정된다는 여유를 보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첼시가 4-1로 가볍게 승점을 챙겼고요. 맨U로서는 조금 더 부담이 있었으리라 봐요.

맨U와 아스널은 프리미어리그가 발족한 이후 13년 동안 11번의 우승을 거머쥔 '양대 산맥'이에요(맨U 8번, 아스널 3번). 오늘 경기는 맨U에는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하는 기회고, 아스널에는 토트넘을 제치고 4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중요한 일전이었죠.

사실 이번 경기는 대한민국 축구팬들에게 더 흥미로운 일전이었을 것이라 생각해요. 두 달 뒤 독일 월드컵에서 만날 프랑스.스위스.토고 선수들의 플레이를 같이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으니까요. 프랑스의 앙리, 스위스의 수비수 센데로스, 토고의 아데바요르가 모두 아스널 소속이죠. 경기장에서 뛰는 22명 선수 중 영국 선수는 단 세 명이었어요. 그 세 명이 다 맨U 소속이었고, 아스널은 전원 외국 선수예요. 소문대로 토고의 아데바요르는 요주의 인물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장신에다 스피드.유연성.기술까지 갖춘 파괴력. 아스널이 두 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센데로스의 수비력 또한 인상 깊었고요.

맨체스터에 직접 가지 못한 탓에 펍(PUB)으로 향했어요. 잉글랜드 축구문화의 한 축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펍. 축구팬들의 생생한 분석과 의견을 들으며 축구를 즐기기에 최고의 장소죠. 잉글랜드 사람들이 마시는 맥주의 양은 상상을 초월해요. 그들과 같이 음료(저는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다 보면 자리를 들락날락해야 한답니다.

과연 박지성 선수가 선발로 나올까 반신반의했지요. 맨U 팬들은 리처드슨 대신 박지성이 선발로 나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최종 결정권은 어쨌거나 퍼거슨 감독에게 있으니까요. 올드 트래퍼드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낸 박지성, 이에 반해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앙리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한 아스널.

미드필더에 포진한 박지성은 전반 내내 상대편을 압박하며 공을 뺏어내고 코너킥을 얻어내면서 묵묵히 역할을 했죠. 루니의 두 차례 강한 슈팅(해설자가 '로켓 같은 슈팅'이라고 표현하더군요)이 독일 주전 골키퍼로 낙점된 레만의 선방에 막혔어요. 아스널은 앙리의 공백이 너무 커보이더군요. 69분이 지나서야 그가 등장했지만 경기 흐름에 영향을 끼치지는 못했고요(좀 더 일찍 투입됐으면 박지성 선수와 같이 뛰는 모습을 더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더군요).

하프타임 때 옆에 있던 맨U 서포터에게 박지성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고 했어요. 마틴 고든이라고 밝힌 그는 "첫 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는 정말 잘하고 있다. 반니(반 니스텔로이)와 루니 뒤에서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하는 영리하고 빠른 선수다. 개인적으로는 그가 운이 나쁘게 4~5골을 놓쳤다고 본다. 후반전에 한 번 기대해 보자"고 하더군요. 후반 8분 루니의 골로 1-0으로 앞섰고, 쐐기골이 필요한 시점인 후반 33분쯤 루니가 페널티 에어리어 오른쪽을 돌파해 크로스한 볼을 중앙으로 질주한 박지성 선수가 넘어지며 오른발로 골네트에 꽂아 넣었죠. 그 순간 옆에 있던 축구팬이 "You got the story!(큰 기삿거리 생겼네)"라며 제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더군요. 2월 풀럼전 첫 골 이후 프리미어리그 둘째 골이네요. 아쉬웠던 것은 중계를 한 SKY-TV에서 'first Premiership goal'이라고 자막 처리를 한 것이었죠.

아스널을 응원했던 앤디 핸더슨은 "박지성의 플레이를 여러 번 봤는데 그의 퍼스트 터치(first touch)가 프리미어리그 데뷔 초반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고 생각한다"며 높은 점수를 주더군요.

홍은아 <영국 러프버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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