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알림이 된 ‘박태준맨’ "생존 비결은 YS 정부 때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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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뿔도 없는 나라가…”

조용경 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 인터뷰

찌는 듯한 더위에 ‘황금의 나라 미얀마’라는 간판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이 나왔다고 한다. 1인당 GDP래 봐야 1200달러(2018년 IMF 기준 1264달러) 남짓이다. 북한보다 조금 나은 정도인 나라가 ‘황금의 나라’라니… 2013년 8월 미얀마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조용경 글로벌인재경영원 이사장에게 다가온 미얀마의 첫인상이었다.

뗏목을 타고 칼라단강을 건너는 여인들 [사진제공=조용경]

그런 그가 4년 만에 『뜻밖에 미얀마』라는 책을 들고 나왔으니 제목처럼 뜻밖이다. 지난 2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 이사장은 두 손으로 책을 쓰다듬으며 멋쩍은 표정으로 “미얀마 짝사랑에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빈말이 아니다. 조 이사장은 지난해까지 4년간 ‘쥐뿔도 없는’ 나라를 16차례나 찾았다. 미얀마 전국 14개 주(州) 중 12개 주를 돌아봤다.

하지만 전기 보급률이 35% 정도에 그치는 미얀마에서 번듯한 도로나 철도를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소설 『정글북』의 배경으로 추정되는 고대 사원의 도시 므라욱 우(Mrauk Oo)에 갈 때는 6시간이나 배를 타고 칼라단강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했다. 현지인들도 “12개 주나 가본 사람은 우리 대통령 외엔 당신뿐일 것”이라며 놀라워했다고 한다.

미얀마의 숨겨진 고대 사원의 도시 무라욱 우 [사진제공=조용경]

여행을 하며 처음에 코웃음 쳤던 '황금의 나라'가 빈말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고 한다.

“루비·사파이어·호박과 같은 보석 매장량이 동남아 최대인데 루비는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예요.”

『뜻밖에 미얀마』는 그가 4년간 누빈 활동이 137장의 사진과 글로 압축된 여행서이자 미얀마 소개서다.

조 이사장은 과거 '박태준맨'으로 불렸다. 박 전 총리 국회의원 시절인 1981년 보좌관으로 인연을 맺어 자민련 총재 비서실 차장까지 지냈다. 이후 포스코 엔지니어링 대표이사, 포스코건설 송도사업 본부장 등을 지냈다. 박 전 총리가 김대중 정부에서 낙마해 야인이 됐을 때도 포스코에 '무사히' 남아 2012년까지 일했다.

'장수 비결'을 물었더니 "김영삼 정부의 경험"을 들었다. 그는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자 박태준 전 총리는 일종의 '적폐' 1호가 됐다. 나도 측근이라는 이유로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그 때 꼬투리를 남기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이후 정해진 월급과 권한 외엔 쳐다보지도 말자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는 어디서든 쉽게 불탑을 볼 수 있다 [사진제공=조용경]

이런 이력 때문인지 책에도 미얀마의 정치, 사회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적지 않다. 로힝야족 인권탄압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아웅산 수치 여사에 대한 시각도 조금 다르다.

“이들의 관계엔 한일 문제만큼 복잡한 과거사가 깔려 있습니다. 정치적 입지가 아직 탄탄하지 않은 수치 여사가 온건책을 폈다가 여론이 안 좋아지면 군부가 언제 치고 들어올지 모릅니다. 일단 어렵게 싹을 틔운 미얀마의 민주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