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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카메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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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진기보다 입에 더 익숙해진 카메라(camera)는 원래 라틴어로 '둥근 천장'또는 '방'이란 뜻이다. 15세기께 유럽에서는 '카메라 옵스큐라(camera obscura.어두운 방)'라는 도구가 보급됐다.

어두운 방의 벽에 작은 구멍을 뚫어 반대편 벽에 외부 풍경을 투시하는 원리다. 일식 관찰이나 풍경화 밑그림 용으로 활용됐다. 구멍은 렌즈, 벽은 필름이 된 셈이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20세기 초 유럽에서는 'camera'라는 간판을 내걸면 복덕방으로 오해할까 'photographic'이란 수식어를 붙였다고도 한다.

현대식 35㎜ 필름 카메라의 원형은 1913년 독일의 오스카 바르낙이 제작한 '우르 라이카'다. 카메라 회사 에른스트 라이츠(라이카의 전신)에서 일하던 바르낙이 영화 촬영시 적정노출을 테스트하기 위해 만들었다.

두 손에 딱 잡힐 만한 크기의 사각형 몸체엔 렌즈가 달려 있고 파인더에 눈을 갖다대고 초점과 구도를 맞추게 돼 있다. 렌즈 주변의 조리개를 조작해 노출을 정한 뒤 오른손 둘째손가락으로 셔터를 누르면 된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카메라의 기본규격이다. 이를 90년 전 바르낙 혼자 만들어낸 것이다. 아직도 '우르 라이카'는 시대를 초월한 카메라의 글로벌 스탠더드로 평가된다.

필름을 사용하지 않는 전자식 카메라는 81년 소니가 개발했다. 당시엔 아날로그 방식이었다. 일본 신문들은 이를 사용해 84년 LA올림픽 개막식 사진을 신속하게 전송해 당일 석간에 게재했다.

이것이 디지털로 바뀐 것은 90년부터였다. 처음엔 흑백이었지만 일본 도시바가 컬러로 발전시켰다. 이 기술이 2000년부터 휴대전화와 합쳐져 또 다른 종류의 도구가 탄생했다. 이른바 '폰카(카메라폰)'다.

이 분야의 기술만큼은 한국도 세계수준이다. 또 쉽게 찍고 빨리 전송하는 편리함 때문인지 급속히 보급되고 있다.

하지만 의식이 빠른 기술개발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일까. '몰카'로 변신하거나 기술을 훔쳐내는 데 악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사업장 내 '폰카'휴대를 금지하는 기업도 있다. 그러나 몰래 찍어대고 훔쳐내는 주체는 사람이다. 기계가 나쁘다고 사용이나 개발을 막아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남윤호 정책기획부 차장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