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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문학 "뿌리찾기"활발|중국아류아닌 우리 문학으로 인식|인구·국역도서 출간 잇따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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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문으로 씌어진 선인들의 문학작품인 한국 한문학에 관한 연구및 국역서 출간이 활기를 띠고있다.
한국한문학이 중국한문학의 단순한「주변장르」라는 소흘한 대접에서 벗어나면서 한문학도 우리 문학의 당당한 유산이라는 인식이 구체적인 연구와 번역으로 표현되고 있는것이다.
70년대이후 축적된 한국한문학 전문인력들이 주도하는 이같은 성과로 최근 나온 책들로는『최치원의시정신연구』(성학희·관동출판사) 『한국의인소설연구』(김광순·새문사)『허난설헌의 시론』(기숙희·새문사)『허난설헌의 문학』(김명희·집문당)등이 손꼽힌다.
또 학위논문적인 성격이 짙은 위의 책들에 비해 보다 대중적 수준에서 씌어진 것들로는 『한국한시의 이해』(이범주·민음사), 황현의 절명시를 모은『목숨을 끊으며』(허경진·동천사), 허균의 산문을모은 『시대앞에 서서』(허경진·책세상)등도 있다.
특히 뒤의 두책을 편역한 허경진교수(목원대)는최근 가장 활발한 한문학 번역활동을 보이고 있는데 지난해 말까지 『한국의 한시』시리즈(평민사)를 통해 김시습·허균·정고용·이제현·권석주·매창등의 시선집을 연속 번역해낸바 있다.
또 그동안 우리 문학사에서 한문학의 존재는 아예 무시되거나 극히 간략하게 소개됐을 뿐이었지만 최근 조동일교수(서울대)가 펴낸 『한국문학통사』에서는 한문학이 국문학사 서술에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며 우리문학의 한뿌리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한국 한문학에 관한 연구·번역은 수년전에 비하면 괄목할 성과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한문학에 대한 연구나 번역의 가장 큰 문제는 그 범외가 협소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다산을 비롯한 최치원·이규보·서거정·허균등의 「인기작가」들만의 작품만이 중복 번역되고 있는 실정을 들수 있다. 물론 이는 이들 작가의 작품이 한문학사상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거나 오늘의 우리 상황에 비춰 현재적 의미를 강하게 갖고 있다는 반영이겠지만 한문학유산의 전체규모를 생각할때 턱없이 좁은 범위일 수밖에 없다.
연구에 있어서도 다산등 번역의 대상이 된 일부작가와 작품을 크게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가령 이규보·김시습·다산등의 작가론 주위를 맴돌거나 가부체소설·시화비평등이 대부분인 형편이다.
그렇지만 최근 젊은 연구자들이 기왕의 한문학연구대상 범위를 크게 넓힐 전망이어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80년대 이후국어국문학사분야의 논문을 살펴보면 유득공·임백호·신위등에 대한 연구와 사림파문학 연구가포함돼 있다.

<이당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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