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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통화 뒤 中 발표문 "영구 핵폐기까지 대북 제재 지속"은 빠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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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롄(大連)을 떠난 지 5시간 만인 8일 오후 9시 30분(한국시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긴급 통화를 갖고 북핵 해법을 논의했다.

8일 중국 다롄시 방추이다오 국빈관 해변을 산책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8일 중국 다롄시 방추이다오 국빈관 해변을 산책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연합뉴스]

통화 후 미·중 두 나라가 내놓은 발표문은 내용도 결도 달랐다. 중국 외교부는 ‘단계적 행동’을 강조했지만, 백악관 발표문에는 이 내용이 빠졌다. 백악관 발표문에 담긴 “북한 핵과 미사일의 영구 폐기까지 대북 제재의 계속 이행” 역시 중국 측 발표문에는 담기지 않았다. 미·중 정상이 북핵 폐기 절차에서 의견 일치를 거두는 데 실패했다는 방증이다. 미국은 북·중의 ‘단계적 행동’에 중국은 ‘대북제재 지속’에 이견이 있었음을 암시한 셈이다. 특히 중국이 대북 제재의 계속 이행 여부를 발표하지 않은 점은 대북 제재 완화를 놓고 양국 사이에 논쟁이 있었다고 볼 수 있어 주목된다.

미국 백악관은 통화 직후 “두 지도자는 한반도 최근 발전과 시 주석과 북한 김정은의 만남을 포함한 상호 관심사를 토론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영구적으로 폐기할 때까지 대북 제재의 계속 이행의 중요성에 동의했다”고 짤막하게 발표하는 데 그쳤다.

같은 시간 중국 외교부는 미국보다 다소 긴 결과 문을 발표했다. 발표문은 “양국 정상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며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시 주석이 “중국은 북·미 정상회담을 지지한다고 강조했고, 북·미 양측이 서로 마주 보고, 상호신뢰를 쌓으며, 단계로 행동을 나눠, 회담과 협상을 통해 각각의 우려를 해결하고, 북한의 합리적인 안보 우려를 고려하여, 함께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 추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북·중 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단계적·동시적 행동”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분히 전달했다는 의미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오후 3시 이란 핵 협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욕타임스 스트리밍 캡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오후 3시 이란 핵 협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 뉴욕타임스 스트리밍 캡쳐]

중국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전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을 고도로 중시하며 중국이 발휘한 중요한 역할을 평가하며, 중국과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 함께 담판과 협상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을 추동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는 내용이다. 중국의 역할을 평가한 트럼프 발언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도 이견은 밝히지 않은 것이다.
결국 북·중 정상의 다롄 회동과 미·중 정상 간 전화 통화를 거치면서 북·중의 “단계적 해법”과 미국의 “PVID(영구적 비핵화)”라는 대결 구도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한편, 양국 정상은 무역 분쟁의 해법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무역과 투자 관계가 균형을 이루고 미국 기업과 근로자에게 이득을 주도록 보장하는 데 전념하겠다는 약속을 확인했다”고 백악관이 발표했지만, 이 역시 중국 측 발표문에는 담기지 않았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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