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보다 강한 '플라스틱 여인' GE플라스틱 CEO 베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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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의 인터뷰 장소에 들어선 샤린 베글리(39.사진)는 활짝 웃으며 힘차게 악수를 건넸다. "반가워요" 커다란 눈에 오똑한 콧날, 빨간 티셔츠에 검정 정장이 돋보이는 미인이었다. 이 젊고 활달한 여성이 지난해 매출 66억 달러(6조4100억원)의 GE플라스틱의 최고경영자(CEO)였다. 그가 이끄는 직원은 전세계에 1만1000명이다. 1988년 GE에 입사한 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왔다.

GE플라스틱 CEO는 GE 그룹 안에서 요직 중의 요직이다. GE의 전 회장 잭 웰치와 현 회장 제프리 이멜트, 그리고 존 라이스 부회장과 데이비드 칼훈 부회장 모두 GE플라스틱 CEO를 거쳤다. "GE플라스틱에선 자동차.정보기술(IT).의료기기 같은 다양한 분야를 두루 배울 수 있어요. 고기능성 공업용 플라스틱을 쓰지 않는 첨단제품은 거의 없으니까요."

그는 강도높은 CEO 훈련을 받아 오늘 이 자리까지 왔다. 버몬트 대학을 나와 GE에 입사한 뒤 재무 간부 양성프로그램(FMP) 등에서 6년간 예비 리더 교육을 받았다. 엘리트 간부들이 팀을 이뤄 전세계 계열사와 지사를 조사.분석한 뒤 개선점을 찾아 보고서를 만들었다.

"넉달 단위로 회사를 돌아다니며 조사 업무를 했어요. 잠자는 시간만 빼곤 일만 했어요." 잭 웰치 전 회장 등 최고위 간부들 앞에서 발표할 기회가 적잖았다. 이후 GE의 운송시스템.기업감사부.오토메이션 사업부 등을 거치며 경력을 쌓았다.

한국을 찾은 건 플라스틱을 납품하는 대기업들을 방문하기 위해서다. 6일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LG전자를 방문했다.

GE플라스틱의 당면 과제는 금속이나 유리를 대체하는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자동차 금속 부품을 고열과 충격에 강한 플라스틱으로 대거 대체하면 차체 무게가 가벼워져 연비를 줄일 수 있다. 이미 자동차 유리창 용도의 플라스틱 소재는 개발됐다. 이 회사는 2001, 2002년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었다. "경기가 침체되면 재료 산업의 타격은 심각합니다. 천연가스 같은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영향을 받지요."

GE플라스틱은 연말 경기도에 기술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그는 "첨단 제품이 많이 생산되는 한국은 GE플라스틱에게 신제품 표준을 만드는 기준이 된다"고 한국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에겐 11, 8, 5살 난 자녀 세 명이 있다. 아이들의 학교 행사는 만사를 제쳐놓고 참석하고, 주말은 가족들과 보낸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했다. 그가 보는 잭 웰치와 제프리 이멜트의 차이는 뭘까."웰치 전 회장은 다양한 사업 분야를 경험하게끔 했고, 이멜트 회장은 한 곳에서 오래 머물며 전문성을 키우길 원하죠."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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