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나무] 아차, 도둑에게 고운 달을 줄 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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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달을 줄 걸 그랬어

존 무스 글.그림, 이현정 옮김
달리, 32쪽, 9500원

잃어버린 진실 한 조각
더글라스 우드 글, 존 무스 그림, 최지현 옮김
보물창고, 56쪽, 1만3000원

그림책 한 권이 오래도록 여운을 남길 때가 있다. 미국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존 무스가 그린 '달을 줄 걸 그랬어'와 '잃어버린 진실 한 조각'이 그런 책들이다. 잠시 사색의 순간을 갖게 하는 깊이 있는 글과 무스의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수채화가 행복하게 만났다. 두 권 다 그림만 음미해도 시간이 아깝지 않은 책이다.

'달을 줄 걸 그랬어'의 부제는 '선(禪) 이야기'다. 자기 자신을 다시 들여다본 뒤 세상살이에 임하는 마음가짐을 평안히 갖는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 어느 날 삼남매네 옆집으로 '메리 포핀스'마냥 우산을 쓰고 날아온 판다곰이 아이들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라이 아저씨와 달'은 자기 집에 침입한 도둑에게 오히려 선물을 준 라이 아저씨의 사연이다. '어떤 손님이든 빈 손으로 돌려보내는 법이 없는' 라이 아저씨는 도둑에게 "줄 만한 것이 없다"며 입고 있던 헌 옷을 벗어준다. 도둑이 가고 난 뒤 달을 쳐다보던 그는 탄식한다. "고작 다 해진 옷 한 벌을 들려보내다니. 이 아름다운 달을 줄 수도 있었을텐데."

'마음을 다스려라''모든 것은 마음 먹기 나름이다' 식의 주제는 나머지 두 이야기에서도 여일하다. '농부의 행운'은 우리에게 익숙한 새옹지마 고사에서, '무거운 짐'은 '라이 아저씨의 달'과 함께 일본 선승 무주선사의 시에서 발췌한 것이다. 작가는 삼남매와 판다곰이 등장할 때는 컬러 수채화로, 판다곰의 이야기는 흑백의 잉크 스케치로 뚜렷하게 대비를 시켜 풍성하고 입체적인 느낌을 연출했다. 이 책은 올해 미국도서관협회가 우수 그림책에 주는 칼데콧 상을 받았다.

'잃어버린 진실 한 조각'은 나만 소중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똑같이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아름답고 평화로운 땅에 진실 한 조각이 떨어진다. 그런데 진실은 온전하지 못하고 두 동강이 나있다. 동물들 은 진실이 불완전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걸 알지 못하고 '위대한 진실'이라고 이름을 붙여준 뒤 서로 그것을 갖겠다고 다툰다. 이 땅은 나뿐 아니라 더불어 사는 곳이라는 깨달음이 있을 때 비로소 세상에 평화가 깃든다는 내용을 차분하게 전달한다. 글의 양이 많아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무스의 다른 책들로는 '비야, 내려라!' '세 가지 질문' '돌멩이국' 등이 나와 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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