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열중시 「사법부안정」에 역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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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법원의 이번 법원장 급을 포함한 법원고위인사는 한마디로 원칙과 서열을 중시해「사법부 안정」에 가장 중점을 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대법원은 스스로 인사원칙을『특별한 장해사유가 없는 한 서열에 중점을 두었으며 몇 분 대법관의 의견을 참작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금까지 법관인사 때마다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법관들의 불평대상이 됐던「대법원장 전횡인사」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몇 분 대법관의 의견을 참작」했다고 밝힌 것은 결과는 차치하고라도 민주화시대를 맞아 진일보된 인사로 평가되고있다.
이대법원장은 국회동의직후 「개인적으로는 공개인사가 원칙」이라고 밝혀 수석대법관 등의 의견을 많이 반영했을 것이란 후문이다.
당초 대법관인사에서 누락된 원로급에서 몇 명이 사표를 내느냐에 따라 승진·인사 폭이 관심거리였으나 2명이「용퇴」, 결국 승진보다는 전보가 많아「자리바꿈」에 그친 것이 전체적인 특징.
고등법원장급 5명은 모두 일선법원의 최고원로급이란 점에서 대체로 서열위주인 듯한 느낌.
허정훈 인천지법원장이 고법원장 최상위 급인 사법연수원장으로 발탁된 것은 뛰어난 대인관계와 풍부한 일선법원 근무경험을 후배법조인교육에 쏟도록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법원장급에는 고법부장에 머무르던 고시13회가 처음으로 6명이나 한꺼번에 승진되어 사법부에13회 법원장시대가 열렸다. 법원장 승진6명중 5명은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에서 서열대로 발탁됐고 1명이 지방인 부산고법 수석부장이 승진해 눈길.
이로써 지법원장은 종전고시 8∼12회에서 고시 10∼13회로 바뀌었고 처음 법원장에 진출한 13회가 가장 많아 주류를 이루게 됐다.
고법부장급 전보 중 특히 손진곤 서울형사지법 수석부장판사를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으로 전보 한 것은 관심거리. 손수석 부장은 법관서명 파동 등에서 소위 「정치판사」의 대표 격으로 지목을 받아 인사결과가 주목됐으나 결국 문책성 좌천인사를 당한 셈이 됐다.
손수석 부장은 사법부 개편과정에서 「조용한 뒷자리」를 자원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5공화국 시절 사회정화위에 파견됐던 김헌무 서울고법부장의 서울민사지법 수석부장 발탁은 외부기관에 파견됐었던 전력이 반드시 「낙인」만은 아니란 것을 입증한 셈. 김부장은 모나지 않은 성격에 항상 정도·균형을 잃지 않아 법원 내 요직기용이 예상됐었다.
지법부장에서 고법부장으로 8명이 승진했으나 사시4회 밑으로 내려가지 않은 것도 특색. 지난해 사시4회까지 승진해 올해에는 사시5∼6회로 승진대상이 내려갈 것으로 일부 예상됐으나 고시출신 5명을 포함해 그 동안의 인사에서 누락된 고시와 사시1, 2회의「고참」들을 구제하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지법부장급을 포함, 일반법관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보이지만 이번 간부급 인사로 보아 새 사법부는 그 동안 침체됐던 분위기를 씻고 안정위주로 나갈 것임이 틀림없어 재야가 기대하는 혁신적인 인사는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권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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