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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귀재 짐 로저스 “북 경제는 세게 눌린 용수철, 투자할 좋은 기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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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1호 16면

짐 로저스. [사진 KBS1 캡처]

짐 로저스. [사진 KBS1 캡처]

“북한은 눌린 용수철이다.”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76) 로저홀딩스 회장이 진단한 현재 북한 경제다. 애초 중앙SUNDAY가 그의 싱가포르 저택에 전화를 건 목적은 원유·금·구리·곡물 등 상품시장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가 먼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서울 분위기는 어떤가?”라고 물었다. 기대와 경계 심리가 섞여 있다는 요지로 대답한 뒤 인터뷰를 시작했다.

대북 투자에 관심 #자유무역지대 10곳, 시장경제 시작 #북에 투자한 중국인들 부자 될 것 #글로벌 증시 비관론 #세계 빚더미, 금리 오르면 이자폭탄 #내년엔 생애 최악 조정 시작될 수도 #미·중 무역전쟁 파장 #트럼프와 참모들 뭘 모르고 있어 #상황 악화시키면 조정 더 심해져 #주가 추락 대비 투자 #금값 온스당 1000달러 이하땐 매입 #곡물·농장 가격 안 떨어져 사둘만

북한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
“관심이 적지 않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곳에 투자해 적잖은 수익을 올렸다. 한때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고 싶다’, ‘북한 화폐를 사들이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로저스는 2014년 이후 미국 CNN머니 등과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을 자주 드러냈다. 그는 “김정은의 아버지나 할아버지 때 같으면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마오쩌둥 시절의 중국 같으면 중국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 이야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요즘 북한 경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
“세게 눌린 용수철 같아 보인다. 누르는 힘만 약해지면 아주 빠르게 튄다. 누르는 힘은 군사 갈등이다. 하지만 이제 나도 평화를 원하고 당신도 평화를 원하고 북한 김정은도 원하고 있다.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2년 전 ‘지금 북한은 1980년대 초 중국과 비슷하다’고 말했는데, 여전히 그렇게 보고 있는가.
“북한 안에 자유무역지대가 10여곳 된다. 막 시장경제가 시작되고 있다. 최근 중국 사람들이 북한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들은 나중에 중국에서 가장 큰 부자가 돼 있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 회담이 글로벌 주가 등에 얼마나 영향을 줄까.
“미국 국채 등의 값이 내려가고 있다(시장 금리 상승). 금리가 올라 주가가 불안하다. 하지만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되면 일단 세계 주가에 좋다. 다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다.”
왜 그런가.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내 생애 가장 최악의 조정(the worst correction of my lifetime)이 일어날 것이다.”


주가 57% 이상 추락할 수도

순간 귀가 번쩍 뜨였다. 요즘 세계 경제는 비교적 잘 나가고 있다. 그런데 로저스 생애 최악의 조정이라고 했다. 그는 1942년에 태어났다. 이후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20% 이상 떨어진 사례는 10차례 정도 된다. 최악의 조정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56.8%)였다. 그다음은 2000년 닷컴 거품 붕괴(-49.1%)와 1973년 1차 오일 쇼크(-48.2%)였다(그래픽 참조). 그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주가가 57% 이상은 추락할 수 있다.

근거는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10년이 흘렀다. 내가 태어난 이후 7~8년마다 주가가 크게 출렁거렸다. 이제 때가 됐다. 이것보다 더 확실한 근거가 무엇이겠는가. 지금은 최악의 순간이 오기 전에 시장을 즐길 때다.”
때가 됐어도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질 요건이나 방아쇠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세계에 빚이 너무 많다. 온통 빚! 빚! 빚! 이다(웃음). 빚이 너무 많아 세계 경제가 견디지 못할 것이다.”
미국 등의 정부 부채를 말하는 것인가.
“정부 부채뿐이 아니다. 요즘 회사채와 정크본드, 가계부채 등 수많은 채권이 나돌고 있다. 금리가 1% 포인트 오르면 한 해 이자 부담이 얼마나 늘어나는지 계산해봐라.”

“내년엔 유쾌하지 않은 일 벌어져”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인터뷰 직후 이자 부담을 계산해봤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세계 국가와 민간 부채는 92조4500억 달러(약 9경9846조원) 정도였다. 금리 1% 포인트가 오르면 한해 이자 부담이 9245억 달러 정도 불어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국내총생산(GDP)은 9322억 달러 안팎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기준 금리를 서너 차례 올릴 전망이다. Fed의 요즘 금리 인상 폭은 0.25%포인트다. Fed가 작게는 0.75%포인트, 많게는 1%포인트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정도 기준금리가 오르면 회사채나 가계부채 금리는 더 큰 폭으로 뛸 수 있다.

요즘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3%에 육박하고 있다. 주가가 약세다. 이를 최악의 조정 시작으로 봐야 하나.
“아직은 아니다. 북한 핵 문제 해결 같은 시장에 좋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주가가 조금이라고 오를 것이다. ‘마지막 환호(the last hoorah)’이니 즐기면 된다. 아마도 내년이면 유쾌하지 않은 일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세계 증시가 최악의 조정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될까.
“내가 통계 전문가가 아니니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현재 시점에서 50% 이상이라고 본다.”
그 정도라면 최근 미국과 중국이 시작한 무역전쟁이 더 걱정된다.
“(목소리를 갑자기 높이며) 아까 나도 평화를 원하고 당신도 원하고 전 세계가 평화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트럼프만 자신이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 무엇이 좋은지를 모르고 있다.”
트럼프가 뭘 모르고 무역전쟁을 시작했다는 말인가.
“정말 그렇다. 그는 정말 뭘 모르고 있다. 여기에다 그의 참모들은 더욱 모르고 있다.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면 내생에 최악의 조정이 더 심해진다.”

"원유·구리·금값 오르지 않을 것”

로저스는 이른바 ‘닥터 둠(비관론자)’은 아니다. 그는 2000년 이전에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는 슈퍼 사이클을 예측했다. 다른 사람들이 중국의 부채위기를 걱정할 때 그는 “아직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이런 그가 특유의 괄괄한 목소리로 “내 생애 최악의 조정”이란 말을 내뱉었다.

요즘 국제 유가가 70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적잖은 상품시장 전문가들이 또 다른 수퍼 사이클을 예상한다. 당신 생애 최악의 조정이 벌어진다면 원자재 가격은 어떻게 될까.
“빚 때문에 주가가 빠르게 내려가 결국 실물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데 원유·구리·금 등의 값이 오르기는 불가능하다.”
금값은 요즘 1온스(31.1g)당 1300달러를 웃돌고 있다.
“많은 사람이 두려워지면 금을 산다. 하지만 주가가 가파르게 떨어질 때 금값은 오르지 않는다. 온스당 10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면 나는 금을 좀 사겠다.”
최악의 조정을 대비해 무엇을 사두면 좋을까.
“(언성을 높이며) 다른 사람 말 들을 필요 없다.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곡물 등 농산물에 투자해라! 농장을 사두는 것도 좋다. 농산물 가격이 2008년 절정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밀값은 2008년 1톤당 430달러 정도였다. 지금은 190~200달러다. 최저 가격(141달러)에서 조금 회복했다. 주가가 떨어지고 경기가 침체해도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짐 로저스

1942년 미 볼티모어에서 태어났다.
예일대에서 역사를,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학·경제학 공부했다.
조지 소로스와 퀀텀펀드를 설립해 많은 돈을 벌었다.
워런 버핏과 소로스와 더불어 3대 투자자로 통한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아내 페이지 파커와 살고 있다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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