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들 처벌 원치 않아…조현민 ‘물벼락 갑질’ 형사처벌 불투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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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 [중앙포토ㆍ연합뉴스]

조현민 전 대한항공 광고담당 전무. [중앙포토ㆍ연합뉴스]

이른바 ‘물벼락 갑질’과 관련해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뿌린 음료를 맞은 광고대행사 직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형사처벌이 불투명해졌다.

서울남부지검 형사4부(신영식 부장검사)는 4일 경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불구속 수사할 것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조 전 전무를 처벌할 수 없다는 점을 들었다. 폭행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다.

검찰에 따르면 폭행 피해자 2명 가운데 1명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혔고 나머지 1명은 이날 영장이 신청된 이후 검찰에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다. 추가로 처벌 불원 의사를 밝힌 1명의 피해자는 전날까지도 경찰에 처벌을 원한다는 뜻을 전했지만, 갑작스레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전무가 사람을 향해 유리컵을 던진 것으로 확인되면 특수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특수폭행은 폭행죄와 달리 처벌 의사가 없어도 혐의가 인정되면 처벌할 수 있지만 성립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경찰은 조 전 전무와 회의 참석자 13명 중 12명을 조사했지만 “조 전 전무가 사람이 없는 벽 쪽으로 유리컵을 던졌다”는 진술만을 확보했을 뿐이다.

남은 혐의인 업무방해 혐의도 입증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 전 전무는 경찰 조사에서 물컵을 던지거나 종이컵을 밀친 사실은 인정했지만 자신에게 회의를 중단시킬 만한 정도의 권한은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신의 행위는 정당한 권한 행사이므로 업무방해가 성립할 수 없다는 취지다.

조 전 전무가 ‘물벼락 갑질’에 대한 형사처벌을 모면한다고 하더라도 사정당국의 수사망에서 아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관세청은 조 전 전무를 비롯한 조양호 한진그룹 총수 일가가 대한항공을 이용해 해외에서 명품가방 등 각종 물품을 밀수하고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미국인인 조 전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로 위법하게 재직했는지 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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