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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드루킹 '추장'으로 불러…아지트 '산채' 핵심 30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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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권이 출범 후 최대 위기에 휘말렸다. ‘드루킹’이란 필명의 더불어민주당원을 주축으로 한 온라인 여론조작에 청와대와 민주당 관계자들이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다. 야당은 이번 사건을 지난 정부 때 벌어진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버금가는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총공세에 나섰다. 경찰은 또 다른 세력들이 온라인에서 여론조작 활동을 벌인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파문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단하기 어렵다.

아지트 만들어 댓글작업, 매뉴얼 따라 조직적 여론조작 #당 대표 후보군 비방하거나 옹호, 당내 영향력 확대 꾀해 # 막강한 '댓글부대' 활용 지방선거에도 개입 시도

자유한국당은 4월 16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특검을 추진하는 등 대여 공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은 4월 16일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국기문란으로 규정하고 특검을 추진하는 등 대여 공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 사진:연합뉴스

3월 25일 경찰이 민주당 당원인 김모(49)·양모(35)·우모(32)씨를 구속했다. 혐의는 업무방해. 네이버 기사의 댓글에 공감 수를 조작해 여론을 조종한 혐의다. 김 씨는 ‘드루킹’이란 필명으로 온라인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구속되지 않은 2명을 포함하면 현재 수사 대상은 5명이다.

이들의 꼬리가 잡힌 것은 지난 1월 17일 평창 겨울올림픽 관련 기사의 네이버 댓글 여론을 조작하면서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1월 17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4시간여 동안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기사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댓글을 올리고 공감 수를 늘려 여론을 조작했다. 이 과정에 같은 작업을 단시간에 반복하게 해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가동해 1000개가 넘는 아이디로 순식간에 댓글을 장악했다.

댓글 조작 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이들이 민주당원일 것이라곤 누구도 짐작하지 못 했다. 민주당은 남북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는 보수세력의 여론몰이를 의심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네이버 댓글이 난장판이 돼버렸다”며 1월말 댓글 조작 의혹을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 수사 결과 김씨 등은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에 마련한 출판사 사무실에서 댓글 조작을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드루킹 김씨는 2016년 민주당에 입당해 매달 1000원의 당비를 내는 권리당원이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보수진영이 (조작을) 하니까 어떻게 하는지 테스트해 봤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할 때 소지하고 있던 USB 메모리를 화장실 변기에 버리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하다 긴급체포됐다. 압수수색 현장에선 댓글 작업을 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 150대가량이 발견됐다.

인사청탁 거절당하자 정부 비판으로 실력 행사

드루킹은 김경수 의원에게 접근해 온라인 댓글 조작에 대한 보상으로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정부 비판적 여론 형성으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 김 의원은 ’드루킹의 일방적 연락이었다“며 연관설을 부인했다.

드루킹은 김경수 의원에게 접근해 온라인 댓글 조작에 대한 보상으로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정부 비판적 여론 형성으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 김 의원은 ’드루킹의 일방적 연락이었다“며 연관설을 부인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되자 김씨가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을 접촉해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모종의 거래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친문 핵심 정치인인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그중 한 명이다. 경찰은 김씨가 휴대전화 메신저인 텔레그램을 이용해 김 의원에게 활동 상황을 전달한 정황을 잡고 메시지 내용을 분석 중이다.

다만 김 의원이 적극적으로 호응해 연락을 주고받은 것은 아닌 것으로 잠정 판단하고 있다. 김 의원도 4월 14일 밤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대선 경선 전 문재인 후보를 돕겠다고 연락해 왔다. 당시 수많은 지지그룹이 그런 식으로 돕고 싶다고 연락해 왔었고, ‘드루킹’이라는 분도 그중 한 명”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대선 때 자발적으로 돕겠다고 해놓고 뒤늦게 무리한 대가를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에 반감을 품고 불법적으로 ‘매크로’를 사용해 악의적으로 정부를 비난한 것”이라며 “자신들의 활동을 일방적으로 메신저를 통해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것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김 의원의 이런 해명은 김씨가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에게 밝혔던 것과 거의 일치한다. 김씨는 지난 1~2월 카페 대화방에서 회원들에게 “우리가 1년4개월간 문재인 정부를 도우면서 김경수 의원과 관계를 맺은 건 다 아실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김 의원에게 제가 대선 승리 전 두어 번 부탁을 한 게 회원분들을 일본 대사로, 또 오사카 총영사 자리로 요청을 했다”고도 밝혔다. 김씨는 자신의 요구에 대해 “김경수는 분명히 외교 경력이 풍부한 사람이 해야 돼서 못 준다고 말했다”면서 실력 행사를 예고했다. 김씨가 회원들에게 밝힌 내용은 이렇다.

“외교 경력 없는 친문 기자 나부랭이가 오사카 총영사로 발령받으면 그때는 도망갈 데가 없겠죠. 그건 분명히 말해놨습니다. 거짓말 확인하고 나는 행동에 들어가겠다고. 김경수가 경공모 회원 전체를 속이고 거짓말을 했다면 그걸 확인하는 순간 날려 줘야죠. 과연 그럴 만한 배짱이 있는 놈인지 지켜보는 중입니다.”

김씨는 회원들에게 이런 사실을 알린 시기를 전후해 실제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 2월 23일 한 언론 매체의 김 의원 인터뷰 기사에 ‘김경수 오사카’라는 댓글이 베스트로 올라왔다. 이어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내용이거나 ‘약속을 지키라’는 등의 댓글 수십 건이 달렸다. 김씨가 아이스하키 단일팀 기사에 정부를 비난하는 댓글을 조작한 것도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실력 행사였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4월 6일 청와대는 오사카 총영사에 오태규 전 한겨레신문 논설위원실장을 임명했다.

김씨 일당의 댓글 여론조작은 드러난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지난 2월 일부 온라인에 공개돼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댓글 알바 매뉴얼’로 의심되는 구글 문서가 온라인에 퍼진 것이다. 여기에는 ‘댓글 작업’을 하는 방법과 주의해야 할 점이 자세히 적혀 있다. 보안을 유지하면서 은밀하고 체계적으로 활동했음을 방증한다.

‘보안 USB’ 활용해 조직적으로 여론몰이

드루킹 김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

드루킹 김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

‘모니터 요원 매뉴얼’이라고 돼 있는 문서에는 ‘다음뉴스 정치면에 새로 뜬 기사를 놓치거나, 네이버 메인에 작업해 놓은 기사가 뒤집어지는데 확인 못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도움이 필요합니다’고 쓰여 있었다. 그러면서 ‘반드시 보안 USB 안에 깔린 텔레그램과 크롬 브라우저를 이용’하고, ‘산채 방문 시 보안 USB를 드린다’고 했다. ‘PC에 깔린 텔레그램과 일반 크롬 브라우저는 복구가 가능하므로 사용하면 안된다’거나 ‘화면을 캡처하는 등 어떤 방식으로든 흔적을 남겨선 안 된다’며 보안을 유독 강조한다.

이 같은 매뉴얼은 추후 수사를 받게 될 경우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보안 USB는 크롬 브라우저와 텔레그램 실행 파일을 저장한 메모리일 가능성이 크다. PC에 설치한 크롬 브라우저나 텔레그램 PC 버전을 이용하면 사용기록을 삭제하더라도 포렌식을 통해 복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실행파일을 USB에 저장해 사용할 때마다 실행하면 PC에는 흔적이 남지 않는다. 만약 부득이하게 PC의 크롬 브라우저를 작업할 때에는 사용기록이 남지 않는 ‘시크릿 모드’를 이용하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니터 요원에게는 공통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제공됐다. 이 아이디로 접속하면 ‘작업’ 과제가 주어지는데, 새벽 2~5시를 제외하고 여건이 되는 시간대에 활동하도록 했다. 또 텔레그램 대화방에 자신의 작업시간을 알려 서로 상황을 공유하도록 해 활동이 겹치지 않도록 했다. 이들의 작업 대상 키워드는 안희정, 김경수, 김상조, 전해철, 양정철, 정봉주, 이재명, 추미애 등이다. 매뉴얼에는 비판적인 댓글 작업 대상과 관련해 ‘추빠(추미애 지지자), 문빠(문재인 지지자)들이 좌표 찍은 것처럼 여겨지면 저희에게 바로 알려 주시면 된다’, ‘최근 댓글 기조는 악플이다’, ‘정부를 공격하기 쉬운 북한, 평창, 최저임금, 가상화폐 기사를 위주로 악플을 공략한다’ 등의 지침이 등장한다.

일례로 지난해 12월 12일 포털에 오른 민주당 최재성 정당발전위원장의 인터뷰 기사에는 기사가 출고된 지 채 10분도 안 돼 비난성 댓글이 우수수 달렸다. 기사의 내용과 무관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옹호하는 댓글에 뜬금없이 1400개가 넘는 추천이 찍혀 베스트 댓글에 올랐다. 특이하게도 1~2분 간격으로 올라온 최 위원장 비난 댓글에 달린 추천자 수는 1400개 안팎으로 대체로 일정했다. 매크로나 ‘좌표’를 찍은 게 의심되는 정황이다. 다른 댓글의 찬반 수는 50개 안팎에 불과했다. 이 댓글들은 현재 대부분 삭제됐다.

당시엔 드루킹의 실체가 밝혀지기 전이어서 이 문서의 출처와 댓글 조작팀의 정체를 두고 온라인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보수세력의 진보진영 흔들기 공작’이란 주장도 당시에 나왔다. 문빠(문재인 지지자), 마가린(안희정 지지자), 손가혁(이재명 지지자) 등 온라인의 주요 정치인 지지세력으로 꼽히는 그룹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공격했다.

결과적으로 당시 회자된 매뉴얼과 댓글 공작은 드루킹 팀의 소행이란 증거가 뚜렷해졌다. 드루킹 김씨가 비밀 사무실로 운영한 파주 출판단지의 출판사를 평소 ‘산채’라고 부른 것과, 경찰이 압수수색할 때 USB를 화장실에 버리려 했던 대목은 매뉴얼의 그것과 일치한다. 또 올해 초부터 드루킹 일당이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 조성으로 돌아선 것과 시기적으로도 일치한다. 한 경공모 회원은 익명으로 진행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평소 드루킹을 ‘추장’이라고 불렀으며, ‘산채’에 정기적으로 모여 회의를 하는 핵심은 30명 정도”라고 밝혔다.

우호·비난 여론 조성해 지방선거에도 개입 정황

드루킹의 댓글 여론조작 매뉴얼.

드루킹의 댓글 여론조작 매뉴얼.

드루킹이 체포된 뒤 그와 관련된 블로그·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마다 게시물이 삭제되고 회원들이 모두 탈퇴하는 등 증거 인멸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졌다. 드루킹이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블로그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에는 4월 16일 현재 게시물이 모두 삭제돼 있다. 이 블로그는 이웃만 4000명에 하루 방문자가 1000명 안팎에 이를 정도로 활발했던 곳이다. 드루킹이 추천한 결혼 여성들의 친목 카페인 ‘세이 맘(세상을 이끄는 맘)’도 회원들을 모두 탈퇴시키고 4월 24일 폐쇄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드루킹 팀이 단순히 민주당 정치인을 접촉한 것뿐만 아니라 댓글 여론조작 활동을 통해 지방선거에 개입하려 한 정황도 나왔다. 월간중앙은 드루킹 팀이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비난 여론을 조성해 선거에 개입하려한 흔적을 확인했다. 드루킹 댓글팀이 주로 사용한 네이버 아이디 11개가 남긴 댓글 기록을 통해서다.

드루킹 팀이 댓글 여론조작에 사용한 아이디는 경공모 회원들의 것까지 1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추천인 수를 조작할 때 사용했고, 댓글을 입력할 때 사용한 것은 수십 개 정도다. 그중 김경수 의원 인터뷰 기사의 비난 댓글로 흔적을 남긴 10여 개 아이디의 댓글을 추적했다.

드루킹 팀은 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전해철 의원과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집중적으로 댓글에서 거론했다. 그런데 두 사람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전 의원에 대해선 우호적인 댓글 일색이다. 아래는 주요 댓글이다.

‘받은당 남경필에 정통들회장 이재명에~이번은 좀 사람 같은 전해철로 뽑아보자~’(sung****), ‘드뎌 경기지사 적격자가 나타났다. 전해철 의원을 지지합니다’(pcap****), ‘친문친노 전해철. 경기도지사로 최고죠.’(stoc****)

반면 이 전 시장에게는 비방이나 허위 사실을 거리낌 없이 유포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성남시민 김사랑 정신병원 강제 감금설. 이거 실화냐?’(sung****), ‘문재인+이재명=문재명. 이라던데 보다 더 적합한 조합은 이재명+이명박=이재명박 아니냐~?’(sung****), ‘정통회장에 난닝구 박스떼기좀 그만 띠워라 기레기소리 듣기 싫으면~’(mapo****), ‘이재명이랑 붙어 다닌다면 손가혁이 지원하겠다. 진짜 더민주의 암적인 존재다’(stoc****)

이 같은 여론 조성은 두 사람이 출마 선언을 하기 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이 전 시장 측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부터 특정 세력의 조직적인 댓글 여론조작이 의심되는 정황이 있었다. 워낙 공격력이 강해서 막아보려고 해도 힘에 부쳐 넋 놓고 당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4월 16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여론조작을 하는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망가뜨리는 것”이라며 “정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되고, 그 누구든 간에 정말 심각한 민주주의 훼손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드루킹 팀의 여론조작은 두 사람 외에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들로 확장된다. 이 전 시장 측은 ‘드루킹이 김경수 의원에게 했던 것처럼 모종의 거래를 제안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우리에게 연락해오거나 접촉을 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단지 사익 추구가 이들의 활동 목적의 전부는 아니란 뜻이다.

당 대표 ‘킹메이커’로 당내 실권 장악하려 했나

드루킹은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비방하고, 전해철 의원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올리는 식으로 지방선거 여론 조작에 개입했다. 이 시장(왼쪽)과 전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드루킹은 민주당 경기지사 예비후보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비방하고, 전해철 의원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올리는 식으로 지방선거 여론 조작에 개입했다. 이 시장(왼쪽)과 전 의원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여러 댓글 기록을 확인하면 드루킹의 좀 더 큰 목표가 무엇인지 미뤄 짐작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들이 10여 개 아이디로 남긴 댓글을 좀 더 분석해 보면 댓글 속 키워드가 매뉴얼에 나온 대로 압축된다. ‘이재명’ ‘안희정’ ‘추미애’ ‘전해철’ ‘최재성’ ‘김민석’ ‘이광재’ 등이다. 이재명, 전해철을 제외한 인물들에 대해선 거론 시기와 평가가 조금씩 달라진다.

서울 송파을 재·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최재성 민주당 정당발전위원장에게 드루킹 팀은 뭇매를 가한다. 최 위원장을 ‘남자 최순실=최재성’(stoc****)이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최가가 정발위 위원장으로 있을 때 박스떼기 껴준거 실화냐?’(budd****)라며 비아냥거린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6월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지난해 12월부터 안 전 지사를 옹호하는 글이 부쩍 늘었다. ‘요즘 왜 안희정 기사와 까는 댓글이 많은지 진심 의심스럽다. 역시 문프 뒤를 이을 인재인가’(bell****), ‘지금까지 안 지사가 보여준 모습은 진정한 바른 정치인의 모습이었습니다. 지지합니다’(stoc****), ‘안 지사 당대표 되는 게 무서운가 보다’(budd****) 등 같은 내용의 댓글이 여러 개의 아이디로 반복적으로 게시됐다.

추미애 대표의 대구시장 출마론이 나왔던 지난해 말에는 이 주장에 동조하는 댓글이 집중적으로 달렸다. ‘대구 무시하면 더민주 지지도 철회한다. 추미애 파이팅’(stoc****), ‘추미애가 진정한 추다르크가 되는구나’(pcap****), ‘멋진 발상입니다. 추대표님 대구시장 출마 적극 지지합니다’(kym0****) 등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추 대표의 출마를 진심으로 응원한다기보다 당대표를 내려놓도록 등 떠미는 압박 여론을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 사지(死地)로 몰아 ‘제거’하고 싶은 속내일 것”이라고 말했다.

드루킹 팀의 댓글 기록을 추적해 온 한 민주당원 A씨는 “드루킹의 궁극적인 목표는 당권 장악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드루킹은 오는 8월 열리는 당대표 선거를 앞두고 내세울 후보를 낙점해 미리 여론을 조성했다. 경쟁자는 비판 댓글로 부정적 여론을 확산시키는 식으로 사전 정지작업을 한 정황이 여러 곳에 나타난다.”

실제로 드루킹 팀이 댓글에서 거론한 이들은 8월 당대표 선거와 관련성이 크다. 처음에는 안 전 지사를 ‘당대표감’으로 추켜세우며 우호적 여론 조성에 나섰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12월 충남지사 불출마 의사를 밝히며, 차기 당권 도전의 뜻을 굳혔다. 그러나 수행비서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고발한 ‘미투(me too)’ 폭로로 계획이 틀어졌다.

그러자 드루킹 팀의 댓글 여론은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전해철 의원을 향한다. 전 의원의 경기지사 도전을 지지하면서 그를 ‘노무현을 잇는 인권변호사’라며 민주당의 차기 지도자로 치켜세우기 시작한다. 드루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서도 ‘지금 문재인 대통령의 정신을 가장 올곧게 지키고 있는 것이 전해철입니다. 저는 당원으로써 끝까지 민주당을 사당화하려는 추미애 당 대표에 맞서서 싸우겠습니다“라며 전 의원을 부각시켰다. 또 전 의원의 트위터 내용을 퍼 나르기도 했다. 전 의원도 의례적인 수준에서 드루킹의 트위터에 답글을 남기며 사의(謝意)를 표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알고도 묵인했나

드루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력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 안 전 지사를 차기 당대표로 띄우는 여론전을 벌였다.

드루킹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성폭력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 안 전 지사를 차기 당대표로 띄우는 여론전을 벌였다.

문제는 드루킹의 이 같은 온라인 여론조작 행위를 민주당 관계자들이 알고 있었느냐다. 드루킹이 회원들에게 밝힌 내용에 비춰볼 때 이들의 조직적인 여론조작은 적어도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전부터다. 야당 의원의 한 보좌관은 “김경수 의원에게 집요하게 자신들의 공로를 인정받으려는 듯 활동 상황을 알렸던 드루킹의 성향으로 볼 때 이들이 지지한 민주당 주요 인사들에게도 연락을 시도했을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드루킹이 청와대 핵심 인물과도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야 4당은 일제히 철저한 의혹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4월 16일 의원총회에서 “문재인 정권과 드루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임을 만천하에 알게 됐다”며 “지난 대선 국면에서 민주당은 이들과 큰 거래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당은 이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 의혹과 드루킹 여론조작 의혹에 대한 특검 추진을 당론으로 정하고 법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평창올림픽 관련 기사에 조작을 의심케 하는 정부 비판 댓글이 올라오자 민주당이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드루킹은 추미애 당대표에 대해서도 대구시장 출마 압박 여론을 조성하는 등 비판적 댓글을 집중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연합뉴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은 평창올림픽 관련 기사에 조작을 의심케 하는 정부 비판 댓글이 올라오자 민주당이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드루킹은 추미애 당대표에 대해서도 대구시장 출마 압박 여론을 조성하는 등 비판적 댓글을 집중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 사진:연합뉴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각각 ‘민주당원 댓글조작 진상조사단’과 ‘댓글조작 대응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검·경을 압박했다. 민주평화당도 검사 출신인 이용주 원내수석부대표와 김경진 상임선대위원장이 대검찰청을 항의방문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은 “도대체 어떤 역할을 했길래 자원봉사자가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요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심을 많은 국민이 하고 있다”며 “김(경수) 의원이 당시 문재인 대선후보에게 알리지 않았을까 하는 게 합리적 의심”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파문이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은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을 당 차원에서 대응하기로 하고 ‘드루킹 사건 진상조사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또 드루킹 김씨 등 2명을 제명했다. 김 의원과 비슷한 드루킹 피해 사례를 취합해 당 연루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다.

검찰과 경찰은 신중한 입장이다. 파장이 커지자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4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재까지 확인한 바로는 김 의원이 김씨로부터 받은 문자나 문서 파일을 거의 열어보지 않았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아직 150대가량의 휴대전화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아 결과를 예측하긴 힘든 상황이다.

드루킹의 아지트인 파주 출판단지의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운영 경비를 어떻게 마련했는지도 풀어야 할 의문이다. 이 사무실은 드루킹 김씨가 경공모 회원들을 초대해 유력 정치인 초청 강연을 열거나 댓글 작업을 위한 공간 등으로 수년간 비밀리에 운영해 왔다. 출판사로 사업자 등록을 냈지만 지금까지 출간 실적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사태의 파장을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드루킹이 자신의 세력을 과시하며 여러 인사에게 접촉을 시도했다는 말이 나온다. 경우에 따라선 금전적인 지원이나 거래가 암묵적으로 오갔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 그리고 댓글 여론조작 세력은 드루킹만 있는 게 아니다. 좀 더 교묘해서 걸리지 않았을 뿐 여러 팀이 은밀하게 활동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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