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통일향한 대화 물꼬터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올림픽분산개최를 위한 로잔회담을 제외하고는 지난85년말부터 끊어졌던 남북회담이 어떤 형태로든 재개될 전망이 밝아졌다.
우리 국회가 지난9일「서울올림픽대회에의 북한참가촉구결의문」을 채택해 북한측에 전달한데 대해 북측 최고인민희의 상설회의 의장 양형섭이 2O일 남북국회회담연석회의를 열자고 화답해 왔고 우리측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측은 우리측이 금년에 제의해온 고위 당국자희담, 적십자회담재개, 학생교류를 위한 쌍방문교당국자회담등에 대해 한결같이 부정적 태도를 보인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구체적 일정·방법·의제까지 담은 답신을 보내왔다.
우리 국회는 지난9일 결의문을 통해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촉구하고 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각계의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하자고 제의했었다.
북측은 양의 답신을 통해 이 문제에 관해서는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이 종래 그들이 주장해온 일관된 주장과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남북불가침공동선언을 채택키 위한 남북국회연석회의를 열자고 역제의해왔다.
북측 역제의 내용이 어떻든 간에 북측이 종래의 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주장에서 한 걸음물러나 이번에는「한정적인 상대」와의 회담을 제의했다는것 자체만으로도 북측 태도에는 약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고 평가함직하다.
물론 그것이 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 개최 및 그 토의의제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고전술적 차원의 변화임에 명약관화하다 할지라도 북측이 그처럼 완고하게 우리측의 회담제의에 냉담해왔던 지난 2년여의 태도를 고려해 볼때 일단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것같다.
또 별첨한 7개항의「남북불가침에 관한 공동선언」초안에서 상호 무력의 단계적 축소와 그에 대응해 한반도 주둔 외국군과 핵무기의 단계적 철거(5항) 를 제시한 것은 새로운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북측이 이 민감한 문제에 대해 다소의 융통성을 보인 것으로 지적될 만하다.
우리측의 4당대표들은 22일 회동에서 바로 이 점을 높이샀기 때문에 북측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로 하고 구체적 방법은 4당정책위의장들이 논의, 7월말까지 회답키로 했다.
우리측의 이 같은 전향적 자세는 실로 놀라운 변화라 아니할 수 없다. 우리측의「선교류에 의한 신뢰기반조성후 정치·군사회담개최」의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인지 아닌지는 아직 속단키 어려우나 일단 북측의 불가침공동선언의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키로 했다는 그 자체는 높이 평가함직하다.
이것은 어떻게 하든 남북간에 대화의 물꼬를 터놓는 것이 민족분단을 뛰어넘어 통일에로 이르는 도정의 선결과제라는 대승적 입장이기 때문이고 그만큼 대화 그 자체가 절실해진 까닭에서임은 두말할 나위없다.
반면 북측은 이번 제의를 통해 우리측이 제의한 7·7선언과 그 후속조치로 말미암아 국제적 입지가 한층 어려워진 상황을 다소라도 타개하고 우리내부의 통일논의갈등을 한층 증폭시킬 수 있다는 이중적 효과를 노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북측 제안을 조목조목 뜯어보면 그들 주장의 집요성과 일관된 논리에 하등의 변함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즉△긴강 완화를 위해서는 남북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가 가장 합리적이며△이 회담전이라도 불가침문제해결을 위한 회담, 곧 국회회담이라도 열어야하며 차선책으로△여기에는 사회단체및 기타 정당대표의 참석도 바람직하다고 말해 사실상 남북국회회담을 변형된 남북정당·사회단체연석회의 형태로 운영할 뜻도 없지 않음을 시사하고있다.
게다가 북측은 남북국회회담에서 남북불가침공동선언 (7개항의 선언문첨부)을 해야 적십자회담 등 기타 회담을 재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교역길도 트이게 될 것이라고 명시해 정치·군사회담 우선 노선을 고수했다.
특히 북측은 올해 우리의 국회구성이 달라져 새로운 회담개최의 계기가 됐다고 지적, 우리 내부의 북한입장수용논을 겨냥한 흔적을 지울 수가 없다.
따라서 북측 제의는 한반도 내외의 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우리 사회내부에서 분출하고 있는 통일논의에 혼란을 초래하려는 전술적 차원의 계산도 없지 않은 것으로 분석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북측도 이번 제의를 통해 △국회회담형식으로 여러가지를 상정하고 있어 꼭 연석회의만 고집하지 않을 듯 하며 △의제에도 융통성을 갖고 있고 △특히 이 회담을 계기로 여타 회담과 교역의 길이 열릴 수 있다고 말해 자기들의 종래 주장에 체면을 구기지 않고이를 빌미로 관계개선의 돌파구로 활용할 의사를 완곡하게 비친 것일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어 향후 북측 태도의 동향을 더 탐색해볼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85년 남북국회회담 예비접촉에서도 연석회의를 주장하다가 우리측 요구에 따라 대표회의에 합의해온 점을 고려 할 때 우리 국회가 하나의 목소리로 예비회담을 개최해 거기서 남북국회회담의 구체적 방안을 협의하자고 역제의 할 때 북측도 신축적 태도로 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쌍방의 이 같은 건설적인「제의→역제의」의 순환을 거듭하다 보면 의외로 남북회담의 조기재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수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