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으니 라테’ 평화의 맛 어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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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그려진 커피는 어떤 맛일까. ‘평화의 맛’이라고 하면 얼추 맞을 듯하다.

전주 커피숍 인앤아웃 김정일 대표 #남북정상 얼굴로 라테아트 선보여

전북 전주시 평화동에 있는 커피숍 ‘인앤아웃(IN & OUT)’에서는 남북 정상이 부둥켜안는 모습이 담긴 카페라테를 판다. 커피숍 주인 이름도 의미심장하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친부인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동명이인(同名異人)이다.

김정일(49·사진) 대표는 지난달 27일 일명 ‘이니-으니 라테’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날은 판문점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날이다. 김 대표는 “남북 정상이 만나는 장면을 지켜보면서 이 역사적인 순간을 커피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니’는 문재인 대통령, ‘으니’는 김정은 위원장의 애칭이다.

이니-으니 라테. [사진 '인앤아웃']

이니-으니 라테. [사진 '인앤아웃']

라테 제조 과정은 의외로 간단하다. 두 정상의 이미지를 ‘라테아트 프린터’에 보내면 기기가 알아서 해당 이미지 그대로 우유 거품 위에 커피가루를 잉크처럼 뿌리는 원리다. 어떤 사진이나 글씨도 가능하며 선택된 이미지가 라테 위에 나타나는 데는 10초도 안 걸린다. 전북에서 이 기기(약 1000만원)를 갖춘 커피숍은 이곳이 유일하다고 한다.

한 잔에 5000원인 이니-으니 라테는 최근 일부 손님이 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면서 화제가 됐다. “평화 마시러 간다” “아이디어 대단하다” 등 호평이 대부분이다.

이런 반응에 대해 8일 가게에서 만난 김 대표는 “기계가 하는 건데요”라며 쑥스러워했다. 그는 2016년 5월 동갑내기 아내 이경하씨와 커피숍을 열었다. 2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서다. 책 4000권으로 둘러싸인 커피숍 한쪽에는 그의 이름을 딴 기타 교실도 마련했다. 대학시절 밴드 활동을 한 김 대표가 직장인과 대학생 20여 명에게 기타를 가르치는 공간이다. 그는 “커피숍과 기타학원 두 곳을 ‘들락날락’하라는 의미에서 가게 이름을 ‘인앤아웃’으로 지었다”며 “프랜차이즈 커피숍이었다면 본사 방침 때문에 내 색깔을 가게에 담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릴 때는 ‘위대하신 지도자 동지’라고 놀림을 많이 받았지만, 어른이 돼선 한번 들으면 안 잊히는 이름이라 외려 좋아졌다”고 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가게 홍보에 본인 이름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그는 “SNS에 ‘우리 아들(김정은) 대견스럽다’며 이니-으니 라테 사진을 올렸더니 반응이 뜨거웠다”며 “요즘은 방탄소년단 등 아이돌보다 두 정상 얼굴이 들어간 페이스(face) 라테가 더 인기”라고 귀띔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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