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반도 평화위협의 근원을 제거하기 원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조선(북한)의 굳건한 입장”이라며 “조선은 (관련국들과의) 대화 복원을 통해 상호신뢰를 쌓고 한반도 평화 위협의 근원(根源)을 제거하는 것을 논의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김 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3일 평양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다.[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면담.... 북·미 정상회담 앞두고 북·중 공조 과시

김 위원장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각별한 안부를 전한 뒤 “한반도 평화 안정을 위한 중국의 적극적인 공헌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국과의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왕 국무위원은 “북한의 적절한 시세판단과 과감한 결단으로 한반도 정세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추켜세운 뒤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과 시대의 획을 긋는 판문점 선언 발표를 축하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국은 ▶전쟁 상태의 종결과 평화체제로의 전환 ▶경제건설을 향한 전략 무게중심 전환 ▶비핵화 추진 과정에서 북한의 안전 우려 해결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왕 국무위원은 하루 전날인 2일 이용호 북한 외무상과의 회담에서도 ▶북한의 사정에 맞는 발전 방안 ▶경제건설을 위한 역량 집중 ▶남북 관계 개선 등을 지지한다고 전했다.

북한을 방북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겸 외교부장이 2일 이용호 외무상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중국 외교부 제공]

중국 외교부의 발표문에는 평소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전력 지지’란 표현이 다섯 군데 등장했다.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북ㆍ중 관계의 굳건함과 공조 체제를 연출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과 왕 국무위원 모두 북중 전통 우호를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조중(북중) 우호는 양국 선대 지도자들이 남긴 보배로운 유산”이라고 말했다. 이번 방북은 중국 외교부장으로선 11년만에 이뤄졌다. 그는 1박2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친 뒤 3일 저녁 귀국했다.

발표문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왕 국무위원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과정에서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을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앞서 이용호 외무상과의 회담에서는 “중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고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를 앞세워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은 “왕 국무위원은 남북정상회담에 이은 북ㆍ미정상회담을 통해 현재 정전체제가 종전선언에 이어 평화협정으로 가는 과정에서 중국이 배제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력히 피력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북한과 미국 등 3자의 손에 의해 한반도 정세가 흘러가는 데 대한 우려가 담긴 것이기도 하다.

반면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중국은 국제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한반도 평화 체제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당사자”라며 ‘차이나 패싱’론에 관한 과도한 해석을 경계했다. 익명을 요청한 소식통은 “판문점 선언에 중국이 빠진 3자회담이 언급되자 다급해진 중국이 왕 국무위원을 급파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왕 국무위원의 방중은 판문점 회담 이전인 지난달 10일께 확정된 것으로 북ㆍ중 관계의 완전한 복원은 양측 모두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을 포용함으로써 동북아의 지역 질서 구축에 발언권을 더 높일 수 있고 북한은 미국과의 담판을 앞두고 중국이란 든든한 후견세력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것이다.  베이징=예영준 특파원 yyju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