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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구조조정…울산 불황 길어지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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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현대중공업이 보이는 울산 동구 모습. [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이 보이는 울산 동구 모습. [연합뉴스]

울산 대표 기업인 현대중공업의 대규모 인원 감축 등으로 울산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전망이다. 여·야 정치권은 앞다퉈 이 회사의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울산 경기가 바닥권에 머물고 있다”며 “2~3년 뒤 나아진다 해도 예전 같은 호황으로 돌아갈 순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주 급감에 대규모 인원감축 진행 #인구 수 27개월 째 감소, 118만 명 #차 산업도 침체 ? 소비시장 빨간불 #역내 성장률 3년 연속 1% 미만 우려 #여·야 정치권 구조조정 중단 촉구

현대중공업은 지난 4일 “이달 16~29일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과 생산기술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는다”고 밝혔다. 생산기술직(노조원)의 희망퇴직은 처음이다. 그룹 내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 역시 비슷한 기간 희망퇴직을 받는다.

하지만 민중당 김종훈 국회의원(울산 동구)과 김창현 울산시장 예비후보, 더불어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예비후보 등은 “일방적인 대량 구조조정”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 안효대 전 국회의원 등은 반대 뜻으로 삭발까지 했다. 노조 역시 파업을 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6일 청와대 앞에서 민주노총 등이 현대중공업 인원 감축 중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청와대 앞에서 민주노총 등이 현대중공업 인원 감축 중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회사 측은 그러나 “일감부족에 따른 경영정상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며 “선박 부문에서 지난해 48척, 올해 1분기 7척을 수주했지만 설계 등을 거쳐 현장에 적용하려면 1~2년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해양플랜트 부문은 2014년 이후 신규 수주가 없다.

울산의 또 다른 주력산업인 자동차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현대차의 중국 판매량이 급감한 데다 미국 수요 역시 줄어드는 추세여서다. 3대 주력산업 가운데 그나마 석유화학이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울산을 빠져나간 인구

울산을 빠져나간 인구

주요 산업 부진은 인구·고용·부동산·소비 시장 등에 영향을 미쳤다. 우선 울산 인구는 27개월째 감소세다. 동남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는 1만1917명이 외지로 빠져나갔다. 2016년 7622명, 2015년 80명과 비교해 큰 폭의 감소세다. 지난 3월 울산 인구는 118만2319명(외국인 포함)으로 전달(118만3446명)보다 또 줄었다.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동구 인구는 2013년 말 18만4297명에서 지난해 말 17만3096명으로 1만1000여 명이 줄었다.

최찬호 울산상의 경제총괄본부장은 “인구 감소는 경기 침체를 잘 보여주는 지표”라며 “일자리를 잃은 사람이 울산을 떠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울산의 실업자 수는 2만7000명이다. 1999년 8월(2만8000명) 이후 2016년 2월(2만7000명)에 이어 가장 많은 수치다. 황진호 울산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고용률이 소폭 상승했지만 임시 일자리가 느는 등 고용의 질적 저하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울산의 주택 매매량은 916가구로 전년 동월 대비 41.4%나 감소했다. 전국의 9.8% 증가세와 대조적이다. 건설업 경기와 투자 역시 둔화한 모습이다. 동구의 한 부동산중개인은 “90년대 외환위기 때도 불황을 모르고 살았는데 요즘 경제 위기를 심하게 느낄 정도”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은 계속될 전망이다. 황 연구위원은 “1~2년 전부터 2018년 경기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거라 했으나 체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아직 최저점을 찍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백충기 BNK금융경영연구소 박사는 “울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1% 미만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울산 실질 경제성장률은 0.9%로 전국 평균인 2.8%를 훨씬 밑돌았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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