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세녀도 더듬었나, 한림원 뒤흔든 '나쁜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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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공주(왕세녀).

스웨덴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공주(왕세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한림원(Swedish Academy)이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스캔들로 몸살을 앓는 중에 이번엔 스웨덴 왕세녀까지 피해자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을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여성 18명 추행한 혐의 사진작가에 공주도 피해 의혹 #스웨덴 언론 보도에 왕실 별도 언급 없이 "미투 지지" #종신위원 집단 사퇴로 올 노벨문학상 선정 미뤄질 수도

영국 텔레그래프 등은 29일(현지시간) 스웨덴 미투 파문의 당사자인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가 2006년 한림원의 한 행사에서 스웨덴 왕위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공주의 몸을 더듬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당시 목격자들이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더트'에 밝힌 바에 따르면 한림원 행사에 참석 중이던 빅토리아 공주에게 아르노가 뒤에서 슬쩍 접근했다고 한다. 공주의 목에 닿은 아르노의 손이 스르르 엉덩이까지 내려가는 것을 본 여성 보좌관이 황급히 다가가 아르노를 밀어냈고 그는 휙 사라졌다. 당시 27세이던 공주는 눈치 못 챘던 듯 “무슨 일?”이라며 놀란 표정이었다고 목격자는 전했다.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스웨덴 왕실 측은 “개별적 사안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면서 다만 미투 운동을 지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했다.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들의 집단 사퇴로 이어진 성추문 스캔들의 당사자인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와 그의 아내 카타리나 프로스텐손.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한림원 종신위원들이 아르노 스캔들에 항의해 줄줄이 사퇴하면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이 미뤄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들의 집단 사퇴로 이어진 성추문 스캔들의 당사자인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와 그의 아내 카타리나 프로스텐손.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한림원 종신위원들이 아르노 스캔들에 항의해 줄줄이 사퇴하면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이 미뤄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저명한 사진작가인 아르노는 지난해 11월 여성 18명으로부터 10여년간 성추행·성희롱을 저지른 가해자로 지목됐다. 아르노가 한림원 종신위원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인데다 한림원의 재정 지원을 받아 스톡홀름에서 문화센터를 운영해온 것으로 밝혀지면서 불똥은 한림원에까지 튀었다. 여기에 프로스텐손이 노벨상 수상자 명단을 사전에 유출한 혐의까지 받으면서 한림원의 위상이 삽시간에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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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한림원이 미온적 대응에 그친 데 항의해 이달 초 종신위원 18명 가운데 3명이 집단 사퇴했다. 이어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도 책임을 지고 물러나고 프로스텐손도 결국 종신위원직을 내놓는 등 모두 6명이 이 사태로 그만뒀다.

2011년 10월 6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를 발표하고 있는 페테르 엥글룬드 당시 한림원 사무총장. 이달 초 엥글룬드 등 한림원 종신회원 3명은 최근 '미투' 파문에 대처하는 조직에 실망감을 표하며 집단 사직했다. [AP=연합뉴스]

2011년 10월 6일(현지시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스웨덴 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를 발표하고 있는 페테르 엥글룬드 당시 한림원 사무총장. 이달 초 엥글룬드 등 한림원 종신회원 3명은 최근 '미투' 파문에 대처하는 조직에 실망감을 표하며 집단 사직했다. [AP=연합뉴스]

텔레그래프는 현재 종신위원이 10명밖에 남지 않아 올 10월로 예정된 노벨문학상 수상자 선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수 있다고 전했다. 페르 바스트베르그 노벨상 선정위원장은 영국 일간 가디언에 "올해 수상자 선정이 보류되면 내년 10월에 수상자를 2명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림원은 오는 5월 3일 회의에서 수상자 선정 연기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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