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군 지방세 부담, 강남보다 높다? 두루뭉술 재정 공시 때문에 생긴 착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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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조현수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자문위원(평택대 교수)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민욱 기자]

조현수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 자문위원(평택대 교수)가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민욱 기자]

경북 고령군 주민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주민보다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이 더 높다. 2016년 말 지방재정 공시 기준을 보면 그렇다.

조현수 한국매니페스토 자문위원 #부채액 포함한 통합재무제표 필요

행정안전부 정보공개시스템(지방재정 365)에 따르면 인구 3만4000여명의 고령군의 2016년 말 기준 지방세 결산액은 217억3000여만 원으로 1인당 지방세 부담액은 63만4000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강남 3구 평균인 60만2300원보다 많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이유는 ‘산출 근거’ 때문이다. 지자체가 걷는 전체 세금(재산·주민·자동차세 등)을 법인·개인 구분 없이 주민 수로 나누는 단순 계산법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두루뭉술한 지방재정 공시의 단적인 예다.

조현수(사진)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정책자문위원도 “지방재정 공시를 통한 투명재정 확보를 위해서는 법인과 개인이 낸 세금을 분리해 지방세 부담액을 산출, 공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착시현상이 일어나는 것인데 채무 제로 선언도 같은 선상에 있다”고 했다.

지자체들의 채무 제로 공시가 잘못됐다는 것인가.
“잘못됐다기보다 현재의 지방재정 공시는 채무를 갚았느냐, 얼마가 남았느냐 정도로만 발표토록 하고 있다. 어떤 돈으로 갚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적지 않아도 된다. 정보가 단순하다 보니 시민 입장에서는 ‘지자체장 임기 중 채무 제로를 선언했다고 하면 살림을 잘했다’고 잘못 판단할 수 있다.”
공시를 고쳐야 한다는 소리인가.
“지자체가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액과 지방공기업 경영상태 등을 담은 종합적인 재정평가서 또는 통합재무제표를 만들도록 하면 된다. 이것만 보면 향후 지자체 부채가 얼마나 생기는지 예측할 수 있다.”
빚이 지자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맞다. 최근 성장하는 큰 도시의 경우 도시공사 등 산하 기관이 많다. 산하 기관의 부채들도 모두 채무로 잡아야 한다. 다행히 지자체 부채에 악영향을 주는 수익형 민자사업(BTO)이나 임대형 민자사업(BTL)은 내년부터 지자체의 채무에 포함하기로 한 상태다.” 

평택=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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