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그 아련한 손맛의 추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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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2호 32면

책 속으로 

투 더 레터

투 더 레터

투 더 레터
사이먼 가필드 지음
김영선 옮김, 글담출판사

영문판 출간 당시(2013년 11월) 가디언은 ‘의사소통 수단으로서는 이미 낡아 버린 것에 보내는 연서’라는 묘사로, 뉴욕타임스는 “한때 편지라는 게 있었다”라는 서술로, 이 책을 소개했다. 우리에게도 편지로 소식을 주고받던 시절이 있었다. 오래되지도 않았다. 그 시절 편지는 소식만 전한 게 아니다. ‘마음’을 눌러 담아 전했다. 소대장이 위문편지를 들고 나타나기만 기다렸고, 학과 사무실 우편함에 편지로 띠를 두른 학보가 꽂혀있나 기웃거렸다. 이메일이 편지를 대체한 이 시대에도 ‘편지’라는 말에는 설렌다. 저자는 “이메일이 찔러보기(poke)라면, 편지는 어루만지기(caress)라서 그렇다”(23쪽)고 했다.

이 책의 장르를 ‘이거다’라고 잘라 말하기 어렵다. 편지 형식의 변화나 우편제도의 발전, 이메일의 등장 등 편지의 역사 그 자체도 다뤘고, 편지로 본 시대상과 문학, 인물에 관해서도 얘기한다. 영문판 부제가 ‘사라져가는 세상으로의 여행(A journey through a vanishing world)’인데, 그보다는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라는 번역판 부제가 본질에 좀 더 가깝다.

경매에서 옛 편지를 낙찰받은 경험 소개로 첫 장을 시작한 저자는, 인류 역사상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편지인 고대 로마의 목재서판 얘기로 관심을 유도한다. 편지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연서-예를 들어 아벨라르와 엘로이즈, 나폴레옹과 조세핀, 헨리 밀러와 아나이스 닌의 사랑편지-에도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제법 두껍지만(608쪽), 15개의 장으로 나뉘어 있고 각 장이 독립적이라 끊어 읽을 수 있다. 뒷장을 읽기 위해 앞장을 꼭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장혜수 기자 hsc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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