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교류, 협력의 남북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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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노태우 대통령의「7·7특별선언」은 제6공화국의 북방정책강령이다. 이 것은 지금의 폐쇄된 북한현실을 「개방」으로, 차단된 남북관계를 「교류」로, 대결로 치달아 온 상호관계를 「협력」으로 전환하려는 새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
총 6개항의 선언내용은 정부정당이 밝혀온 선거공약과 정책방향, 그리고 국민들 사이의 통일논의에 표현된 사항들이다. 따라서 새로운 것은 별로 없다. 그러나 논의단계의 내용을 정책으로 총정리하여 내외에 선언한다는 것은 새로운 의미를 갖는다.
7·7선언의 골자는 ①내외동포의 인격교류를 위한 남북한 문호개방 ②이산가족사업의 실천화 ③남북경제교역의 개방 ④우방의 대북교역방임 ⑤남북간의 외교협력 ⑥주변국의 남북한 교차관계 추구로 요약됨.
이 같은 정책선언은 국력신장에서 오는 체제적인 자신감과 내부의 들끓는 통일의욕, 올림픽을 전후해서 호전되고 있는 국제정세의 흐름을 배경으로 하여 나올 수 있었다.
선언의 제l항 남북의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 종교인, 문화예술인, 학자, 체육인, 학생의 교류와 해외동포의 자유로운 남북왕래 허용은 사실상 관료와 군인을 제외한 모든 부문의 인적교류다. 정부가 이 처럼 교류범위를 확대함으로써 학생등 목청높은 그룹에 한정됐던 교류대상의 폭과 우선순위에 신축성이 많아 졌다.
제2항 이산가족의 생사, 주소확인, 서신왕래, 상호방문등은 적십자회담의 교착상태를 실천적으로 타개하자는 접근이다. 이산가족은 헤어진지 반세기가 가까워 온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가족의 생사확인이나 소식조차 못듣고 사망해 가고 있다. 그 때문에 적십자 심인사업은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 이미 적십자회담에서 합의돼 있는 범위안에서 실천해 나가자는 것이다.
제3항 남북 교역개방은 경제회담과 관련된 문제로 남북통상의 조기실현 촉구다. 남북 직교역은 외방과의 무역에 비해 경제내적 실리와 민족공동체로서의 경제외적명분등 부가가치가 크다. 선언은 남북통상을 민족내부교역으로 간주함으로써 다른 외국과의 교역처럼 이익추구에만 몰두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것은 경제교류를 통해 우리가 북의 실제적 이익을 보장하겠다는 의사표시가 된다.
제4항 남북경제의 균형적 발전에 대한 희망과 우방의 대북교역 방임은 제3항의 민족내부의 교역효과를 국제경제부문으로 연장한 것이다. 이 것은 GNP의6배, 성장률 3배의 차이를 보이는 남북간의 경제격차를 메워보자는 민족공동체 공동번영에 대한 의지표현이다.
우리가 비군사물자에 대한 대북무역을 방해치 않음으로써 미국·일본·영국·서독·프랑스등 우방들의 북한진출은 활기를 띨 것이다. 그 것은 북한의 경제활성화와 함께 내부변화의 외적자극 요인이 될 수 있다.
제5항 남북대결외교의 포기와 외교관의 상호접촉은 지금까지 남북이 펴온 상대방에 대한 봉쇄정책의 해제를 의미한다. 이제부터는 어떤 우방도 북한인사에 대한 비자발급이나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제약을 받지 않게 된다. 국제 외교무대에서 남북한 외교관이 서로 외면하고 등을 돌리는 어색한 풍경도 사라지게 된다.
제6항은 교차관계의 추구다. 정부는 한 때 시차승인 방침을 제시한바 있다. 소련과 중공의 한국승인이 전제되면 미국과 일본이 먼저 북한을 승인한다해도 방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이것은 동시 교차승인보다 문제해결에 도움이될 것이라는 전제위에서 나온 양보다. 그러나그 시차는 길어도 1∼2년을 넘어선 안된다. 이제 북한은 그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우리보다 앞서 미국이나 일본등 우리 우방과 공식 외교관계를 설정할 수 있고 정부 승인도 받을 수 있게 돼 있다.
이 6개항 가운데 제1항의 해외교포 자유왕래와 제4, 5, 6항은 북한과의 합의 없이 우리가 일방적으로 실친할 수 있는 사항들이다.
73년 우리 정부가 우방과 북한의 외교수립을 방해하지 않는다는「6·23선언」(「할슈타인원칙」포기선언)이 후 북한의 수교국가 수가 두배로 늘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경제상의 할슈타인원칙 포기인 「7· 7선언」 이 후 북한의 대외경제는 눈부신 변화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교관계보다 확대되고 활성화할 것이다.
이번 「7·7선언」이 정치인 교류와 외교관 접촉을 포함하고 있지만 실질적 정치통합 내용은 담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가통합의 중요부문인 정치와 군사부문이 제외돼 있다. 이 것은 비정치적인 기능주의 분야부터 단계적, 점진적으로 통합을 추진한다는 종래의 정부 기본방침을 고수한 것이다.
이제 볼은 평양으로 갔다. 북한이 「7·7선언」을 어떻게 받아 들이느냐에 따라 남북관계는 결정된다. 그동안 북한은 우리정부의 대표성을 부인하고 직접 남한의「인민세력」과 접촉하겠다는 입장을 지속해 왔다. 북한이 당국자간의 접촉은 거부하면서 재야단체나 학생 세력과 만나고 미국과 회담을 갖겠다는 것은 우리정부의 권위와 대한민국의 국가로서의 정통성을 부인한 것이다. 이 같은 비현실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북한의 방침이 수정되지 않으면 남북관계의 발전이나 통일의 길은 멀어진다.
북한이 하나의 코리아 정책을 고수하고 이번 선언이 정치, 군사부문을 제외하고 있어 통 일 에의 급진적 접근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국가공동체」는 양분돼 있다 해도 「민족공동체」만은 단일성을 회복하고 유지해야 한다. 비록 민족은 하나이며 나뉘어질 수 없다해도 민족간의 교류가 인위적으로 차단되고 이질화가 계속되면 민족도 양분될 수 밖에 없다.
「7· 7선언」은 비국가부문에 중점을 두어 교류와 협력을 추진해나감으로써 「국가통합」에 앞서 「민족통합」을 이뤄나가려는데 그 정신을 두고 있다. 국가공동체의 단일화가 어려운 상황에서 그 것은 선택가능한 차선의 방안이라 할 수 있다.
「7·7선언」은 정부만으로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우리각계 각층의 국민과 평양당국, 그리고 우방과 중소를 포함한 국제적인 협력이 동반돼야 한다. 이를 위해 더 큰 겨레의 지혜와 노력이 발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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