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동해선·경의선 '연결'을 넘어 '현대화'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판문점 선언에 포함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 연결은 2007년 10·4선언의 연장선이다. 10·4선언 5항에 ‘남북한은 개성-신의주 철도와 개성-평양고속도를 공동으로 이용하기 위해 개보수 문제를 협의 추진해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판문점 선언이 10·4선언과 차이점은 ‘연결’에서 끝나지 않고 ‘현대화하여 활용’한다는데 방점을 찍었다는 것이다.

판문점 선언, 10·4선언에서 철도·도로 계승 #북한, 원산-금강산철도 현대화 제안서 발표 #구체적인 수치를 처음으로 발표해 눈길 #기존 경의선 도로 산업거점과 연결 미비 #주행거리 60~80km로 현대화가 필요 #김정은 "교통이 좋지 않아 민망하다"

◇동해선 철도=2007년 5월 북측 금강산역과 남측의 제진역의 단절노선(25.5km)을 복원해 한 차례 시범운행한 뒤 더 이상 열차 운행을 하지 않고 있다. 제진역~강릉역(104.6km)은 현재 끊긴 상태다. 이번에 선언한 동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은 구간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궁금증을 낳고 있다.

금강산 관광객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동해선 육로를 통해 남북출입사무소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금강산 관광객들을 태운 관광버스들이 동해선 육로를 통해 남북출입사무소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최근 ‘원산-금강산철도 현대화를 위한 투자제안서’를 발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를 염두해 두고 동해선 철도 연결 부문을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제안서에는 원산-금강산간 관광철도 운영에 맞게 현재 철도를 개건하며 늘어나는 여객 수송 수요를 충족시키면서 관광객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관광여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북한은 제안서를 통해 금강산역에서 북쪽인 원산역까지 연결하려고 한다. 거리는 118.2km로 레일 1만2300개, 침목 25만7086개, 교량 현대화 44개소(695m), 터널 개량 13개소(645m) 현대화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북한이 제시한 비용은 2억6194만 달러, 차량 구입비용 6150만 달러 정도다. 아울러 1일 여객수요는 3년차까지 3000명, 그 이후는 7000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강산역~원산역은 남·북·중·러 다자간 개발협력사업으로 추진이 가능하다. 남북한이 합의하면 조기 추진이 가능하며 북한의 수용가능성이 높은 사업으로 경제성 창출이 가능하다. 한-러간 논의됐던 TKR-TSR 연결사업의 일부 노선으로 향후 한-러간 협력 사업의 모멘텀을 유지할 수 있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의 조기 시범사업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경의선 철도=2007년 12월 문산~봉동(개성공단 입구) 구간이 연결됐으며 개성~신의주 철도는 10·4선언에 언급하고 판문점 선언에 포함한 대로 현대화가 필요한 상태다. 개성~신의주 철도는 개성~사리원~평양~신의주를 연결하는 423.4km의 노선으로 서해안 지대를 종주하는 북한의 핵심 철도망이다. 경의선은 평양~신의주 구간의 평의선(225.7km)과 평양~개성 구간의 평부선(197.7km)으로 구성된다.

남북한은 2002년 경의선 철도 연결 공사를 위한 남북한 비무장지대(DMZ)의 지뢰 제거 작업에 합의했다. [사진=중앙포토]

남북한은 2002년 경의선 철도 연결 공사를 위한 남북한 비무장지대(DMZ)의 지뢰 제거 작업에 합의했다. [사진=중앙포토]

평의선은 전 구간이 전철화되고 레일도 중량화(50kg/m)돼 수송능력과 운행속도가 그나마 우수한 편이다. 평의선은 전체의 약 15%인 33.6km가 복선이며 신의주에서 압록강 철교를 통해 평양~베이징(1347km) 간 국제열차를 운행할 수 있는 철도 교통축이다. 또한 대부분 평야지대를 통과해 터널도 5개에 불과하고 교량은 170여개가 있다. 평부선은 전구간이 전철화돼 있으며 레일도 중량화돼 있다.

◇경의선 도로= 현재 문산~개성까지 연결돼 있다. 개성~평양고속도로는 현대화가 필요하다. 이 도로는 162km로 1992년 개통됐다. 왕복 4차선(약 24m)으로 하루 화물수송능력이 1만5000t 수준이다. 북한 최초의 아스팔트 고속도로인 개성-평양고속도로는 터널 18개소, 교량 84개가 있다.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40~50km 수준으로 개성에서 평양까지 승용차로 1시간 30분, 버스로는 2시간 정도 소요된다. 개성에서 북쪽으로 70km 지점에는 서흥휴게소가 있다.

그동안 개성-평양고속도로는 주로 판문점, 황해북도 사리원지역 관광객 수송 및 지역간 여객수송에 이용됐다. 아울러 양곡·건자재의 장거리 수송에 제한적으로 활용됐으며 유사시 일부 구간은 비상활주로 기능이 가능하다.

개성-평양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지역들이 산업 거점으로 미비하다는 단점이 있다. 황해북도 평산군(석재), 사리원시(곡물, 과일농장, 방직), 봉산군(2.8시멘트연합기업소) 등이 있으나 항만·산업·광물 거점 등과 떨어져 연계가능한 새로운 산업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따라서 기존 노선을 수정해 해주 방향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김 위원장은 “평창올림픽을 다녀온 사람들이 남한의 고속열차가 좋다고 하더라. 남측의 환경에 있다가 북한에 오면 참으로 민망할 수 있겠다. 북한은 교통이 안 좋지만, 대통령이 오시면 편히 모실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개성~평양 고속도로 현대화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달라는 요구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앞으로 북한과 남한이 철도로 연결되면 남북이 고속철도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것이 6·15, 10·4 합의서에 담겨 있는데 10년 세월 동안 그리 실천을 하지 못했다. 남북 관계가 완전히 달라져 그 맥이 끊어진 것이 한스럽다. 김 위원장께서 큰 용단으로 10년 동안 끊어졌던 혈맥을 오늘 다시 이었다”고 밝혔다.

안병민 선임연구위원은 판문점 선언에 대해 “남북 간 교통망 연결뿐 아니라 현대화해 활용하기 위한 실천적 대책들의 추진까지 합의했다”며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 운송시장의 지각변동까지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ko.soosu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