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의 보람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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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장애자 올림픽」을 1백일 앞두고 장애자를 위한 대책기구가 청와대 직속으로 설치되리라 한다. 그동안 장애자 문제는 화려한 구호로는 빈번히 논의되었지만 실질적인 대책은 별무였던 현실에서 대통령자문기구라도 생긴 것은 다행이다.
「서울올림픽」의 열광에 파묻혀서 세계장애자 전체의 축제인 「서울장애자올림픽」의 개최일자 마저 우리의 관심밖으로 밀려나 있었던 사실은 오늘의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장애자에 대한 무관심을 단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한국인구보건연구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심신장애자 수는 모두 91만5천여명이다. 인구 1천명당 22·2명. 그 중 지체장애자가 53만3천명으로 전체장애자의 58·3%를 차지하며 청각·언어장애가 24만4천명, 정신박약 7만9천명, 시각장애 5만9천명으로 분류된다. 해마다 늘어나는 교통사고에 의한 후천적 장애자를 포함하면 사실상 l백만명을 훨씬 넘는다.
우리는 지금 세계장애자올림픽을 연다고 하지만 장애자들에 대한 현황인식이나 복지시설, 의료시설등을 돌아보면 실로 부끄러운 형편이다. 그런점에서 이번의 장애자 올림픽개최는 국내 장애자들을 위한근원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의 전기가 되어야 한다.
우선 ①현장파악 ②의료보험 및 의료시설 확대 ③재활을 위한 근본대책 ④장애자 보호시설등에 관한 문제점들이 따져져야 할 것이다.
첫째, 장애자등록제가 빠른 시일안에 실시되어야 하고 이를 위한 강력한 훙보지원이 뒤따라야 한다.지난해 시범 실시지역으로 선정된 서울관악구에서는 1백50명이 등록했다는 사실을 되짚어 생각해서 보다 적극적인 등록권유를 해야한다.
둘째, 장애자 전체를 대상으로 의료보험제가 실시되어야 한다. 1백만 장애자중 현재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은 7만5천명에 불과하다. 사회적응이나 활동에 한계가 있는 장애자들에게 무엇보다도요 긴한 것은 의료혜택이다.
세째, 장애자들이 「다함께, 굳세게, 끝까지」라는 장애자올림픽의 구호에 맞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재활대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절름발이 소년』 김용준은 「굳세게」「끝까지」 도전해서 대법관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지금 설치되어 있는 62개의 장애자 작업장도 재활능력 있는 장애자수에 비해 태부족한 실정이다. 8개소 밖에 없는 장애자 요양시설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지원하고 정부가 관리하는 요양시설이 없을 때 엉터리 사설 요양소가 난무하게 되고 장애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장애자를 괴롭히는 사회악적 시설들이 독버섯 처럼 퍼져나갈 수도 있다. 또 재활에 필요한 일반 또는 국가의 자격취득시험도 현실에 맞게 조정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 채용 신체검사규정도 개정되어 불합격판정 기준을 완화해야 할 것이다.
네째, 장애자를 위한 공공복지시설이 더욱 확대 되어야 한다. 장애자의 절반 이상이 지체부자유장애자임을 감안해서 맹인용 교통신호등,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 특수공중전화,점자도서의 발간등 시설·이용물이 더욱 증설되어야 한다.
물론, 무턱대고 장애자를 위해 시혜하고 동정을 베푸는 식의 자비가 이뤄지기를 바랄 수는 없다. 1백만 장애자들을 따뜻이 치료할 수 있는 의료기관 및 그에 따른 의료보험의 전면실시를 통해서, 그리고 보다 근원적이고 폭넓은 재활대책을 그들에게 마련해 줌으로써 「다함께, 굳세게, 끝까지」의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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