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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직원이 ‘폭로장’ 된 익명 카톡방 개설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 [연합뉴스]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대한항공 본사. [연합뉴스]

25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는 대한항공 내 직원들 사이에 개설된 단체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의 개설자 A씨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지난 18일 대한항공 직원인 A씨가 만든 제보방은 현재 1500명이 넘는 전·현직 직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직원을 폭행하는 모습으로 사회적으로 파장을 불러일으킨 조양호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 추정 영상도 이 채팅방에서 나왔다.

A씨는제보방을 만든 이유에 대해 “조현민의 대한항공 녹취파일 공개한 직원분 혼자 이 싸움에 놓아둘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대한항공 3대 노조는 사실상 어용노조다. 직원들 입장에서 봤을 때 권리를 주장하고 갑질에 대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제보방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채팅방에는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불법ㆍ비위 행위를 폭로하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A씨는 제보에 대한 공개 기준이나 나름의 검증 절차를 걸친다고 밝혔다. 그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기준을 정했다”며 “일명 카더라는 거르고 구체적인 물증이 있는 자료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이건 저 혼자 확인할 수 없어 기자분들의 도움을 받는 과정을 거친다. 직원 보호를 위해 익명이나 서버가 해외에 있는 메신저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활동에 압력을 받고 있거나 모니터링 우려가 있지 않으냐’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A씨는 “실제 단톡방에 사측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있고 관리자가 누구인지 잡으려 혈안이 되어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발견이 되면 제 신변은 누가 지켜주나 고민도 들지만 후회하긴 늦었고 그러기엔 너무 많이 왔다. 힘을 내 끝까지 가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A씨는 외부 사주 의혹에 대해서도 “명확히 밝히지만, 전혀 아니다”며 “일개 직원일 뿐이고 현재 상황에서 노동·정치계 등 외부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한항공이 앞으로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뀌고 사람이 우선인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앞으로도 직원들이 자유롭게 카톡방에 참여할 수 있도록 확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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