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대선자금 수사했던 유재만씨 이번엔 현대차 변호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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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2월 서울 서초동에서 개업한 유재만(43.사진) 변호사는 과거 대기업 수사로 능력을 인정받은 '특수통' 검사였다. 대선자금 수사(2003년 10월 ~ 2004년 5월) 때엔 대검 중수부 2과장으로서 현대차그룹이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의 지시로 현금 100억원을 이회창 후보 측에 차떼기로 전달한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유 변호사가 올 초 현직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선 검찰 사상 처음으로 사표를 냈을 때 검찰 내부에선 크게 놀랐다. 속칭 '잘나가는' 검사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유 변호사는 최근 현대 비자금 사건의 변호사로 선임됐다. 한때 대기업 입장에선 공포의 대상이었던 그가 현대차의 '구원투수'로 변신한 것이다.

현대차가 그룹 최대의 위기를 맞아 검찰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꾸려 총력전을 펴고 있다. 유 변호사 외에 김&장.태평양 등 대형 로펌도 참여하고 있다. 김&장에선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 김회선 전 서울 서부지검장, 이병석 전 대검 중수부 검사 등 10여 명이 뛰고 있다. 이 전 검사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현대그룹의 150억원 뇌물 사건 등을 수사했다. 태평양에선 이명재 전 검찰총장과 이승섭 전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장 등 7 ~ 8명의 변호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정 회장의 구속이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검찰 측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현대차에선 수원지검장을 지낸 김재기 상임 법률고문이 그룹 차원의 법률 지원을 총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최근 전직 검찰 간부들도 사외이사로 잇따라 선임했다. 대검 차장검사를 지낸 이정수(김&장 소속) 변호사는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최대주주인 글로비스의 사외이사로 2월 임명됐다. 최경원 전 법무부 장관은 현대제철, 신건수 전 서울고검 형사부장은 기아차의 사외이사로 최근 선임됐다.

한편 론스타는 김&장과 충정에 법률대리를 맡겼다. 김&장은 2003년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을, 충정(대표변호사.김진환 전 서울지검장)은 론스타 탈세 고발 사건을 중점적으로 맡고 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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