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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홍보' 눈치작전 … 하루 6끼 식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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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김정길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장 겸 대한체육회장은 엿새 동안 몸무게가 4kg 늘었다. 지난달 31일부터 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15차 ANOC(국가올림픽위원회총연합) 총회 조직위원장인 그는 총회 기간 중 국제 스포츠계 지도자들과 하루에 5~6끼씩 식사를 했다. 아침과 점심은 두 끼씩 먹었고, 저녁엔 예외 없이 만찬에 참석해야 했다.

"국회의원 선거 때도 한끼에 두세 번씩 밥을 먹은 적이 없는데…, 올해 들어 7kg이나 뺀 살이 도로아미타불이 됐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KOC는 2014년 겨울올림픽의 평창 유치를 측면 지원하기 위해 이번 총회를 유치했다. 예산만 30억원이 들었다. ANOC 총회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전체(115명)의 절반이 넘는 60명의 위원이 참석하는 등 600여 명의 국제스포츠 거물들이 몰려왔다. 평창을 알리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IOC가 지난해 말 윤리 규정을 제정하는 바람에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유치 희망 도시 간 경쟁이 가열되자 유치 희망 국가나 도시 관계자들이 IOC 위원을 상대로 홍보나 향응.선물을 주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KOC는 규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동원했다. 식사 외교도 그 일환이다. 김정길 위원장은 기회만 있으면 IOC 위원들과 밥을 먹었고, 차는 하루에도 수십 잔씩 마셨다.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반대로 살이 많이 빠졌다. 김 지사는 지난달 31일부터 아예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 묵으며 각국 대표들을 만났다. 김 지사는 "호텔 로비와 커피숍이 임시 집무실"이라고 했다. 공식적으로 IOC 위원들을 만나지 못하니 그저 호텔 로비를 왔다갔다 하면서 '얼굴 알리기'를 한 것이다. "총회 기간에 한 번도 (강원도청이 있는) 춘천에 가지 못했다"는 김 지사는 "도지사가 호텔 로비나 어슬렁거려야 하니 할 짓이 못 된다"고 푸념했다.

이번 총회엔 평창과 경쟁하고 있는 러시아(소치).오스트리아(잘츠부르크)에서도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다.

KOC는 지난달 31일 환영식에서 제일기획이 제작한 '꿈을 나누자(Share the Dream)'란 영상물을 방영했다. 한국 스포츠의 사계절을 담은 드라마로, 피날레 부분에 '피겨 요정' 김연아가 어린이들에게 촛불을 나눠주는 장면이 나온다.

각국 대표들은 감동적이라고 했지만 IOC와 경쟁 국가들이 배경음악을 문제 삼았다. 배경음악은 2003년 평창 유치위가 제작한 주제가로 평창이란 단어를 모두 뺐는데도 이것마저도 노골적인 평창 홍보영화라고 주장했다.

김재철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배경 음악만 가지고도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한다"며 홍보의 어려움을 하소연했다.

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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