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자녀지도 "책상앞에 떠나보내자"|사회경험으로취미·소질 길려즐 기회|가족여행이나 전시회·박물관 자주 찾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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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어린이와 중3·고3을 제외한 청소년들이 모처럼 숙제와 보충수업의 부담이 별로 없는 여름방학을 맞는다. 입시위주 교육에 따른 부담을 견디지못한 학생들의 자살이 유독 잦았던 한학기를 보냈으면서도 부진한 학과목을 보충한다든가 성적을 올릴수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또다시 책상앞으로 몰아붙여서는 안된다.
각각 35∼40일 가량의「홀가분한 방학」을 보내게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건강하고 뿌듯한 몸과 마음으로 개학을 맞도록 도와줘야할 때다.
교사·교수·청소년상담전문가들은『무엇보다 공부스트레스로부터 완전히 해방시킬것』을 강조한다. 그대신 산 경험을 넓힐수있는 사회학습·생활교육·심성계발훈련등으로 쉽사리 좌절하지 않고 무엇이든 해낼수 있는 자율성·원만한 인간관계·집중력·안정감·자신감등 기본자질을 길러주라는 이야기다.
주어진 기회를 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짜임새있는 계획이 필수.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형편과 입장을 고려해서 친지방문·가족여행·캠프참가등 방학기간의 전체적인 계획과 함께 매일의 생활계획을 세우는게 좋다. 서봉연교수(서울대)는『여행이나 소풍에 앞서 목적지·준비물등을 자녀들이 알아보고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사본다든가 집에 돌아와서는 무엇이 부족했는지등을 평가해 보도록 하는 것도 계획성과 함께 책임감·협동심등을 길러둘수 있는 생활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느슨해지기 쉬운 방학동안 규칙적인 생활을 위해 가장 중요한것은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고 잠자기. 임채수교사(서울 남천국교)는『그저일찍 일어나라고 하기보다는 다른 가족들이 함께 맨손체조·줄넘기·산책·냉수마시기등을 해서 저절로 일찍 일어나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권한다.
이번 방학은 전반적으로 일정하게 주어진 숙제가 많지않은만큼 고정관념이나 편견에서 벗어나 상상력·창의성·자율성등을 한껏 기를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서교수는「집」이라는 주제를 놓고 사람이나 동·식물과 관련된 갖가지 집의 형태와 특징을 그리든가 적어볼수도 있고, 약수터나 바닷가에 간것을 계기로 물의 종류·맛·흐름·역할등을 두루 알아본다거나, 약국·시장·파출소·도서관·은행·전화국등에서 어떤 사람들이 무슨일을 하는지를 여러모로 조사하는등 각각의 관심과 수준에 맞는 과제를 선택하게끔 돕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굳이 특정한 캠프나 학원에 가지않더라도 각종전시회·박물관·공연장방문등으로 자녀의 취미와 소질을 살리고 인사예절·관람태도등을 지도할 수도있다.
한편 청소년상담연구소이명용소장은『지나치게 경쟁적인 생활속에서 거칠어진 마음을 가다듬기에는 자연과 심성계발훈련이 최고』라면서 특히 심성계발훈련은 사춘기가 시작될 무렵에 자기자신과 인간관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또 평소에는 잇단 시험과 숙제에 몰려 차분히 생각해보기 어려운 진로문제를 여러모로 검토해보라고 권한다. 진로에 대한 견해차로 부모와 자녀가 갈등을 겪는 경우라면 믿을만한 기관에서 진로적성검사및 상담을 받는다든가 친척·선배등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누는등 최선의 선택을 위한 배려가 더욱 필요하다고 밝힌다. <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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