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억 아파트 산 미성년자 등 268명…국세청, 소득없는 ‘금수저’ 세무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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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액 자산가 A씨는 금융 및 과세 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고자 소액씩 수시로 미성년 자녀에 대해 분산 증여를 했다. 이런 규모가 수억원에 이르게 됐음에도 미성년 자녀는 세금을 내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수억원 규모의 증여세를 추징했다.

고액 금융자산 변칙 증여 혐의 조사 #고가 아파트 물려받은 자녀도 타깃 #회사 내부 정보 이용 주식 증여도

#. 치과 개원의 B씨는 서울 송파구 소재 재건축 아파트과 오피스텔을 샀다. 자금의 일부는 장인으로부터 증여받았다. 또 일부는 병원 수입 금액을 누락해 채웠다. 이런 편법 행위는 국세청에 덜미가 잡혔고 억대의 세금을 물게 됐다.

국세청이 대기업 및 고액 자산가의 편법 증여 행위에 대해 칼을 빼 들었다. 국세청은 자금 원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고액 예금을 보유하거나, 고액 전세 및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미성년자 등 268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24일 밝혔다.

금수저. [연합뉴스]

금수저. [연합뉴스]

주요 세무조사 대상으로 우선 소득이 없음에도 고액의 금융자산을 보유해 편법 증여가 의심되는 경우다.

고액 자산가의 며느리 C 씨는 시아버지로부터 5억원을 증여받아 고금리 회사채를 산 뒤 이를 자녀 명의로 개설한 계좌에 넣는 수법으로 증여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 개인병원 원장은 병원 수입금액 탈루 자금 10억 원을 미성년 자녀의 증권계좌로 이체하고, 자녀 명의 고가의 상장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자녀에게 주식을 증여했다.

부모로부터 고액의 아파트를 증여받은 경우도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 성동구 소재 아파트를 17억원에 취득하면서 부친으로부터 취득자금을 편법 증여받은 사례,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9억5000만원의 전세에 거주하면서 전세 자금을 받고 세금을 탈루한 경우 등이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세금을 내지 않고 경영권을 편법으로 물려주거나 부를 이전한 혐의가 있는 기업에 대해서도 세무조사를 벌인다. 한 기업의 사주는 회사 내부정보를 활용해 미성년 손자에게 미리 주식을 증여했다. 이후 개발사업 시행으로 주식가치가 급등해 손자의 재산가치가 크게 늘었음에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차명주식이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및 전환사채(CB) 우회 인수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

아울러 국세청은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 탈루나 납품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의 회사를 끼워 넣는 ‘통행세’ 관행 등에 대해서도 검증을 벌이고 있다.

국세청은 금융조사 등 자금출처 조사를 통해 조사대상자 본인의 자금 원천을 추적하고 필요 시 직계존비속의 자금흐름도 조사한다. 이를 통해 기업자금 유출 및 사적유용, 비자금 조성행위 등까지 면밀히 검증할 계획이다. 또 주식변동조사를 통해 법인을 이용한 변칙거래, 경영권 편법 승계 등의 혐의를 엄정하게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은 향후에도 청약과열지역 아파트 당첨자의 자금 조달계획서를 전수 조사하는 등 변칙 상속ㆍ증여 행위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이동신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공정한 세 부담은 물론, 정의로운 국가 구현을 위해서도 고액재산가들의 성실납세 의식 제고 및 이를 위한 국세청의 엄정한 대응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라며 “대기업ㆍ대재산가의 세금탈루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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