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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특활비 첫 재판에 불출석…안봉근은 '증언 거부'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17년 10월16일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지난 2017년 10월16일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뒤 서울중앙지법을 나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연합뉴스]

박근혜(66) 전 대통령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에 대한 첫 정식 재판이 24일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4년을 선고 받았는데, 특활비 상납 사건은 별도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른바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는 최측근들과 공모해 국정원 특활비 약 36억원을 수수한 혐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도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대신 재판에는 이헌수(65)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 안봉근(52)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 등 특활비가 청와대에 상납되는 과정에 관여한 ‘키맨’들이 줄줄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특활비를 ‘전달책’을 맡았던 이 전 실장은 검찰의 특활비 수사 초기 각종 진술들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앞서 이병호(78) 전 국정원장은 재판에서 이 전 실장을 “BH(청와대)와 소통하는 국정원의 유일한 창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2017년 10월 24일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0월 24일 이헌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전 실장은 이날 안 전 비서관 등에게 특활비를 현금으로 전달한 사실을 인정하며 “적법한지 따져봐야 했는데 소홀하게 했던 부분을 후회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2016년 가을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안 전 비서관에게 특활비 상납이 문제 될 수 있음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은 “국정원 내부 직원들에게 소문도 나고, 언론 보도 등도 있는 점을 감안해달라고 이야기했다”며 “이후 안 전 비서관이 ‘대통령이 중단하라고 한다’고 얘기해 이병호 원장에게 보고하고 상납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같은 해 추석 특활비 2억원을 다시 지급한데 대해선 “안 전 비서관이 ‘VIP(박 전 대통령)가 금전적으로 어려워한다’고 이야기했고, 이병호 원장이 ‘추석을 앞두고 있으니 지원하라’고 해서 돈을 건넸다”고 말했다. 본인의 기조실장 활동비 일부(1650만원)를 안 전 비서관에게 따로 건넨 것을 두고는 “안 전 비서관을 동생처럼 생각했고, 청와대 결재를 좀 빨리 받기 위한 업무 협조 차원도 있었다”고 말했다.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2017년 10월 3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2017년 10월 3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이날 안 전 비서관도 법정에 섰지만 증언을 거부했다. 그는 “관련 재판을 받고 있기 때문에 증언을 일체 거부하겠다”고 했다. 안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전달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별도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비서관들로부터 청와대에서 국정원 예산을 관행적으로 사용해왔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는 내용의 자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해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안 전 비서관은 이와 상반된 주장을 했다. 그는 지난달 전직 국정원장들의 특활비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돈을 써도 된다고 건의한 적 없다”고 했다.

최순실씨가 2018년 4월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씨가 2018년 4월 1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항소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재판부는 최순실(62)씨도 증인으로 추가 채택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최씨가 특활비 관리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되는 ‘특활비 메모’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다. 이 메모에는 ‘J(정호성)에게 1억 3000만원, Lee(이재만)와 J는 동일하게, An(안봉근)에게 1억 1000만원’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검찰은 최씨를 증인 신청한 이유에 대해 ”수첩의 작성 경위와 어떤 경위로 특활비를 취득해 썼는지 등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씨의 변호를 맡은 이경재 변호사는 특활비 메모에 대해 “이재만 전 비서관이 말한 내용을 습관적으로 적었을 뿐 최씨가 특활비에 관여한 것은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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