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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뒤 국내 흉부외과 전문의 400명 부족...의사 수입해올 수도”

중앙일보

입력

한 병원 흉부외과 의료진이 60대 부정맥 환자의 심장 판막을 수술하고 있다. 박정근 기자

한 병원 흉부외과 의료진이 60대 부정맥 환자의 심장 판막을 수술하고 있다. 박정근 기자

생사를 가르는 심장ㆍ폐 수술을 주로 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2022년이면 국내에서 400명 가까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학계의 전망이 나왔다.

신재승 대한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위원장은 24일 오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외과계의 몰락-돌파구는 없는가’ 정책토론회에서 흉부외과의 현실을 공개했다.

신 위원장은 “흉부외과는 외과계에서도 전문의가 연간 20여 명 정도만 배출되는 대표적인 기피 분야”라며 “2011년 이후 전공의 지원율이 필요한 인원의 약 48% 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1990년대 이후 매년 전공의 지원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자연히 배출되는 전문의 수도 줄었다. 전문의가 부족해지면서 근무환경 악화, 현재 활동 중인 전문의 고령화 등 여러가지 어려움이 동시에 닥쳐오고 있다”고 털어놨다.

신 위원장은 “올해 기준 약 210명의 흉부외과 전문의가 부족한데 2022년에는 지금의 2배 수준인 405명의 전문의가 부족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퇴를 앞둔 흉부외과 전문의의 수가 새로 배출되는 전문의 수보다 많아져 인력난과 남은 이들의 업무강도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학회는 2025∼2030년에는 현재 활동하는 흉부외과 전문의 275명이 무더기로 정년을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 위원장은 “다른 과에 비해 응급, 외상, 중증환자가 많아서 전공의 과정이 힘들고, 의료사고의 위험 등으로 기피현상이 심각하다. 흉부외과 외상전담인력을 배출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입원전담전문의, 진료보조인력 등 근무환경 개선ㆍ진료공백을 위한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고위험군, 고난도수술 등 높은 사망률이 예상되는 상황에선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법 예외조항을 적용하는 등 의료진을 보호할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외과계 학회도 한 목소리를 냈다. 장진우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은 “가장 큰 문제는 중증질환의 경우 자동으로 의료분쟁조정이 자동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신경외과의 경우 대부분 중증질환에 해당한다. 이런 시스템을 가지고 의사에게 수술하라고 하면 누가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은 “외과의사로 살다보니 토ㆍ일요일에도 일하고, 워라밸이라는게 없다”며 “최근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이 개정됐는데 의사들은 특례업종으로 적용 대상에서 빠져있다. 의사라고 워라밸 안 하고 싶고 번아웃 안되겠나”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형호 대한외과학회 총무이사는 “외과 전공의보다 더 빠른 속도로 외과 전문의가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추세라면 향후 10년 안에 암과 각종 질환의 수술을 위해 외국 외과의사를 수입하거나 수술을 위해 외국에 나가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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