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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7명 북쪽 9명 수행 … 합참의장·총참모장 이례적 동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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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7일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9명의 수행원을 대동한다.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26일 공식 브리핑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최휘·이수용 당 부위원장,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이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이용호 외무상,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이 공식 수행원”이라고 밝혔다. 남측은 임 실장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정경두 합참의장(공군 대장)이 수행한다.

수행원 명단에 담긴 회담 의제 #북한 인민무력상까지 함께 와 #중대한 군사적 사안 다뤄질 전망 #대남 부문 김영철·이선권 포함 #정치적 적대 해소 등 현안 챙길 듯 #김여정, 김정은 참석 행사 전담 #국가수반 김영남은 격 높이는 역할

이들 중 김영남·최휘·김여정·이선권 등 5명은 지난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식 때 북측 고위 대표단으로 방한했다. 공식 수행원 절반 이상이 최근 방한해 문 대통령과 한 차례 이상 만나 회담장에서 어색함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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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 공식 수행원들의 면면을 보면 이번 회담의 의제를 미리 짐작해 볼 수 있다. 단연 눈에 띄는 인물은 이명수 총참모장(우리의 합참의장 격)이다. 총참모부 작전국장과 국방위원회(현 국무위원회) 행정국장, 인민보안상(경찰청장 격) 등을 두루 거친 뒤 2016년부터 야전군을 지휘하고 있다. 전후방과 육·해·공군 전력이 모두 그의 지휘 아래 있다. 그런 점에서 이명수를 포함한 건 이번 회담에서 비무장지대(DMZ) 안의 감시초소(GP) 철수 등 휴전선 일대의 긴장 완화 조치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임 실장은 “이명수 총참모장이 포함될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며 “(북한)군 핵심 책임자들의 참석은 이번에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남북 긴장 완화에 대한 내용이 중요하게 다뤄져서 포함한 걸로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북측이 이명수를 포함시키며 정부는 카운터파트인 정경두 합참의장을 공식 수행원에 포함했다.

국방부 장관 격인 박영식 인민무력상이 수행원에 포함된 것은 긴장 완화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행정 또는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차원이다. 김 위원장이 북한 군사 부분의 투톱(작전과 행정 책임자)을 대동해 군사적 문제를 다루겠다는 뜻이다.

당 통일전선부장을 겸하고 있는 김영철과 이선권이 공식 수행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건 당연하다는 평가다. 김영철은 당에서 대남 전략과 정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토대로 남북대화에 나서는 인물이 이선권이다. 이선권은 지난 1월 9일과 3월 29일 고위급회담의 북측 단장(수석대표)을 맡았다. 이들은 군사문제나 비핵화를 제외한 정치적인 적대관계 해소와 통일문제 등 남북관계 현안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중 몇 명이 정상회담에 배석할 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수행원만 놓고 보면 이전 정상회담과는 차이가 크다. 당시에는 김용순(2000년) 대남비서, 김양건(2007년) 대남비서 한 명만 정상회담에 배석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국방·통일·외교 분야의 투톱들을 모두 배석시켰다. 김 위원장은 외교 분야 수행원 역시 투톱으로 꾸렸다. 외교를 맡고 있는 이수용과 이용호는 대남 분야의 김영철-이선권 관계와 유사하다.

선전선동부에서 김 위원장이 참석하는 행사를 담당했던 김여정 제1부부장은 최근 정책 전반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남이 포함된 건 다소 의외다. 김정일 국방위원장(2011년)은 생전 “김영남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라”(2000년), “답방할 경우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갈 거다”(2007년)는 등 김영남 위원장을 국가수반으로 내세웠었다. 그래서 그의 참석은 수행원단의 격을 높이면서도 형식적으로는 김영남 위원장과의 회담으로 규정할 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정용수·이철재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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