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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불황' 힘든건 영암인데…고용위기지역 슬쩍 낀 목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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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전남 영암군의 대불국가산업단지 전경. 이 지역은 조선업 불황으로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중앙포토]

전남 영암군의 대불국가산업단지 전경. 이 지역은 조선업 불황으로 일자리가 크게 줄었다. [중앙포토]

고용노동부는 3일 조선업 불황으로 고용 타격이 심각한 전남 영암군과 인접 도시인 목포시를 묶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고용위기지역은 경영상 위기와 그에 따른 고용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 대해 정부가 지정한다. 이번처럼 사업체가 소재한 지역이 아닌 배후도시까지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한 것은 처음이다. 이로써 올해 들어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울산 동구와 전북 군산 등 8곳으로 늘었다.

조선업 불황 직접 영향권인 영암에 #“같은 경제권” 자격 미달 목포 엮어 #인접한 지자체까지 포함한 첫 사례 #울산 옆 경주 등 “우리도 지정해야”

고용부는 이날 제4차 고용정책심의회를 연 뒤 “목포시가 영암군과 직·간접적으로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공동체라는 점에서 묶어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고용위기지역과 인접한 다른 지자체도 고용위기지역 신청을 할 가능성이 커 고용위기지역은 늘어날 전망이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실업급여 지급 기간이 60일 연장되고, 재취업 때 1년간 최대 3000만원의 인건비가 지원되는 등 다양한 정부 지원이 이뤄진다. 2400여 명이 구조조정 절차를 밟은 쌍용차 법정관리 때는 정부가 경기도 평택시에 1100억원을, 조선사 줄도산 사태를 빚었던 경남 통영시에는 169억원을 지원했다.

고용부는 “이번 결정은 지난 4월 10~11일 영암군과 목포시에서 조선업 불황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와 일자리 문제 등을 이유로 고용위기지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위기지역

고용위기지역

문제는 두 지역이 고용위기지역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고 있느냐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려면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전국 평균 증감률보다 5%포인트 이상 줄거나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가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해야 한다. 영암군은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전국 평균(2.4% 감소)보다 많은 15.9%나 줄어드는 등 이 조건에 부합한다. 그러나 목포시는 이런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물론 이런 정량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예는 있다. 전북 군산과 창원 진해구다. 하지만 이 지역은 한국GM과 STX조선해양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해 대량 실직 사태가 예견됐다. 이 때문에 사전대응 차원에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목포시는 해당 지역에 연고를 둔 사업체에서 대량 실직사태가 예고되지 않은 상황이다. 대신 “영암군과 사실상 같은 경제권”이라는 이유로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목포 시내에 소재한 기업과 그 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도 고용위기군으로 분류돼 영암군과 동일한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고용부 김형광 지역산업고용정책과장은 “영암군 조선업 종사자의 65%가 목포시에 거주한다”고 말했다. 엄밀히 따지면 이는 고용위기지역 지정과는 별 상관이 없다. 실직자가 목포시에 거주하더라도 영암군 소재 조선소에서 일했다면 전국 어느 지역에서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고, 고용위기지역 지정에 따른 정부의 각종 지원 혜택을 받는다. 영암군에 사업체를 둔 사업주도 마찬가지다. 고용위기지역 지정에 따른 지원은 주거지 여부와 상관없이 사업체의 소재지를 기준으로 사업주와 근로자에게 지원한다는 뜻이다.

울산이 현대중공업이 있는 동구만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받고, 경남 창원시도 진해구만 떼서 지정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목포시가 영암군과 동반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자 다른 지자체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최양식 경북 경주시장은 “경주는 울산 조선소와 자동차 산업 불황의 직격탄을 맞아 고용과 경제 사정이 아주 안 좋다”며 “경주에는 울산 사업체의 협력업체가 많은 등 울산의 실질적인 경제권역인 점을 고려해 고용위기지역 동반 지정 신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지하 경남 창원시 일자리정책과장도 “당초 창원시 전체를 고용위기 지역으로 지정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려 했으나 고용부에서 정량적 지표가 충족되지 않는다고 해서 진해구만 지정신청을 했다”며 “경제권역 개념을 적용하면 사정이 달라지는 만큼 창원시 전체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 신청하는 방안이 가능한지 확인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기를 겪는 지역을 도와야 하지만 이를 너무 광역화하면 고용보험 재정 악화와 같은 부작용이 염려되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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