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삼성증권 배당사고 고의 아니지만 위법,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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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배당사고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비한 결과라고 금융감독원이 결론을 내렸다. 회사와 관련 직원들에 대해선 최고 수준의 제재를 예고했다.

금감원, 삼성증권 검사 결과 발표 #"내부통제 시스템이 미비한 결과 #시장 신뢰 흔든데 대한 책임 물어 #최대한 엄정하게 제재할 것" #자조단 "주식 매도 직원 외부 결탁 없어"

금감원은 8일 삼성증권 배당사고에 대한 특별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전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검사결과 발견된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및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위반한 사항에 대해 관계 법규에 따라 삼성증권과 관련 임직원을 최대한 엄정하게 제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재는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 심의 후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 금융위원회의 의결 등을 거쳐 이뤄진다.

반성문 쓰는 삼성증권 임직원

반성문 쓰는 삼성증권 임직원

이번 사태는 삼성증권이 지난달 6일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 2018명에게 현금을 배당하는 과정에서 1주당 1000원의 배당금을 1000주로 잘못 입고해 28억1000만주의 존재하지 않는 주식을 발행ㆍ유통한 사고다.

검사 결과 금감원이 밝힌 문제는 크게 다섯 가지다.
먼저 삼성증권의 우리사주 배당 내부통제 시스템의 부실이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 시스템의 현금배당과 주식배당이 같은 화면에서 처리되도록 구성돼 있었다. 특히 배당처리가 보통의 경우와 달리 ‘조합원 계좌로 입금ㆍ입고’→‘조합장 계좌에서 출금ㆍ출고’ 순서로 이뤄졌다.

곧, 우리사주 조합장이 배당받은 주식ㆍ현금 한도 내에서 조합원들에게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일단 조합원들에게 나눠주고 조합장 계좌에서 배당 주식ㆍ현금을 빼 가는 구조였다. 있는 만큼 나눠주는 게 아니라, 먼저 나눠주고 그 물량만큼을 나중에 메운다는 의미다. 유령주식이 만들어질 수 있는 구조였다.

삼성증권은 우리사주 배당시스템에서 발행 주식 총수(약 8900만주)의 30배가 넘는 주식(약 28억1300만주)이 입고됐는데도 이를 검증하거나 입력 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

지난 1월 주전산 시스템을 교체했는데도, 이런 오류는 거르지 못했다. 업무분장이 제대로 돼 있지 않고 우리사주 배당업무와 관련한 업무 매뉴얼도 없어, 담당 직원이 휴가를 간 사이 업무를 대신한 직원이 실수할 수 있는 개연성을 높였다고 금감원은 판단했다.

둘째, 사고 대응에 미흡했다고 금감원은 지적했다. 삼성증권은 그간 ‘금융사고 등 우발상황에 대한 위험관리 비상계획’을 마련하지 않았다. 2016년 시행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르면, 이런 비상계획은 위험관리기준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특히, 사내 방송시설이나 비상연락망 등을 갖추고 있지 않아 전체 임직원에게 신속하게 사고내용을 전파하고 매도금지 요청을 하지 못했다.

셋째, 일부 직원이 주식을 매도했다. 총 22명이 1208만주의 매도 주문을 냈다. 그 가운데 16명의 501만주가 체결됐다.

특히, 이날 오전 9시 40분 회사가 ‘주식매도금지’를 공지했는데도 14명이 946만주의 매도 주문을 냈다. 이들은 ‘호기심 때문이었다’, ‘시스템 오류 테스트를 위해서였다’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금감원의 판단은 달랐다.

13명은 한 번 매도를 한 뒤에 추가로 매도했다. 3명은 배당받은 주식을 타계좌로 대체하거나 시장가로 주문했다. 5명은 매도주문 후 취소하기는 했지만 주문 수량이 많아 고의성이 의심됐다.

22명 가운데 단 1명 만이 1주를 상한가에 매도 주문 낸 후 실제 주문이 들어가자 취소했다. 금감원은 이 직원만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넷째, 실물주식 입고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 우리사주의 경우엔 실물 주식이 입고됐다는 예탁결제원의 확인 없이도 주식이 매도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이번 배당사고와 유사하게 위조주식이 거래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으로, 전산시스템 계약의 문제다. 최근 5년간 삼성증권은 전체 전산시스템 위탁계약의 72%(2514억원)를 삼성SDS와 체결했다. 삼성SDS와 계약 중 수의계약의 비중이 91%를 차지했다.

삼성SDS는 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 계열사다. 삼성SDS와 체결한 수의계약 98건이 모두 단일견적서만으로 계약이 체결됐고, 수의계약의 사유도 명시돼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금감원은 부당지원을 의심할 만하다고 봤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도 이날 삼성증권 직원들의 미공개 정보이용, 시세조종 등 불공정거래 행위 여부에 대한 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은 “삼성증권 직원들이 주식매도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하거나 시세의 변동을 도모했다는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외부인과의 연계 사실도 나타나지 않았으며, 불공정거래 행위를 의심할 만한 이상 거래 계좌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착오 배당 주식을 대량 매도함으로써 당시 삼성증권 주가를 왜곡한 행위에 대해서는 행정제재 대상인 ‘시장질서 교란 행위’ 해당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시장질서 교란 행위는 2015년 시행된 것으로, 목적성이 없더라도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주는 행위 등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금감원은 착오 입고 주식임을 알면서도 매도 주문한 직원(21명)에 대하여는 업무상 배임ㆍ횡령 혐의로 이번 주 중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삼성SDS에 대한 부당지원(일감 몰아주기) 혐의에 대해서도 이번 주 중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사항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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