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후원 '국민경제 대토론회'] "정치 똑바로 해야 경제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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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8일 ‘한국경제의 진단과 처방’이란 주제의 국민경제 대토론회를 열었다. 국회가 경제토론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주최하고 본사가 후원한 이 토론회에는 정부·야당·재계와 경제 원로까지 참석해 위기를 맞은 한국경제의 회생 방안을 모색했다.[편집자 주]

이날 토론회 참석자 대부분은 ▶소비지출 급감▶설비투자 감소▶외국인 투자 감소▶실업 증가 등 경제지표에 켜진 적신호를 지적하며 현재의 경제상황을 위기로 진단했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는 "현재 한국경제의 위기는 대외적인 요인보다 대내적인 요인 탓이 크며, 정치권의 리더십만이 한국경제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南전총리는 물류중심지 개발을 위한 투자 확대가 장기 불황을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이라며 이를 위해 ▶노동유연성 확보와 노사관계 안정화▶투자유치를 위한 법과 제도 정비 등이 절실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금 경제는 위기'=손길승 전경련 회장은 "1970~80년대 연평균 7.9%였던 잠재성장률이 97~2002년에 5.4%로 떨어졌고, 이 추세가 유지될 경우 2003~2007년엔 4.6%로 추락하게 된다"며 "지금 우리는 심각한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김창성 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수출제조업체 중 이미 26%가 해외로 옮겼고, 48%가 해외이전을 검토한다는 무역협회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라며 "산업공동화 현상 때문에 고용 측면에서의 피해가 대단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南전총리는 "과거에도 경공업제품 위주로 해외이전이 이뤄졌으나 최근엔 전자통신.기계장비 등 중화학공업으로 확산되고 있다"며 "산업공동화 속도가 너무 빠르고 대체산업이 무엇이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강두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실물경기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고, 산업공동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법인세율 인하▶공장총량제 신축 운용 등을 통해 경제활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립적 노사관계 청산해야=金경총 회장은 "올해 노사분규 건수는 전년보다 약 10% 증가했고, 분규 참가자 수는 전년 대비 50%나 늘었다"며 "최근엔 기업의 국내.해외 투자문제에까지 노조와의 합의를 요구하는 등 노조의 요구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본틀을 훼손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불안한 노사관계가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를 망설이게 하고 있고, 노사분규가 해외자본 유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며 "노사관계 해결 없이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南전총리도 "노사관계법과 관행을 국제기준에 맞도록 수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노동계는 사용자 측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은 토론회에 낸 발제문을 통해 "노사관계 개선을 위해선 사용자 측의 마인드가 바뀌어야 한다"며 "노동배제적이고 노조를 불인정하려는 기존 정책을 고수하는 한 노사관계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에선 정리해고가 되면 재취업이 어렵고 취업하더라도 비정규직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 노동자들이 생존권 차원에서 저항할 수밖에 없다"며 노동시장 유연화에 앞서 ▶사회안전망 확충▶고용안정 인프라 구축 등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가정신 북돋워야=孫회장은 "시장에서 실패한 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긴 자의 자유와 활동을 규제한다면 발전과 진보는 없다"며 "시장에서 이겨 부를 축적한 사람에 대해 나쁜 감정을 갖게 된다면 '기업가 정신'이 꺾여 우리 경제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경유착은 근절되고 권력은 분산되며 정치제도는 합리화돼야 한다"며 "기업인이 시장에서 자유롭게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李의장은 "네덜란드는 경제 기여도가 큰 필립스 등 대표기업에 '로열(Royal)'칭호를 부여하며 자긍심을 고취하고 있다"며 "기업 활력을 저해하는 뿌리깊은 반기업 정서를 불식하고, 기업활동을 후원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선진국 경기회복 조짐이 가시화하면서 우리 경제도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며 "기업 간 차별 없이 수도권 입지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외환제도.교육.출입국절차 등을 과감히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상렬 기자<isang@joongang.co.kr>
사진=장문기 기자 <chang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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